내용요약 낮은 평점 받으면 경고, 단계적 배차 제한...소명 절차 별도로 마련
운행중인 카카오 택시. /박시하 기자
운행중인 카카오 택시. /박시하 기자

[한스경제=박시하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택시 플랫폼 카카오T의 평점 제도를 두고 기사들 사이에서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카카오T의 미흡한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기사들의 평점에 반영되고, 일부 승객들이 고의로 평점을 낮게 줌으로써 생기는 영업피해를 기사들이 감내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측에 평점 제도 개선을 건의했으나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반복할 뿐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카카오T 플랫폼을 통해 택시를 이용하면 하차 시 서비스와 기사에 대해 평가할 수 있다. 승객은 만족도에 따라 최대 별 다섯개까지 줄 수 있고, 각각의 평가는 기사의 평균 평점에 영향을 미친다. 평점이 낮으면 기사들의 카카오T 플랫폼 이용이 제한되거나 심각한 경우 카카오T 가맹에서 퇴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 영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평점 제도가 기사들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는게 기사들의 주장이다.  

특히 이들 기사는 네비게이션 등 카카오T의 미흡한 시스템으로 인한 고객 불만이 개별 기사에 대한 평점에 반영되는 문제점을 집중 제기했다. 네비게이션이 승객의 정확한 탑승 지점을 안내하지 못하거나 탑승 지점까지의 경로를 안내하지 못하는 시스템상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여기에 승객이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한 후 확인하는 도착 예상 시간과 금액을 두고서도 문제가 발생한다고 기사들은 지적했다. 카카오T 네비게이션은 실시간 교통상황을 반영해 경로가 변경되는데 일부 승객들이 '왜 원래 경로대로 가지 않는지'를 문제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또 '경로가 변경돼 금액이 많이 나왔으니 차액을 기사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거나 '평점 테러를 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한다고 기사들은 전했다. 

국내 한 법인 가맹 택시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밝힌 A씨는 “난폭운전이나 바가지 요금 등으로 문제가 되는 기사들은 평점 제도 등을 포함해 어떠한 방식으로든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카카오T의 평점 제도는 문제가 되는 기사들을 걸러내기 어려울뿐더러 나름의 자부심으로 열심히 일하는 기사들의 의욕을 떨어뜨리기 딱 좋은 제도”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에 카카오T 평점이 4.6 미만으로 떨어지면 가맹에서 퇴출당할 수 있으니 평소 평점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공지가 붙어있지만, 어떻게 해야 평점을 잘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항목은 제시하지 않았다”며 “콜이 들어오면 재깍 잡고, 카카오T 네비게이션대로 따라가고, 무거운 짐이 있으면 내려서 실어주는데도 평점 테러를 하는 사람이 있는데 평점이 일정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가맹에서 퇴출시킨다는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기사들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측은 “평점이 4.6에 미달하면 블루 가맹이 퇴출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확인한 뒤 "승객 평가를 기반으로 품질 그룹을 나눈다. 기사의 서비스 품질에 대한 승객 만족도가 높지 않은 경우 서비스 품질 교육, 코칭, 모니터링 알림 등 품질 개선을 위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평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확인할 수 없어 답답하다는 기사도 있었다. 5년 이상의 택시 운행 경력을 보유한 B씨는 기사들이 평점을 확인할 수 있는 페이지에서 평균 평점과 동시에 최근 많이 받은 태그를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A씨가 공개한 화면에서 태그 항목은 크게 ‘좋아요’와 ‘싫어요’로 구분돼 있었고, 좋아요에는 ‘친절한 기사님’, ‘편안한 운행’, ‘깨끗한 차내부’, 싫어요에는 ‘기사님 서비스’가 올라 있었다.

B씨는 “평균 평점은 4.7점으로 평소 고객과 언쟁을 벌이거나 고객으로부터 불만을 들은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떤 사유로 기사 서비스가 나쁘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서비스가 잘못됐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서비스가 나쁘다는 결과만 공개한 카카오모빌리티도 기사들을 우습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카카오T 가맹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택시 영업에 지장이 있으면 가맹에서 탈퇴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B씨는 “이미 승객들이 카카오T 플랫폼을 이용해 택시를 호출하거나 결제하는 것에 익숙해졌고, 카카오T 플랫폼이 택시 시장에서 차지하는 파이가 큰 상황에서 어느정도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당한 대우도 참고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측은 “승객이 평점 1점을 매기는 경우 불만족스러웠던 부분을 해시태그로 선택할 수 있다”며 “운전 실력, 운행 경로, 차내 공기, 불편한 대화 등의 항목 중 ‘기사님 서비스’를 불만 요소로 선택한 이용자가 많은 경우 리포트에 해당 항목이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카카오T 평점 제도가 택시 서비스 개선이나 플랫폼 택시의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직장인이나 아파트 거주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면 카카오T 플랫폼을 통해 택시를 이용하던 중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커뮤니티 게시판에서는 “무거운 짐 때문에 살고 있는 동 앞에 내려달라고 요청했는데 나오는 길이 복잡하다고 입구에서 내리라고 무언의 압박을 줬다”, “아이와 함께 택시를 탔는데 담배 냄새 때문에 아이가 멀미를 했다”, “아슬아슬하게 운전하셔서 천천히가도 괜찮다고 둘러 말씀드렸더니 기분 나빠 하면서 계속 난폭하게 운전을 했다”, “기사 때문에 통행료를 2배로 낼 뻔 했다”는 내용과 함께 택시 서비스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올라와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측은 “평점은 일정 기간 누적된 평점의 평균을 기준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일부 승객이 악의적으로 기사에게 나쁜 평점을 준다고 해서 바로 재교육 대상이 되거나 불이익이 생기는 것이 아니고, 부당한 신고를 받은 경우 기사님께서 직접 소명할 수 있는 절차도 운영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카카오T 블루의 경우 신고 건의 내용에 따라 패널티 절차와 종류에 차이가 있고, 고객 신고 접수시 신고 내용과 누적 회수에 따라 경고, 단계적 배차제한 등의 패널티가 부여되고 동시에 문자 및 전화 코칭, 교육 재입소 등을 진행해 기사들이 서비스를 개선하실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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