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산호 재건축 입찰 불참 이어 한남5구역도 유찰 가능성
건설사들 선별수주로 선회…조합측 “경쟁입찰 독려, 예측 안된다”
[한스경제=문용균 기자] 서울 강남권 도시정비사업에서조차 경쟁 입찰이 성립되지 않아 유찰되고, 나아가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 자재비, 인건비 인상 등의 영향으로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건설사들이 공격적인 수주가 아닌 선별 수주 전략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가 요원한 가운데 이런 기조는 올해 내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연내 시공사 선정을 앞둔 주요 재개발·재건축 지역에서도 수주전 없이 유찰되는 일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라지는 경쟁 입찰…수의 계약 갈수록 증가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신반포16차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 조합은 최근 대우건설에 수의계약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고 알렸다. 앞서 진행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에 대우건설만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건설사 한 곳만 입찰하면 유찰된다. 또 2회 이상 유찰되면 정비사업 조합은 단독 입찰한 건설사와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
신반포16차는 기존 지상 11층, 396가구를 헐고 최고 35층, 4개 동, 468가구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강남권에서도 한강 변에 있어 알짜 단지로 평가받는다. 재건축 공사비는 3.3㎡당 944만원으로 책정됐다.
지난 18일 마감된 서울 서초구 신반포12차아파트 재건축 사업장의 수의계약 대상자 선정을 위한 입찰에도 롯데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했다. 이 재건축 단지 역시 두 차례 유찰되며 수의계약으로 진행되고 있다. 롯데건설은 하이엔드 주택 브랜드인 ‘르엘’을 적용할 계획이다. 조합이 책정한 공사비는 3.3㎡당 897만원이다.
앞서 지난 15일 마감된 서울 송파구 가락삼익맨숀 재건축 수의계약을 위한 입찰엔 현대건설만 단독으로 참여했다. 가락삼익맨숀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냈으나 1차와 2차 모두 입찰에 참여한 시공사가 없어 유찰되며 수의계약으로 진행했다. 게다가 수의계약 우선협상자 선정을 위한 입찰에도 현대건설이 홀로 참여했다.
이 곳은 소규모 단지도 아니다. 가락삼익맨숀 재건축은 알짜라 평가받는 송파동 지역에 1531가구 규모로 지어지는 대규모 정비사업이다. 통상 주요 지역에서 진행되는 사업이나 1000가구 이상 대단지 공사의 경우 사업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지하철 3호선과 가깝고, 한강변에 위치해 알짜배기 단지로 분류되는 서울 서초구 ‘신반포27차아파트’ 역시 지난 1월 재건축 조합에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한 곳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부동산 호황기와는 전혀 다른 결과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신반포27차는 현재 SK에코플랜트와 수의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다. 오는 6월 조합 총회에서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SK는 하이엔드 브랜드인 ‘드파인’을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3.3㎡당 공사비는 958만원 수준이다.
또 송파구 ‘잠실우성4차’ 재건축 조합은 앞서 4차례 입찰에 나섰으나 시공사를 찾지 못했다. 지난해 말 기존 3.3㎡당 760만원이었던 공사비를 최근 810만원까지 높였음에도 건설사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조합측은 DL이앤씨와 수의계약을 맺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용산서도 외면 받는 단지 나와…‘대어’ 한남5구역 “경쟁 입찰 됐으면”
강남권만큼이나 선호 주거지역으로 평가받는 용산도 시공사 찾기가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용산 산호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 15일 시공사 입찰을 마감했지만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 2월 현장 설명회에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등 8개사가 참석했으나 정작 입찰에는 모두 발을 뺐다.
이 단지는 지상 최고 35층, 7개 동, 647가구 중형 단지로, 한강 조망이 가능한 장점을 갖췄음에도 시공사 선정이 불발된 것이다. 조합은 조만간 공사비 등 세부 입찰 기준을 재점검해 시공사 입찰에 다시 나설 예정이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다보니 한강변에 위치하고 타 한남뉴타운(서울 용산구) 구역에 비해 평지에 가까워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남5구역’도 유찰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합이 지난달 개최한 간담회에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이 간담회에 참석해 시공권에 관심을 보였으나, 지난 11일 서울시 건축심의 통과 이후 DL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만 플래카드를 걸었다. 관심을 보이는 곳이 줄고 있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이미 한남3구역을 수주했고, 대우건설도 한남2구역 공사를 맡았다”면서 “한남5구역과 연을 이어오던 삼성물산은 한남4구역에 집중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어 “비교되는 문제도 있고 ‘랜드마크’가 줄줄이 들어설 한남뉴타운 내에서 2개 사업장을 진행하기는 여러모로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3개사가 한남5구역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어 “한남5구역은 DL이앤씨가 오랜 기간 공들여 온 곳”이라며 “HDC현대산업개발이 움직이고 있다고 하지만 공사비 액수가 조합에서 나오면 또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체로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오랜 기간 공을 들여온 DL이앤씨만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
조합 측도 유찰을 걱정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사업성이 나쁜 단지가 아닌데,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간담회 때 참여를 독려했지만 건설사들이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현재로선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 이상의 사업 지연 없이 경쟁 입찰이 성사돼 시공사가 어서 결정됐으면 좋겠다”며 “수주전이 펼쳐져야 조합원이 유리한 방향으로 사업이 진행될 수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문용균 기자 myk_1627@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