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AI 수요 급증에 정부 지원도 확대…자국서 데이터 저장 희망
한국, 민간 AI투자 규모 세계 9위로 감소세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일본에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가 속속 유치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4조원, 아마존이 20조원 투자를 예정한데 이어 오라클도 11조원 투자를 발표했다.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강자들의 집합으로 일본이 AI 인프라 강국으로 도약하는 반면 한국의 경우 까다로운 규제로 빅테크의 발길이 뜸한 상태다.
18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IT 대기업 오라클이 올해부터 10년간 약 80억달러(11조원) 이상을 투자해 일본에서 데이터 센터를 증설한다고 보도했다.
오라클은 "이번 투자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OCI)의 입지가 일본 전역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일본 기반 인력으로 운영을 확대하고 엔지니어링 팀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미 중에는 MS가 보따리를 풀었다. 기시다 총리는 9일 미국 재계 지도자 오찬 간담회서 "(미국 기업의) 투자를 통한 일본의 경제 성과는 또다시 미국에 대한 투자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하며 일본 AI 분야 투자를 요청했다. 지난해 일본의 미국에 대한 직접 투자액은 7500억달러(1023조원)를 넘는다.
이날 MS는 일본 내 클라우드 컴퓨팅과 AI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2년간 약 29억달러(4조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아마존은 지난 1월 4년간 2조2600억엔(20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구글은 작년 3월 도쿄 부근에 데이터센터를 완공해 운영을 시작한다.
이처럼 일본에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몰려드는 것은 일본의 AI시장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일본은 AI 분야에서는 비교적 뒤쳐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근래 일본 내 AI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일본의 미래 시장 규모가 세계 3위권으로 높아졌다. 독일 조사업체 슈타티스타에 따르면 일본의 생성형 AI 관련 시장 규모는 미국 657억달러, 중국 296억달러에 이어 87억달러에 달한다.
최근 일본 기업들은 본격적으로 사업에 AI를 도입하는 중이다. 라쿠텐, NTT, 후지츠, NEC, 미츠이 등이 연달아 AI 모델을 출시했다. 대규모언어모델학습과 AI데이터 서버 수요가 는만큼 기업들은 일본 정부와 공공기관, 기업을 클라우드 서비스 고객으로 유치하고자 한다.
또 일본 '내'에 데이터센터를 유치한 이유로 '데이터 주권'과 '경제안보'를 강조하는 일본 정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함도 있다. 일본 정부는 개인정보보호법으로 국경을 넘는 개인 데이터의 이전을 제한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도 기밀 데이터를 자국에서 관리할 것을 요구 받고 있다. 사프라 캣츠 오라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도쿄에서 "기밀성이 높은 데이터를 국내에 두는 것은 세계의 공통 과제다. 보안에 신경을 쓰는 정부와 기업들의 수요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오라클은 총 80달러를 투입해 도쿄와 오사카에 있는 데이터센터를 증축하고, 데이터센터의 운영이나 고객 지원을 담당하는 인력은 일본 국내 거주자로 한정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 기관이나 금융사처럼 기밀 데이터를 취급하는 고객사의 니즈에 발맞춘 것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로 일본은 AI 분야에서 한국보다 든든한 기반을 얻게 됐다. 생성형 AI의 경우 강력한 하드웨어의 뒷받침이 필요하기 때문에 업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AI산업의 격차가 벌어지는 건 아닌지 우려 중이다. 다만 일본 내에선 일본 정부와 주요 기업의 정보가 미국 대형 기업 관리하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MS, 구글은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이용하는 '거버먼트 클라우드' 제공 사업자로 선정돼있다.
일본 정부는 해외 클라우드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국 클라우드 업체 육성에도 나선다. 18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AI용 슈퍼컴퓨터의 국내 개발을 위해 5개의 민간기업에 725억엔(7천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닛케이는 "미국 등 국가에서는 사기업들이 정부 지원 없이 슈퍼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다'며 "일본은 이 분야에서 뒤처져있기 때문에 정부 지원으로 AI 개발 영역을 확장하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국은 되려 AI분야 민간 투자가 감소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한국이 생성형 AI 개발의 기반인 파운데이션 모델을 하나도 개발하지 못했다고 발표됐다. 미 스탠포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가 15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 투자 기준으로 AI 개발에 가장 많은 자금을 쏟고 있는 나라는 미국(672억달러)이었고, 한국은 13억9000만달러로 조사 대상 중 9번째였다. 2022년에 비해 2023년에 투자액이 31억달러에서 13억달러로 절반 넘게 줄어들었다.
한국의 경우 AI 강국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보조금'보다 우회적인 사업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IT 기업들은 거대언어모델(LLM) 개발보다 빅테크 LLM을 기반으로 한 소형모델(sLLM)을 개발하는 추세로 방향을 돌렸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22대 국회의 정치지형에 따라 정부의 산업 지원 동력도 끊길까 우려하고 있다.
외신은 미국이 AI 사업의 동반자로 일본을 택했다고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바이든은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일본에 밀착하고 있다"며 "(바이든) 측근들은 바이든의 목표 중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돼 상황을 뒤엎기 전에 미국의 아시아 관계에서 가능한 한 많은 영속성을 창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정현 기자 awldp219@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