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들, 심판 판정에 대한 신뢰도 바닥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절실
[한스경제=강상헌 기자] 프로야구 심판진의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 오심 은폐 논란이 일면서 심판 판정에 대한 야구팬들의 신뢰도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신뢰도를 회복하는 방법은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뿐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해 시범경기부터 공정하고 일관된 볼-스트라이크 판정을 통해 심판 판정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ABS를 도입했다. 그런데 공정한 판정을 위해 도입한 ABS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말았다. 문제는 ABS의 신뢰도를 기계가 아닌 사람이 떨어뜨렸다는 점이다.
논란은 14일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대구 경기에서 빚어졌다. NC가 1-0으로 리드하던 3회 삼성의 공격에서 NC 투수 이재학(34)의 2구째 패스트볼에 주심은 ‘볼’을 선언했다. 이후 강인권(52) NC 감독이 벤치에서 달려 나왔다. 더그아웃에서 ABS 판정 결과를 전송받는 태블릿 PC에 이재학의 2구가 ‘스트라이크’로 찍혔다며 항의했다. 만약 그 공이 스트라이크로 인정받았으면 이닝이 끝나는 상황이었다.
이후 심판 4명이 모여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심판들은 TV 중계로 대화 내용이 다 들리는 걸 모르고 충격적인 얘기를 나눴다. 심판진 사이에선 “음성은 볼로 인식했다고 하세요. 아셨죠? 우리가 빠져나갈 길은 그것밖에 없어요”, “지지직거려서 볼 같았다?”, “볼 ‘같았다’가 아니라 볼이라고 ‘나왔다’고 하셔야 해요. 우리가 안 깨지려면” 등 대화가 오갔고 이 내용은 실시간으로 야구팬들에게 전달됐다.
주심은 ABS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깔린 스마트폰과 이어폰 등 수신 장비를 착용하고 그 결과를 받아 콜을 한다. 정황상 수신기로 들리는 스트라이크 콜을 놓쳐 볼로 오심을 범한 뒤 기계의 오작동으로 말을 맞추려 시도한 것으로 보였다. 심판이 자신들의 실수를 기계 탓으로 돌려 덮으려 한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심판진이 단체로 판정을 조작하고 은폐하려는 모습에 야구팬들은 크게 분노했다. 한 삼성 팬은 16일 “스포츠는 공정함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닌가. 이렇게 심판이 마음대로 경기를 조작할 거면 ABS는 왜 도입했나”라면서 “이번 사건에서는 NC가 피해를 봤다. 만약 이대로 그냥 넘어가게 되면 다른 9개 구단이 또 다른 피해자가 될 수가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확실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혀를 찼다.
KBO도 곧바로 상황을 파악한 뒤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했다. 15일 해당 심판들에게 경위서를 받고 허구연(73) 총재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어 “이민호(54), 문승훈(58), 추평호(51) 심판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절차에 따라 인사위원회에 회부한다. 엄정하게 징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발표했다.
또한 KBO는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도 마련할 것을 약속했다. KBO는 “주심 혹은 3루심이 스트라이크 ·볼 판정 수신에 혼선이 발생했을 경우 ABS 현장 요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양 팀 더그아웃에서도 주심, 3루심과 동일한 시점에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음성 수신기 장비를 배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상헌 기자 ksh@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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