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안랩·시큐레터·파수 등 진출 활발
중동발 훈풍에 정부 합세...업계 중동 진출 상승기류
합작법인 설립 체결식에서 안랩 강석균 대표(사진 왼측부터), H.E. 마제드 빈 모하메드 알 마지에드 사우디아라비아 국가사이버보안국(NCA) 기관장, 사드 알라부디 SITE CEO / 안랩 제공
합작법인 설립 체결식에서 안랩 강석균 대표(사진 왼측부터), H.E. 마제드 빈 모하메드 알 마지에드 사우디아라비아 국가사이버보안국(NCA) 기관장, 사드 알라부디 SITE CEO / 안랩 제공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중동 지역의 '통신 현대화'가 빠르게 이루어지며 정보 보안 수요도 커지고 있다. 중동이 보안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V3로 대표되는 안랩이 사우디 현지에 합작법인을 세우며 묵직한 출사표를 던졌다.

안랩은 1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사이트(SITE, Saudi Information Technology Company)와 사이버 보안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합작법인은 안랩이 25%, 사이트가 75%의 자금을 대고, 같은 비율로 지분을 소유하는 형태다. 상반기 내 설립 예정이며,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공공기관·기업에 안랩의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이번 안랩의 합작법인 소식은 내수시장에 머물러 온 보안 분야에서 글로벌 사업을 규모있게 추진하는 사례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한국 보안 기업들은 연달아 중동 시장에 문을 두드렸다.

지난해 8월 파수는 UAE의 보안 기업 사이버나이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고, 10월에는 시큐레터가 사우디 IT기업 SLNEE IT와 MOU를 체결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가와 기업의 정보·기술·인프라 탈취를 위한 사이버 공격이 급증했다고 밝히면서 시큐레터의 보안 솔루션을 공공기관과 기업의 이메일·그룹웨어에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달 26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중동 최대 빅테크 전시회 '리프(LEAP) 2024'에 국내 여러 보안 기업들이 참가했다. 국내 기업들은 현지 기업과 네트워킹 일정을 소화하는 등 중동 진출 기회를 모색했다.

현재 중동 지역은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자가 '비전2030'을 통해 석유 중심의 경제 전환을 꾀하는 중이다. 특히 네옴시티라 불리는 대형 스마트시티 건설 등 IT 중심의 대형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보안 관련 수요도 불어나고 있다.

중동 정부가 한국 IT회사를 보는 시선도 우호적이다. 중동으로서는 글로벌 보안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이스라엘보다 한국이 정치적·정서적으로 부담이 적다. 중동이 한국 방산을 지속해 찾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지정학적, 종교적 특수성에 따른 보안의 필요성이 중동 진출 동력으로 작용한다.

지금껏 국내 보안 기업들은 해외 진출에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국내정보보호산업 전체 매출 가운데 수출 비중은 13%(2조2000억원)에 불과하고, 국내 매출도 공공 부문 중심으로 편중됐다.

정부는 지난해 '정보보호산업 글로벌 경쟁력 확보 전략'을 수립하며 산업계 중동 진출을 돕겠다고 나섰다. 정보보호 시장 규모를 30조원으로 확대하고 보안유니콘 육성 등 4대 전략과 13개 과제를 추진시킬 방침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월 14일 중동 등 신흥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민·관 협력 '시큐리티 원팀 코리아'를 구성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해외 네트워크와 전문가를 보유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동남아·중동 지역 주요 신흥국의 유망 진출 분야를 분석해 선정하고, 수출입은행 차관과 다자간 개발은행(MDB) 기금 등 재원을 활용한 정보보호산업 과제를 적극 기획할 계획이다.

조영철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 회장은 “국내 보안 산업의 글로벌 수출을 위해선 단일 기업이 각자 전시회에 나가는 형태보다 국가 전체의 보안 역량, 보안 체계를 함께 마케팅해야 한다”며 “기업 간 연합을 맺고 정부가 측면에서 여러 지원을 통해 한국형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K-보안이 글로벌 무대에 진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정현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