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상용시스템시험동·상용환경풍동실·전기차 동력계 시험실 등 갖춰
사막기후 재현 시험부터 차문 여닫는 내구성 무한 반복 시험까지
전기차동력계 시험실 - 4축 동력계 시험실. /현대차그룹 제공
전기차동력계 시험실 - 4축 동력계 시험실. /현대차그룹 제공

[한스경제=박시하 기자] 현대차그룹의 성장세가 놀라운 수준을 넘어섰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가성비 좋은 차’, ‘누구나 탈 수 있는 국민차’로 불렸지만, 이제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소위 명차로 여겨지던 브랜드를 제치고 점유율 1위를 바라보는 위치까지 올랐다. 현대차의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 기아의 ‘텔룰라이드’와 ‘EV9’ 등은 세계 주요 기관과 매체가 주관하는 시상식을 휩쓸며 뛰어난 상품성과 품질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은 세계 각지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연구소’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 미시간주에 위치한 ‘미국기술센터’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에 위치한 ‘유럽기술센터’를 포함해 일본, 인도, 중국 등의 연구소에서는 최신 전기·하이브리드 기술, 각국의 시장에 맞는 차량 등을 개발하고 있다. 

배터리 분석실 - 드라이룸 메인 분석실에서 연구원이 라만광분석기로 성분 분석을 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배터리 분석실 - 드라이룸 메인 분석실에서 연구원이 라만광분석기로 성분 분석을 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그 중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남양기술연구소’는 세계적인 수준의 종합기술 연구개발 센터로 1만 명 이상의 연구진이 모여 승용, 상용, 전기, 수소전기 등 전 차종에 대한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27일 남양기술연구소를 찾아 ‘상용시스템시험동’, ‘상용환경풍동실’,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 ‘배터리 분석실’ 등을 둘러보며 현대차그룹의 차량이 개발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 극한 상황 재현해 차량 성능·품질 높이는 상용환경풍동실

상용환경풍동실. /현대차그룹 제공

가장 궁금했던 곳은 대형 수소전기 트럭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XICENT Fuel Cell)’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상용환경시험동’이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세계 최초로 대형 수소전기 트럭 양산에 성공하고 그해 스위스로 46대를 수출하는 성과를 내며 글로벌 수소상용차 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또 일렉시티 타운, 일렉시티 이층버스, 유니버스 수소전기버스 등 상용차 전동화 모델을 꾸준히 출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미래 먹거리 사업의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다. 

상용환경풍동실 -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이 태양광 장비를 활용한 고온 평가를 진행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상용환경풍동실 -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이 태양광 장비를 활용한 고온 평가를 진행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상용환경시험동은 환경풍동시험실, 섀시 다이나모미터(Chassis Dynamometer), 시험준비실(워크숍)로 이뤄졌다. 핵심은 ‘환경풍동시험실’로 이곳은 내연기관차,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모든 종류의 차량을 개발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상용차용 풍동시험실이다.

상용환경풍동실 - 유동 가시화 시험이 진행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상용환경풍동실 - 유동 가시화 시험이 진행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풍동시험실’은 공기역학적 특성을 연구하기 위해 사용되는 곳으로 바람을 일으켜 공기 저항과 흐름을 측정한 후 차량 설계를 최적화하거나 성능·연료 효율을 높이는데 활용된다. 특히 극한의 상황에서 주행하는 상용차의 특성과 다양한 기후 조건을 가진 국가로 수출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풍동시험실은 필수적이라고 판단됐다.

시험실 내부는 길이 20m, 너비 10m, 높이 6.6m에 달해 상용차의 모든 라인업을 시험할 수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 공간 덕분에 4m에 달하는 이층전기버스와 18m에 달하는 전기굴절버스까지 모두 시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상용환경풍동실 - 유동 가시화 시험이 진행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상용환경풍동실 - 유동 가시화 시험이 진행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내부로 들어가자마자 숨이 턱 막힐 정도의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거대한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이 눈에 들어오기도 전이었다. 이곳 온도는 중동 지역의 온도인 45도에 맞춰져 있었고, 필요에 따라 온도는 영하 40도부터 영상 60도까지, 습도는 25%에서 95%까지 조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세계 곳곳의 날씨와 혹한의 환경까지 재현할 수 있기 때문에 냉각, 열해, 연비, 냉시동, 히터·에어컨, 충·방전, 동력, 배기가스 인증 등 거의 모든 주행 성능시험을 종합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중동 지역에서 성지순례를 위해 차량을 구입하고 싶다'는 의뢰가 들어왔고, 이러한 경우에는 기후에 대한 데이터를 검색한 후 동일한 환경을 만들어 충전 등 차량 성능 및 작동에 관한 시험을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상용환경풍동실 - 연구원이 유동 가시화 시연을 진행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상용환경풍동실 - 연구원이 유동 가시화 시연을 진행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설명을 듣다보니 정수리 부분이 뜨거워지고 얼굴이 화끈거리는 게 느껴졌다. 바로 시험실 위쪽와 옆쪽으로 설치된 솔라 시스템 때문이었다. 솔라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는데 이곳에는 태양광을 그대로 모사할 수 있는 ‘메탈할라이드 솔라’가 설치돼 있었고, 솔라 패널을 세어보니 총 79개였다. 솔라 시스템을 이용해서는 외부 온도에 따라 자동차의 내부 온도가 몇 도까지 올라가는지를 기반으로 에어컨 성능이나 충·방전 시스템 등을 시험할 수 있다.

환경풍동시험실은 상용 전기차 개발에도 유용하게 쓰인다. 시험실에 400kW급 초고속 충전기가 마련돼 혹서나 혹한의 상황에서 배터리 충전 효율을 점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수소차의 연비를 중량법으로 시험할 수 있는 수소 공급 전용 설비 또한 마련돼 있었다.

환경풍동시험실의 특징 중 하나는 안전이다. 상용 전기차 및 수소차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시설인만큼 최첨단 안전시스템을 갖춰야하기 때문이다. 이 시험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연구안전관리본부에서 인증하는 '안전관리 우수연구실'로 인증받았고, 이는 실차를 시험하는 대기업 시험실로는 최초라고 알려졌다. 

세계 유일의 시설과 국내 최대 규모를 갖춘 시험실인 이곳에는 세계 각국의 기관이나 기업이 자문을 구하거나 고객사의 시설을 둘러보기 위해 방문한다고 전해진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HMM과 SK수소사업단 등이 방문했고,  해외에서는 아부다비첨단교통센터와 친환경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미국 비영리단체 CTE 등이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용연비운전성시험팀 이강웅 책임연구원은 "이러한 희소성과 기술력 덕분에 국내 정부부처, 학계, 자동차업계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수많은 기업과 정부 기관이 연구 및 비즈니스 협업을 위해 계속해서 환경풍동실을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운전자 위한 시험 무한반복하는 상용시스템시험동

고속도로를 달리는 대형 트럭을 떠올리면 ‘흙먼지가 뒤덮인 모습’, ‘차체보다 무겁고 큰 짐을 싣고 가는 모습’,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도로를 달리는 모습’, ‘험난한 공사장을 드나드는 모습’ 등이 생각난다. 또 버스를 떠올리면 ‘하루에도 수백번 문을 여닫는 모습’, ‘어린아이부터 건장한 체격의 승객을 태우는 모습’, ‘도로 소음을 뚫고 들리는 안내 방송’ 등이 생각난다. 공통적으로는 ‘저렇게 다니는데 어떻게 고장나지 않는거지?’라는 궁금증이 항상 있었다.

상용시스템시험동 - 로봇을 활용해 쏠라티의 개폐내구 시험이 진행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상용시스템시험동 - 로봇을 활용해 쏠라티의 개폐내구 시험이 진행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이러한 의문은 ‘상용시스템시험동’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이곳은 차량 개발 및 평가에 필요한 300여가지 시험을 한 곳에서 진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상용차의 특수성을 반영한 평가를 통해 자동차의 내구성을 시험하고 최적화하고 있었다.

쏠라티 개폐 내구 시험. /현대차그룹 제공

가장 인상적인 모습이 로봇 팔이 차 문을 일정한 강도로 열고 닫기를 반복해 부품을 내구성을 시험하는 것이었다. 로봇이 반복적으로 테스트를 하기 때문에 무한 반복해서 충분한 시험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과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해 고장을 예측하고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이점도 있었다. 담당 연구원에 따르면 문을 여닫는 강도는 실제 사람의 힘과 동일하고 충분한 내구성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로봇이 24시간 내내 몇 달간 계속해서 작동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상용시스템시험동 - 서스펜션 내구 시험이 진행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상용시스템시험동 - 서스펜션 내구 시험이 진행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조향·현가 구역으로 넘어가자 거대한 장비들이 굉음을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한쪽에는 유압 액추에이터로 구동되는 육중한 로봇이 전기버스 일렉시티의 서스펜션을 흔들며 내구성을 시험하고 있었다. 또다른 장비는 6축 무빙 기계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의 마운트를 걸고 거세게 흔들며 충격을 주고 있었다. 이 시험은 각종 연료전지스스템 외에도 배터리, 모터, 감속기 등 수소전기 상용차에 장착된 모든 부품의 내구성 측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상용시스템시험동 - 무향실에서 차량 시트의 이음·소음 시험이 진행되는 모습. /현대차그룹
상용시스템시험동 - 무향실에서 차량 시트의 이음·소음 시험이 진행되는 모습. /현대차그룹

이어 방문한 BSR(Buzz, Squeak, Rattle) 시험실은 들어서자마자 너무 조용해서 귀가 먹먹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사방이 웻지라고 불리는 삼각뿔 모양의 나무 흡음재로 둘러 쌓여 있었다. 이곳에서는 차량 부품간 발생하는 민감한 소음까지 잡아내기 위한 곳으로, 차량에서 발생하는 이음은 다양한 온도와 진동 조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환경까지 구현이 가능하다고 했다.   

상용시스템시험동 - NVH 다이나모 무향실에서 수소전기 유니버스 소음 평가가 진행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상용시스템시험동 - NVH 다이나모 무향실에서 수소전기 유니버스 소음 평가가 진행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여러 설비를 지나 상용시스템시험동의 마지막 구역인 NVH 다이나모 무향실에 도착했다. NVH는 자동차 부품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뜻하는 말로, N은 소음(Noise), V는 진동(Vibration), H는 불쾌감(Harshness)를 가리킨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1만 3000개의 흡음재로 둘러싸인 7.5m 높이의 방음벽이 눈에 들어왔고, 침을 삼키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이곳에서는 엔진 구동계 소음부터 실내외 소음까지 실제 차량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소음을 평가한다. 이날은 수소전기 유니버스의 소음에 대한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구체적인 방식과 횟수 및 기준에 대해 물었으나 자세한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

일반적으로 상용차의 누적 주행거리는 100만km를 넘는다. 또한 무거운 짐이나 승객을 싣고 다니기 때문에 내구성과 안전성 확보가 중요하게 여겨진다. 현대차그룹은 남양연구소에서 상용차의 문제를 찾고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을 이어가고 있었다. 또 극한의 상황과 각국의 환경을 재현해 차량을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그 한계를 스스로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도 찾고 있었다. 

수소상용차에 대한 전망은 극명하게 갈린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반드시 개발과 상용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기술적 한계와 인프라의 부족 및 비싼 가격 때문에 수소 사업에 투자한 기업들은 상당한 매몰비용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올해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 참석한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박시하 기자
올해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 참석한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박시하 기자

하지만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수소사업을 왜 하는지 묻는 질문에 '후대를 위한 사업'으로 정의하고 눈 앞의 이윤보다 지속가능한 미래와 기업가 정신을 강조했다.  그리고 글로벌 최고 수준의 규모와 시설을 갖춘 남양연구소를 통해 정의선 회장의 뚝심과 현대차그룹 수소 사업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글로벌 자동차 1위를 바라보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양적인 성장에 남양연구소의 성과로 질적인 성장이 더해진다면 어떤 시너지가 날지 앞으로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박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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