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톤 등 거대 투자사도 비슷한 메커니즘 개발 투자
"제안은 혁신 아닌 엔지니어링...지속가능한 금융에 위협"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미국 헤지펀드 업계 베테랑 최고경영자(CEO)가 은행들의 대출·투자 활동 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줄일 새로운 유형의 증권 상품 개발을 제안했다. 금융 탄소 배출량을 재포장해 이전하는 거래 방식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규제 당국으로부터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업계에 도움이 될지 주목된다. 다만 이런 새로운 방식이 실효성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17일(현지시간) 투자자문사 뉴마켓 캐피탈의 앤드류 혼스 CEO가 여러 은행과 새로운 거래 방식을 구축하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은행 업계는 규제 당국의 탄소 배출량 감축 압박에 직면해 있다. 특히 다른 지역보다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규정이 더 엄격한 유럽에서는 이미 주요 업계 감시 기관이 대출 기관에 탄소 배출 주의를 당부했다.
유럽 각국의 은행권을 감독하고 각종 금융 규제정책을 조율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이 설립한 금융감독기구인 유럽은행감독청(EBA)은 지난해 10월 은행의 의사결정 요건에 환경과 사회적 위험을 포함하는 프레임워크인 필라 1(Pillar 1) 개정했다.
EBA는 당시 보고서를 통해 “ESG는 은행의 위험관리 전략을 바꾸고 있다. 이 변화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용, 시장 및 운영 위험과 같은 전통적인 범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은행들은 자사의 의사결정 요건에 ESG를 무조건 포함해야 한다.
이에 혼스 CEO는 현재 은행의 대출, 투자, 보험 등의 금융자산을 운용하면서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인 금융배출량을 재포장해 이전하는 방식을 업계에 제안했다. 그는 이 방식이 “신용 위험을 이전하는 동시에 은행 시스템 밖의 제3의 투자사에 ‘배출 위험’을 이전하는 것”이라며 “또한 이 상품은 기후 리스크에 대처하기 위한 여러 방법 중 하나이자 기후 대 채무 스와프(Debt-for-Climate Swaps)부터 탄소 상쇄까지 포함하는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입장에서 제안된 방식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일부 은행은 대출 시 신용 위험을 재포장해 규제가 덜한 사모펀드 운용사로 이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투자자는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고, 은행은 더 많은 사업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혼스는 “새로운 거래 방식은 신용 위험에 금전적 가치를 부여하기 어렵고, 구조를 이끄는 규칙이 없어 많은 논의와 실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배출량 가중 위험 이전으로 “은행은 규제 자본 측면에서 구축된 것과 동일한 모델을 사용해 포트폴리오의 배출량을 줄였다고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혼스는 이를 통해 확보한 재원은 은행이 친환경 프로젝트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마켓 캐피탈의 제안은 다른 신용전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캐나다 민간 신용투자사 SAF 그룹의 라이언 던필드 CEO는 다수 은행과 비공개적으로 혼스가 제안한 거래 방식과 비슷한 배출 위험 인수를 논의한 바 있다고 통신에 밝혔다. 또 아레스 매니지먼트, KKR, 블랙스톤 등 거대 투자사들도 비슷한 방식의 메커니즘을 개발하는 데 투자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신용 리스크 이전 의지가 커지고 있다. 은행들이 약 2000억달러(약 266조원) 규모의 대출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낮춘 합성 위험 이전 거래 금액은 지난해만 약 200억달러(약 26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10년 전 제3자에게 이전된 수주의 약 2배에 달하는 것으로 혼스는 추정했다.
방코 산탄데르, 바클레이스, 소시에테 제네랄 같은 유럽은행과 캐나다 몬트리올 은행, 로열 뱅크 오브 캐나다, 노바 스코샤 은행 등 대출기관이 합성 위험 이전을 가장 많이 사용했고, 최근 월가도 그 이용률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블랙록은 이 거래 방식이 수용되고 있고 엄격한 자본규제가 정착됨에 따라 시장이 연간 약 35%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공공·민간 기관에 탄소발자국을 측정하고 보고하는 방법을 조언하는 비영리단체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는 이런 이전이 절대적인 측면에서 배출량을 감소하는 다른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아미르 소콜로프스키 CDP 기후 담당 디렉터는 “혼스 CEO가 제안한 배출량 가중 위험 이전은 혁신이 아니라 엔지니어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방식의 목적은 배출과 위험 사이의 연결 고리를 끊는 것이지만, 직접적인 행동과 지속가능한 금융 모두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연수 기자 yshin@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