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현령 기자] 온라인 커뮤니티에 신상정보가 공개돼 항의성 민원에 시달린 임용 1년차 공무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 김포시는 해당 공무원을 위한 애도 기간을 갖기로 했다.

6일 인천 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40분께 김포시 9급 공무원 A 씨가 인천 서구의 한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 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유족 측의 실종 신고를 받고 동선을 추적하다 A 씨를 발견했다고 알려졌다. 차 안에서는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한다.

A 씨는 지난달 29일 김포한강로에 아스팔트 표면이 일부 내려앉아 생긴 포트홀 긴급 보수 공사와 관련해 항의성 민원에 시달렸다. 민원인들은 해당 도로 공사로 3차로 중 2개 차로가 통제되면서 차량 정체가 발생하자 불만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일 밤 한 온라인 커뮤니티 누리꾼이 공사를 승인한 주무관이라며 A 씨의 실명, 부서와 내선전화번호 등 신상을 공개했다.

불만을 품은 누리꾼들은 “집에서 쉬고 있을 이 사람 멱살을 잡고 싶다”, “2차로를 막다니 정신 나갔다” 등 A 씨에 대해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다. 한 누리꾼은 “11시 30분에 시청민원실에서 공사 중단한다고 하더니 말을 바꿔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민원 폭탄을 넣어야 정신 차린다”라며 항의성 민원을 유도하는 글을 남겼다.

A 씨의 소식이 알려진 뒤 해당 온라인 커뮤니티의 운영진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운영진은 “단순한 민원성 게시물로 판단해 신상 털기와 마녀사냥식 댓글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이런 게시물이나 댓글에 관해서 운영진이 잘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논란이 커지며 A 씨의 신상을 공개한 누리꾼의 신상이 온라인상에서 확산하기도 했다.

김포시는 A 씨가 최근 업무에 따른 악성 민원 등으로 심적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고 진상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A 씨와 2인 1조로 함께 일한 동료 공무원도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알려졌다.

김포시는 시청 본관 앞에 시민이 함께할 수 있는 추모 공간을 6월부터 12일까지 7일간 마련하고 김포시 모든 공무원이 검은 리본을 착용해 애도를 표현할 예정이다. 김포시는 유가족과 공무원 노조와 함께 강력한 법적 대응을 위한 진상조사 및 경찰 고발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 공무원 민원 대응 매뉴얼을 보강하고 민원 대응 공무원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하는 등 재발방지책 마련에 나선다.

경찰은 A 씨의 사망과 항의 민원 간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A 씨의 유서는 따로 발견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현령 기자 box0916@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