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주요 보험사들의 2023년 실적이 발표된 가운데 삼성 양 사의 위상은 여전했다. 다만 손보사들의 경우 메리츠화재의 선전으로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 DB손해보험의 각축이 벌어지며 순이익 격차가 좁혀진 반면, 생보는 삼성생명과 2위 한화생명의 순익차가 외려 벌어졌다.
호실적이 눈에 띄는 건 손해보험업권이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별도기준 당기순익이 1조 7554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2% 늘었다. 특히 세전이익은 2조 4446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초로 2조 클럽에 입성했다.
메리츠화재는 계열사인 메리츠증권과 함께 지난해도 선전했다. 별도기준 당기순익 1조 5746억원으로 19.2% 증가했다. 메리츠화재의 활약으로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해 사상 최초로 마찬가지로 2조원대 순익을 기록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DB손해보험은 그에 반해 주춤하며 2위 자리를 메리츠화재에 뺐겼다. 1조 5367억원을 기록하며 근소하게 밀려난 것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전만 하더라도 업계 톱3와는 거리가 있던 메리츠화재의 약진이 돋보인다. 2019년 현대해상을 제치고 3위로 입성한 이후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다.
메리츠금융의 선전은 업계서 지속적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이론의 여지는 있지만 특유의 성과주의 조직문화를 기반으로 한 단기 성장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아울러 성과의 배분과 관련한 전략도 대외적으로 인정을 받으면서 성장곡선을 뒷받침하고 있다.
업계 굴지의 삼성화재가 올해도 여전히 1위 자리를 수성하는 것은 물론, 기초체력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지만 주주환원 등에 대해선 투자자들의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는 것과 대비된다.
무엇보다도 순익만 놓고 보면 톱3가 당장 다음분기부터 순위가 뒤바뀌어도 이례적이지 않은 상황으로 격차가 좁혀졌다.
선두인 삼성화재와 3위 DB손보에 비해 메리츠화재는 미래가능성과 유의미한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차원에서 아직 갈 길이 남았다. 삼성화재 13조 3028억원, DB손보 12조 2000억원에 비해 메리츠화재는 10조 4687억원에 불과하다.
또한 지난해 순익으론 3위를 기록한 DB손보의 경우 그동안 노력을 기울인 해외진출 성과가 향후 가시화되는 부분까지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지난해만 하더라도 DB손보의 연결기준 순이익은 메리츠화재를 앞서고 있다.
손보사들애 쏠쏠한 성과를 올리는 동안 생보사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 2021년 실적만 보더라도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2개사가 연 당기순익 1조클럽에 이름을 올렸지만, 2022년부터는 삼성생명만 이를 유지하는 형국이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한화생명과 삼성생명의 연결기준 순익차는 1조원 이상으로 벌어졌다.
양 사 모두 업권 전반적으로 볼 때 준수한 성과라고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데 따른 시장 불안정성의 여파가 컸다. 보유자산의 가치하락 영향을 받은 것이다.
투자시장의 회복이 더디며 생보사들의 수익처인 변액보험 판매도 저조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경기침체 상황이 보험 신계약에 악영향을 미쳤을 뿐더러, 향후 인구구조의 변화 등에 따른 영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불황형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사실 수신 여력이 뒷받침되고 있는 은행권에 비해 여타 금융권의 불확실성은 매우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비록 보험업권은 맥락과 규제, 개념의 차이는 있지만 자산여력이 안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이는 곧 운용여지도 한정적이란 걸 의미한다.
박종훈 기자 plisilla@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