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권선형 기자] K배터리 기업들이 핵심광물 다변화를 통한 ‘탈(脫) 중국’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광물 의존도를 줄여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중국 리스크를 대비하는 모습이다. 현재 K배터리 기업들의 핵심광물 중국 의존도는 높은 상황으로, 의존도를 줄여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잠재적 위험을 대비하는 동시에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대응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K배터리 기업들은 그동안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를 꾸준히 진행해 왔다. 지난 12일에는 SK온이 미국 웨스트워터와 천연흑연 구매 계약을 체결하며 중국 의존도가 높은 흑연에 대한 공급망 다각화에 나섰다. 이번 계약으로 SK온은 웨스트워터로부터 2027~2031년 최대 3.4만t의 천연흑연을 공급받는다.
미국 IRA에 따르면, 2025년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을 외국우려기관(FEOC)에서 조달하면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흑연은 음극재의 약 95%를 차지하는 핵심 원재료로 FEOC로 규정된 중국 기업들이 전 세계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음극재 생산의 약 85%를 점유하고 있다.
SK온 관계자는 “미국산 흑연을 확보함에 따라 IRA 대응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며 “양사는 지난해 5월 체결한 배터리 음극재 공동개발협약에 이어 파트너십을 더 확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SK온은 2022년에는 호주 시라와 천연흑연 수급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데 이어 작년 1월에는 우르빅스와도 음극재 공동개발협약을 맺은 바 있다. SK온은 칠레 SQM, 호주 업체 레이크리소스, 글로벌리튬과 잇따라 계약을 맺는 등 양극재 확보도 집중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핵심광물 확보에 나서며 향후 떠오를 수 있는 공급망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6월 호주 퀸즈랜드 퍼시픽 메탈로부터 2025년부터 10년간 매년 니켈 7000t, 코발트 700t을 확보하는 계약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수산화리튬, 천연흑연, 니켈, 코발트 등 핵심원료를 확보해 나가고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적인 리튬 생산업체인 칠레 SQM과 2023년~29년 10만t 규모의 리튬 장기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등 리튬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10만t 규모의 리튬은 고성능 순수 전기차 200만대 이상의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는 물량이다. 이 계약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은 ‘하이니켈 고용량 전기차 배터리’의 원료로 사용되는 수산화리튬과 ‘로우니켈,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주로 사용되는 탄산리튬도 대규모로 공급받는다.
이밖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호주 그린테크놀로지메탈스와 2026년부터 5년간 매년 생산하는 리튬정광의 25% 공급받는 내용의 계약을 맺은 데 이어 호주 시라에게도 2025년부터 천연흑연 2000t을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
삼성SDI도 핵심광물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삼성SDI는 캐나다 니켈 광산업체 ‘캐나다니켈’ 지분 8.7%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SDI는 향후 상호 합의를 거쳐 15년 동안 니켈 확보량 20% 늘릴 수 있는 권리도 얻었다.
지난해 8월에는 호주 시라와 천연흑연 기반 음극재 공급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미국 루이지애나 주 공장에서 천연흑연 음극재를 공급받는 내용의 협약으로 올해 7월까지 시라의 음극활물질을 삼성SDI 배터리에 탑재하는 실증을 진행한다. 이후 검증을 거친 뒤 2026년부터 연간 최대 1만t의 천연흑연 음극활물질을 공급받는다.
이 같은 K배터리 기업들의 공급망 다각화에 대해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핵심광물 중국 의존도는 NCM 전구체 98.6%, 인조흑연 93% 수산화리튬 87.9%, 이차전지 제조용 전해액 69.5%에 달한다”며 “미국과 유럽이 중국과의 갈등이 심화되면 중국 의존도가 심한 이차전지 피해가 예상돼 가급적 빨리 중국 공급망에서 벗어나야 중장기 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선형 기자 peter@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