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톱티어 R&D 중심 기업 도약”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두 아들도 결국 이번 통합의 대의를 이해할 것이다.”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이 최근 임원회의에서 OCI그룹과 통합에 대해 이 같이 언급했다.
송 회장은 “가족간의 이견이 다소 발생했지만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통합을 반대하는 두 아들도 결국 거시적 안목으로 이번 통합의 대의를 이해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송 회장의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차남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는 양사 통합에 반대하면서 지난달 17일 수원지방법원에 신주발행을 금지해달라며 가처분을 신청했다. 뿐만 아니라 장·차남 일가는 송 회장 및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과 특수관계를 해소했다. 사실상 모친과 절연한 것이다.
송 회장은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가슴 아픈 일이지만 100년 기업 한미로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결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어 “오직 ‘R&D(연구개발)’를 외치며 평생을 산 고(故) 임성기 회장은 나의 오랜 친구이자 인생의 동반자”라며 “그가 유언처럼 남긴 마지막 말씀에 담긴 ‘한미의 비전’을 영원히 지켜내는 것이 나의 소명”이라고 설명했다.
임성기 회장, 유족에 “신약·R&D 중심 기업 한미” 당부
한미그룹은 지난 2020년 8월 창업주 임성기 회장이 세상을 떠나기 전 손주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도 공개했다. 이는 당시 함께 있던 송 회장이 메모로 남기며 알려졌다.
임성기 회장은 “우리가 제약, 신약 R&D에 최선을 다하고, 참 많은 약들을 개발했지만 여전히 우리 인체는 풀지 못한 비밀이 너무나 많다”면서 “이제 남은 너희들이 더욱 R&D에 매진해 그 비밀들을 풀어 나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더 좋은 약, 신약을 만들거라”며 “그것이 너희들의 숙제이자, 나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고 덧붙였다.
즉, 한미그룹은 ‘우수한 신약’과 ‘R&D(연구개발)’ 중심 기업이 돼야 한다는 게 고인의 의지인 셈이다.
송영숙·임주현, 한미 R&D DNA 지키다
신약개발은 프로젝트 1개당 약 10~15년, 1조원 이상이 소요된다. 흔들림 없이 지속돼야만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송 회장 역시 특정 개인의 즉흥적 경영 스타일에 한미의 R&D DNA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분유나 식품, 진단 사업 등이 아닌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의 핵심을 관통하는 ‘혁신신약 개발’만이 한미가 나아가야 할 방향임을 명확히 갖고 있다.
그러나 임성기 회장 별세 후 부과된 5400억원 규모의 상속세는 송 회장 가족의 고뇌를 깊게 했다. 상속된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지난해 10월 3만원 이하로 하락한 시기에는 ‘선대 회장이 한평생 일군 한미그룹을 통째로 매각하는 상황까지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절박한 위기감에 휩싸였다고 송 회장은 회상했다.
여러 해외 사모펀드들은 최근까지 현 주가의 2배가 넘는 금액을 제시하며 경영권 매각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송 회장은으 50년간 일궈온 한미의 일방적 매각 방식은 단호히 거부했다.
임주현 실장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면서도 아버지가 남긴 한미의 철학과 비전을 지켜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송 회장과 깊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한미가 국내 사상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모든 과정을 임성기 회장과 함께 진행한 만큼, ‘지켜야 할 것과, 양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철학은 부친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정도로 단단했다고 업계는 평가한다.
송 회장은 임주현 실장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OCI그룹과 통합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면서도, 창업주의 유산인 ‘한미의 DNA’를 지키며, R&D 중심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단단히 서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설득해 만장일치 결정을 받아냈다.
이로써 한미그룹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에 OCI홀딩스가 오르는 동시에, OCI그룹 1대 주주에 송 회장과 임주현 실장이 오르는 절묘한 통합 모델이 완성됐다.
‘뒷심’ 부족 한미그룹, OCI 손잡고 글로벌 톱티어 도약
한미그룹은 글로벌 신약개발 경쟁에서 ‘뒷심’ 부족으로 번번이 고배를 마셔왔다. 그러던 중 호중구감소증 치료 바이오 신약 ‘롤베돈’이 지난 2021년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받으면서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무엇보다 OCI그룹과 통합은 ‘글로벌 톱티어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퀀텀점프할 수 있는 강력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송 회장은 믿고 있다.
송 회장은 통합 발표 이후 한미 임직원들에게 띄운 글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탑 티어 기업으로 올라설 힘찬 동력을 마련하게 됐다. 회사가 한미 가족 여러분 삶의 울타리가 돼 주겠다는 약속은 더욱 굳건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동진 기자 bdj@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