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여신전문금융업권 대표 주자인 신용카드업의 최근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다. 매출과 수익의 위축세가 뚜렸한가 하면, 외부 경기상황 역시 호의적이지 않다. 이에 이를 타개할 미래 먹거리 발굴은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올해 3분기까지 카드 구매이용액은 총 828조 6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6.5%가 증가한 것이지만, 증가율은 뚜렷하게 둔화 추세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1분기 사이 반짝 증가세를 보였지만 2분기부터 급전직하 했다.
대출이용액 역시 74조 8000억원으로 같은 기간에 비해 5.1%가 감소했다. 이 중 현금서비스 이용액은 42조 3000억원, 카드론 이용액은 32조 5000억원이다. 대출 감소분은 1년 사이 4조 1000억원인데, 이는 카드론 이용액이 4조 2000억원 줄었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다.
카드론은 이용액이 줄었지만, DSR 규제에 따라 평균 만기가 증가했으므로 잔액은 증가했다. 특히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10월 말 기준으로 1조 4903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10월 말과 비교하면 47.5%,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34%가 증가했다. 결제성 리볼빙 이월 잔액도 2분기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추세는 취약차주가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대출상환이 어려운 차주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이 늘어난다는 것도 일시불 결제분의 상환이 어려운 차주가 증가했다는 것을 뜻한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 등, 국내 8개 전업카드사의 순이익 역시 대부분 부진하다. 이 중 현대카드와 롯데카드만 지난해에 비해 순이익이 증가했다. 롯데카드의 경우는 자회사인 로카모빌리티 매각으로 인한 일회성 수익이 반영된 것이다. 3분기 누적 3657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를 제외한다면 사실상 현대카드만 선방한 셈이다.
현대카드의 경우 3분기까지 누적 순익 2257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에 비해 8.6% 늘었다. 업계 톱3 입성을 위해 추격 중이다. 이를 제외하면 △삼성카드 4301억원(전년 동기 대비 5.8% 감소) △신한카드 4691억원(20.2% 감소) △KB국민카드 2724억원(22.7% 감소) △하나카드 1274억원(23.1% 감소) △우리카드 1174억원(34.1% 감소) △BC카드 696억원(48.2% 감소) 등 순이다.
금융감독원이 집산한 8개 전업카드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 42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12.8% 감소했다. 수익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이자비용 및 대손비용이 증가한 탓이다. 총자산이익률(ROA)은 1.41%로, 지난해에 비해 0.14%p 낮아졌다.
수신업을 할 수 없는 카드사의 실적 위축은 최근 지속되고 있는 고금리 상황에서 조달금리가 크게 뛰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긴축기조 완화가 예고되고 있지만, 그 효과가 언제쯤 반영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3년물 AA+ 여전채 금리는 지난 10월 말 4.9% 수준까지 올랐다. 11월부터 하락세를 보여 이달 초 4% 수준까지 떨어졌으나 좀처럼 꺾이지 않는 추세다.
3분기 기준 카드사의 평균 연체율은 1.30%이다. 상반기에는 1.58%로 빨간불이 켜졌으나, 연체율 관리를 위해 카드사마다 대출상품을 보수적으로 취급하는 등 노력에 의해 급한 불은 껐다.
물론 이러한 연체율 수준은 당장 우려스러운 숫자는 아니다. 그러나 카드사 금융상품 이용 차주들의 상환여력이나 신용도를 고려하면, 또한 이들 상당 수가 다중채무자임을 감안할 때 추후 경기 상황에 따라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계의 눈초리도 여전하다.
이상의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카드사들의 경영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요인은 △조달부담 지속 △결제수익성 위축 △자산건전성 악화 등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경제 여건은 이러한 세 가지 요인에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회복이 지연되며, 자영업 업황이 부진하다는 결과는 다시 카드사의 결제수익성 위축에 영향을 미친다. 거시적으로 가계부채가 누증되고 있는 현실은 결제수익성 위축과 자산건전성 악화에 다시 악영향을 미친다.
눈 앞으로 다가온 내년 경기전망을 보면 소비가 점진적으로 회복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그 시기를 특정하긴 어렵고 경우에 따라 하방요인도 여전하다. 특히 상반기 중에는 고금리와 고물가 상황이 여전할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며, 주택시장을 비롯한 경기 불확실성 역시 여전히 크다.
신용카드업의 수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자영업 업황 역시 우울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9년 4분기를 100으로 표준화했을 때 서비스업 생산직의 소득 수준은 2023년 1분기 말 기준 112.3인데 반해, 자영업자 소득은 92.2를 기록했다. 즉 자영업자의 소득은 3년 사이 오히려 줄었다는 것인데,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했을 때 소득감소 수준은 더 크다. 올해 상반기 기준 자영업자 대출 연체 잔액도 7조 3000억원으로, 지난 2020년 분기 평균에 비해 두 배 이상 커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카드사 입장에선 가맹점수수료를 올릴 여력이 없다. 가맹점수수료 이슈는 재산정 때마다 난제로 부딪치고 있는데, 실상 한계가 명확하다는 게 업권의 중론이다.
애플페이를 도입한 현대카드를 비롯해 다양한 간편결제와 제휴 확대가 그렇다면 수익성 확대에 새로운 물꼬를 틀 것인지 역시 불투명하다.
가령 현대카드의 경우 애플페이 도입으로 인해 신규고객 유입 효과가 분명하긴 해다. 그러나 약 4~5개월 가량 이 효과가 지속돼을 뿐, 미도입사의 평균 신규고객 유입 추이와 비슷해지는 수준에 이르렀다. 또한 애플페이의 경우, 발생 매출의 일정 부분을 애플사가 일종의 수수료처럼 가져가는 구조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런 게 아니더라도 8개 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기준 누적 제휴사 지급 수수료 비용은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5785억 7600만원으로, 2022년 상반기 누적분에 비하면 2073억원 이상 증가했다. 그에 비해 같은 기간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706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물론 간편결제 도입 가맹점이 늘어났기에 분명, 가맹점에서 비롯된 매출 증가도 있을 것이다. 상위 10개 간편결제사의 가입자 수는 2019년 말에 비해 2021년 말 1.4배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간편결제사의 매출 역시 같은 기간 3배 증가했다.
이처럼 간편결제 시장의 외연이 확장된 것이 신용카드사의 수익에 어떤 관계인지 분석이 필요하다.
간편결제 확대가 시장 전반의 총소비를 진작하는 차원에서 유의미한 것인지, 혹은 단지 간편결제 미도입점의 파이를 가져오는 것에 불과한지 여부도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간편결제 서비스의 이용행태 역시 신용카드 기반이 아니라 다양한 혜택 등에 유인된 선불결제 확대로 이어진다면, 신용카드사 입장에선 수익에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 더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간편결제 서비스 내에서 카드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점유율은 지난 2019년 43.8% 수준이었는데, 2022년엔 33.4%로 줄어들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신용카드 사용 인프라나 소비 인식이 갖춰지지 않은 국가의 경우, 신용카드를 건너뛰고 모바일기반 간편결제로 바로 넘어간 사례 등을 봐도 미래의 환경을 예단하기 어렵다.
박종훈 기자 plisilla@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