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고용노동부, 비정규직 공정 대우 원칙과 사례 담은 가이드라인 준비 중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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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박종훈 기자]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가 은행·증권사·보험사 등, 14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지난 2월부터 10월까지 실시한 비정규직 차별 기획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감독 결과 12개사에서 기간제 및 단시간, 파견 근로자 차별처우·불법파견·연차미사용수당 등의 금품 미지급을 포함, 총 62건의 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차별 처우 관련 법 위반은 총 7건에 21억 6000만원 상당이며, 불법파견은 1건이며 21명에게 해당하는 사안이다. 금품 미지급 건은 총 12건에 4억원 규모다.

차별적인 처우 사례를 구체적으로 보면 시중 모 은행에서 보증서관리와 압류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기간제 통상근로자(1일 8시간 근로)에게는 중식비 월 20만원과 교통보조비 월 10만원을 지급하면서,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1일 7.5시간 근무 단시간 근로자에게는 이를 미지급하는 경우가 있었다.

다른 은행에서는 직접고용 운전직 근로자에게는 통상임금의 100%에 해당하는 특별상여금을 지급하면서 운전직 파견근로자에게는 정액 40만원을 지급했다.

어느 은행에선 계약직 운용지침으로 기간제와 단시간 근로자만 출근시간을 영업시간 10분 전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이 역시 규정상 차별문구가 존재하는 것으로 규정 개정 등 시정을 지시했다.

한 증권사에서는 정규직 근로자에게는 추석 명절귀성비로 60만원을 지급하면서, 육아휴직 대체근로자 등 1일 6~7시간 근무하는 단시간 근로자에게는 이를 미지급하는 경우가 적발됐다.

다른 증권사에서는 영업점 상담창구에서 근무하는 정규직 근로자에게는 상여금을 기본급의 700%를 지급하면서,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기간제 근로자에게는 연봉액의 24.5~27.3%를 상여금으로 지급했다.

4개 금융기관에서는 금품 미지급 내용도 적발됐는데, 533명에게 돌아가는 내용이다. 시중 모 은행에서는 퇴직근로자 103명에게 연차휴가미사용수당 총 4412만원을 미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직근로자 96명에게도 연차휴가미사용수당 총 6845만원을 미지급했다. 모 증권사에서도 근로자 72명에 대한 연차휴가미사용수당 1억 9000만원을 미지급했다.

어떤 은행에선 1일 7.5시간 근무 단시간 근로자에게 2023년 최저임금 인상분을 미반영해 급여를 책정하는 ‘충격적’인 사례도 적발됐다.

임신근로자 시간외근로 등 모성보호 위반 사례도 7건이었다. 한 은행에선 산후 1년 미만 근로자 법정 시간외근로 한도를 초과하고 있었으며, 다른 은행에선 법령에서 정한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보다 짧은 기간을 부여하고, 유산이나 사산휴가의 경우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보다 짧은 기간을 부여하고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24일 오전 감독 결과 발표와 함께 감독 대상이었던 5개 은행과 5개 증권사, 4개 보험사 대표와 임원은 물론, 4개 금융협회 관계자도 참석한 가운데 ‘비정규직 근로자 차별 해소를 위한 금융업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각 기관의 대표 등은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고, 재발방지 노력을 하겠다"고 개선의지를 밝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시장 약자보호 및 법치 확립은 노동개혁의 기본으로, 공정한 노동시장, 차별없는 일터 조성에 힘써달라"며 “정부도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공정한 대우에 대한 기본원칙과 사례를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사업장이 자율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차별없는 일터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노총 출신 장관이 이끌고 있는 고용노동부의 이번 감독 결과 발표와 간담회 추진에 대해 한국노총 금융노조(위원장 박홍배)는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융노조는 24일 성명을 내고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하지도 악용하지도 말라"고 주장했다.

금융노조는 “그동안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요구해 온 가운데 우선 정부의 관심과 노력을 환영한다"면서도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실태 점검이 오비이락인지, 대통령의 ‘금융악마화'에 장단을 맞추기 위한 장관의 ‘정치쇼'인지는 의문이다"라고 밝혔다.

특히 “주69시간 근로시간제를 정책이라 내놓으며 노동자를 분노케 했던 고용노동부가 갑자기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난센스다"라며 “갑자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걱정하는 듯 하는 고용노동부의 태도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대책이라며 고용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 같은 잘못된 처방만 내려온 윤석열 정부의 또 다른 총선용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비정규직 차별화 해소와 실효성 있는 대책은 노동계와 적극적인 사회적대화를 통해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공공성 있는 기관들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일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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