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리스크, 위험 요소이자 기회일 수 있어"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국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기업들의 기후 관련 공시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ESG 공시 경우, 재무 공시처럼 기본적 수치를 전산으로 관리하지 않아 새로운 프로세스가 필요한 상황이다.
BDO성현회계법인은 8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기후리스크 TCFD 공시 전략 세미나'를 개최하고 기업들과 기후변화관련 재무정보공개협의체(TCFD)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이날 세미나는 사우스폴 컨설턴트들과 기업들의 ESG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전문가들이 모여 머리를 맞댔다.
TCFD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지난 2015년에 설립한 협의체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의 △거버넌스 △위험관리 △전략 △측정 지표 및 목표 등 4개의 핵심 영역을 공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 '전 세계가 주목하는' TCFD...EU가 밀고, 일본은 아시아 선도
관계자들은 TCFD를 전세계적인 현상으로 봤다. 금융권뿐만 아니라 비금융권까지 TCFD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스폴에서 기업의 기후 관련 등 공시 및 보고 관련 컨설팅을 맡고 있는 소냐 삼손은 "아시아권역에서는 일본이 TCFD에 높은 관심과 후원하고 있다. 아시아의 리더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은 최소 5년 전부터 ESG 리더로 자리매김하고자 심혈을 기울였다. 투자자들이 전 세계 추세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삼손은 "무역이 많은 국가들은 관련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어 대응을 빠르게 한다"고 설명했다.
정종철 ESG센터장은 "한국과 달리 닛케이 지수에서는 지속가능 점수를 기반으로 평가하면서 이를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스코프3(간접 배출량)를 배우는 단계였다면 일본은 이미 측정하고 선보였다"고 말했다.
삼손은 유럽연합(EU)이 ESG 공시를 이끄는 리더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U는 비금융 부문에서도 투명성과 공시 부문에서 명확한 방향을 설정한 상태다. 지속가능공시지침(CRSD)의 경우 EU만이 아니라 그 외 지역에서도 특정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북미도 전 세계적 경향과 같은 결을 하고 있다. 삼손은 "미국 역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를 채택하고 있다"며 "미국은 투자자들을 위한 규칙과 제안을 발표했다. 산업계 반발로 지연됐지만 통과돼 대출 데이터와 관련 내용을 의무화하게 됐다. 단계적으로 대형 상장사부터 의무화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 "리스크, 위험 요소이자 기회...수치화해 공개 필요"
기후 리스크 시나리오 분석의 시작이자 끝은 탄소중립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에도 탄소중립을 요구하는 만큼 중요 사항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탄소 저감을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데이터 관리 역시 복잡해 기업들이 고충을 겪고 있다.
TCFD의 리스크에는 물리적 리스크와 이행 기후 리스크가 있다. 그중 이행 기후 리스크를 세분화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을 가는 과정에 살펴봐야 할 리스크이자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리스크는 △정책과 법률 △기술 △시장 △평판 등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삼손은 "리스크라고 해서 모든 것이 다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기술' 부문은 리스크이자 기회로 봤다. 새로운 제품 출시를 통해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R&D 등의 투자와 저탄소 개발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평판' 부문 역시 리스크이자 기회로 작용한다고 봤다. 삼손은 "소비자들의 요구가 변하면서 어떤 것에 투자해야 하는 지도 변하고 있다. 이것이 리스크이자 기회"라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들은 TCFD가 수립한 △거버넌스 △위험 관리(리스크 관리) △전략 △측정 지표(매트릭스) 및 타목표(타깃) 등 4개의 핵심 영역을 공개해야 한다.
삼손은 "실제 기후는 동떨어진 것이 아닌 경영에 어떻게 통합할 수 있는가를 다루는 것이 좋다"며 "스코프1부터 3까지 온실가스 배출의 공시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측정 지표의 경우 스코프3와 관련된 부분이 많다. 스코프3 배출량을 어설프게 공시할 경우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의심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스코프3 배출량은 권장 사항이었지만 ISSB는 모두 공시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삼손은 "재무적 배출도 포함된다. 자산과 기업의 활동 특히 기후 관련 위기에 취약한 점을 수치화해 공개할 것으로 요구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삼손은 "국내 기업의 ESG 관련 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보고서는 전반적인 내용을 다양하게는 담고 있지만, 세부적 사항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정라진 기자 jiny3410@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