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 서울 편입 이슈가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포시를 서울에 편입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정하고 특위까지 구성했다. 내년 총선을 5개월여 남겨놓고 나온 ‘서울 메가시티’는 국토균형발전을 고민하기보다 김포시민을 표로 계산한 발상이 아닌가싶다. 그렇지 않아도 서울 일극중심이 초래하는 문제점은 차고 넘친다. 주거와 교통, 환경 등 복합적인 문제로 수도권은 중병을 앓고 있다. 이런 판국에 지방도시를 살찌우기보다 서울시 덩치를 더 키우겠다니 국가균형발전을 고민하는 집권여당이 맞는지 묻고 싶다.
메가 서울 구상은 여러 면에서 모순이다. 첫째 정부 정책 방향과 충돌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방시대 엑스포’와 ‘지방자치·균형발전의 날’ 기념식에서 “다 함께 잘살아 보자”며 “중앙 정부가 쥐고 있는 권한을 지역으로 이전하겠다”고 했다. 또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 초점을 맞춘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내놓았다. 그런데 여당은 서울을 불리는 ‘메가 서울’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정부와 집권여당 진의는 무엇인가. 서울 몸집을 불리는 동시에 지역도 살리는 묘책이 있다고 믿는 것인지 어지럽다.
둘째 ‘수도권 일극중심’ 가속화를 우려한다. 수도권 인구는 50년 전 전국 20% 선이었다. 지금은 과반(50.6%)을 넘는다. 또 국내 100대 기업 본사 86%, 취업자 과반이 수도권에 몰려있다. 한국은행 ‘지역 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비중은 OECD 26개국 중 가장 높다(2020년 기준). 이뿐 아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월평균 실질임금 격차는 53만원, 고용률 격차는 6.7%포인트에 이른다. 한은은 “일극체제는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이동하게 하는 원인이다”고 했다. 한은은 저출산 원인도 수도권 집중에서 찾는다. 생명체는 밀도가 높을수록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번식을 늦춘다.
셋째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메가 서울’. 국민의힘이 들쑤신 메가 서울은 김포를 넘어 구리와 고양, 부천, 광명, 과천, 하남으로 번지고 있다. 서울과 인접한 이들 배후도시는 평소 작은 이슈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서울과 인접한데다 생활권을 공유하고 있기에 서울 부동산 시장과 긴밀하게 연동돼 있다. 김포가 서울에 편입된다는 이슈가 불거지면서 벌써부터 부동산 시장은 들썩이고 있다. 시장 불안은 김포에 그치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할 조짐이다. 지방도시 40%가 소멸위기에 처한 참담한 현실을 감안하면 비정상적이다.
한은이 제시한 해법은 서울 확장이 아니다. ‘비수도권 거점도시’ 육성이다. 국민의힘은 서울을 키워야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가 경쟁력은 수도를 확장해서 창출되는 게 아니다. 국토를 골고루 발전시킬 때 지속가능한 발전과 경쟁력은 확보된다. 사회간접자본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역정책을 외면하는 대신 오히려 투자하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국토를 고르게 발전시키면 국가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정부 정책은 가성비를 따져 ‘되는 곳’에만 집중했다. 사회간접자본이 발달한 수도권에 투자할 때 단기간에 성과가 난다는 것인데 허점이 많다.
태조 이성계 어진(초상화)을 소장한 전주 어진박물관은 좋은 사례다. 한때 전주시와 문화재청은 태조 어진을 누가 영구 소장할 것이냐를 두고 대립했다. 애초 어진은 전주경기전이 소장해왔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전주경기전 시설이 열악해 손상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2년여 동안 어진을 전주시에 돌려주지 않았다. 결국 국비를 들여 전주경기전에 어진박물관을 짓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어진이 전주경기전으로 돌아온 것은 문화재는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부합한다. 나아가 사람과 돈을 비롯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서울 블랙홀에 제동을 건 사례다.
국토균형발전도 간단하다. 서울 일극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서울 안에서 서울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답이 보이지 않는다. 서울 밖에서 지역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얼마든지 해법은 있다. 지역에서 국토균형발전을 고민할 때 국가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 지역소멸을 방치하는 정치는 비정상적이다. 나아가 서울과 수도권 탐욕만 부채질한다면 책임 있는 집권여당이 아니다. 수도권만 비대하게 확대한다면 국가라는 공동체는 유지하기 어렵다. 사회간접자본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외면할 게 아니라 열악한 지역을 채우는 역발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거듭 말하지만 김포시 서울 편입은 지역차별을 노골화하고 공동체 불신을 조장하는 졸속 정책이다. 현 정부는 문재인 정부 최대 실정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는다. 김포시민 표를 얻기 위해 편입을 강행한다면 문재인 정부 실책을 답습할 우려가 높다. 정말 김포시 편입이 필요하다면 전문가 TF를 꾸려 오랜 시간을 두고 고민해야 한다. 그에 앞서 김포 교통난 해소를 위해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을 검토하는 게 훨씬 실효적이다. 삶터와 일터를 연결하는 현실적인 방안에 집중하자.
임병식 정치전문 논설위원 ybs@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