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철강·시멘트·알루미늄 등 6가지 시범 적용
'탄소다배출' 철강업계, EU 수출규모는 5위권 내
"국내 기업, 장기적 탄소경영 전략 모색 필요"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기후위기 가속화로 유럽연합(EU)이 꺼내든 '탄소국경조정세(CBAM)'라는 불이 '국내 산업계' 발등에 떨어졌다. 오는 10월 시범 시행에 포함된 철강·알루미늄·시멘트 등은 대표적 탄소다배출 업종으로, 이들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전환기간에는 배출권 구입 등이 의무는 아니지만, 배출량은 의무보고해야 하기에 행정적 부담을 지게 됐다.

특히 시범 적용되는 탄소의 배출범위와 관련해 향후 간접배출 적용 대상 산업이 지금보다 더 확대될 경우 화석연료 기반의 전력으로 생산된 수출 상품은 EU 시장에서 가격경쟁력 하락이 예상된다. 이에 따른 국내 산업계 피해와 대처방안 등을 살펴봤다.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집행위원회 본사 앞 유럽연합(EU) 국기가 휘날리는 모습. / 연합뉴스.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집행위원회 본사 앞 유럽연합(EU) 국기가 휘날리는 모습. / 연합뉴스.

◆ 6가지 한해 10월부터 시범 시행..."저탄소 배출상품으로 공급망 재편 전망"

CBAM은 탄소배출 감축과 EU 역내 산업 보호를 위한 제도로, EU의 수입품에 내재된 탄소배출량 만큼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본격 시행되기 전 전환기간인 2025년 12월 말까지는 보고 의무만 부과된다. 이때 적용되는 품목은 △철강(철 및 철강 제품) △시멘트 △알루미늄 △전기 △비료 △수소 등 6가지다. 

한국무역협회의 '미리보는 EU 탄소국경조정제도 시범 시행 기간 주요 내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6가지 품목의 대(對) EU 수출액은 지난해 기준 EU 수출액(약 681억달러)의 7.5% 규모로, 약 51억달러(약 6조8723억원)이다. 

전환기간 동안 보고나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을 경우 톤당 10~50유로의 벌금 등 벌칙이 부과될 예정이다. 첫 보고서는 2023년 10~12월을 대상하며, 내년 1월 내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탄소배출량 산정 방식은 2024년까지는 EU 역외인 제3국의 방식이 허용되지만, 2025년부터는 EU 방식만 가능하다. 

이정아 무협 수석연구원은 "우리 기업은 CBAM 전환 기간 보고 의무를 성실히 준수해 과태료 부과 등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2025년부터는 한국식으로 산정한 탄소 내재 배출량이 허용되지 않는 만큼 기업에서는 불리한 산정 기준이 적용되지 않도록 내재 배출량에 대한 측정·관리체계를 구축해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수석연구원은 "주요국의 탄소 규제가 강화되면서 향후 저탄소 배출 상품으로 공급망이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한국 기업들은 탄소중립 경영, 저탄소 공급망 재편 등 장기적인 탄소경영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환기간이 끝나는 2026년부터는 대상 품목 확대와 인증서 구입 등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국회 미래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EU 대상 수출액은 약 67조원으로 전체 수출액의 13.2%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CBAM 시행에 따른 국내 산업계의 총 부담액은 8조2456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우선 2026년 이후 전년도에 수출한 상품의 내재 탄소배출량에 상응하는 인증서를 구입해 EU 측에 제출해야 한다. 다만 원산지국에서 이미 지불한 탄소세가 있다면 인증서에서 같은 양이 차감된다. 

아울러 CBAM 인증서를 제출할 때 EU ETS의 배출권 무상할당량을 반영토록 했다. 2026~2030년 사이 무상할당량을 감소시켜 궁극적으로 CBAM 대상 부문의 무상할당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ETS 무상할당량 감축은 CBAM 인증서 제출을 높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에는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오는 10월 시범 시행되는 가운데 국내 산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해보인다. 사진은 동국제강의 '에코아크 전기로'. / 동국제강 제공. 

◆ '對EU 수출 5위' 철강, '연간 3620억원' 추가 부담 예상

CBAM 적용 대상 가운데 철강업계의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의 대EU수출 비중이 6가지 적용 품목 중 가장 크며, CBAM 시행 시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 규모 역시 가장 크기 때문이다. 

EU는 한국이 다섯 번째로 많은 철강을 수출하는 국가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2018~2020년 대EU 수출에서 철강은 298만2648톤으로 전체 9.8%을, 수출액 27억7920만달러로 전체 10.3%를 차지했다.

더구나 조하현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의 지난해 12월 연구 발표에 따르면 CBAM 시행 후 국내 산업계는 연간 약 5309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그중 철강업계에서만 3620억원가량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2017∼2019년 철강업계 EU 평균 수출액의 약 10%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 품목 가운데 철강은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량이 많은 반면, 철강업계의 대EU 수출 규모는 최근 증가세에 있다. 

기후솔루션과 엄지용 카이스트 녹색성장대학원 교수팀의 '한국 철강 부문의 2050 탄소중립 경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철강 업계의 탄소배출량은 전체 39%를 차지했다. 국내로만 따진다면 13.1%가량이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다만 당장의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국내 철강 제품이 EU의 주요 철강 교역 상대국보다 탄소배출 집약도가 낮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의 탄소배출권거래제인 K-ETS가 반영돼 인증서 구입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 

한국무협 보고서에 따르면 EU 주요 철강 수입국의 탄소배출 집약도는 우리나라가 달러당 0.18kg다. 가장 높은 인도(2.01kg/$)의 10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다.

◆ '탄소다배출 업종' 알루미늄·시멘트, 철강 비해 타격은 미미

알루미늄도 철강과 함께 대EU 수출 규모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2018~2020 대EU 수출량은 6만1366톤으로 전체 6.2%를 차지한다. 수출액은 1억8785만1000달러로, 전체 6.7%다. 

이번 CBAM 대상 품목에 한해서 알루미늄은 전체 10.6%(5억4000만달러)를 차지했다. 특히 EU 이사회에서는 대상 품목의 확대 대신 EU 집행위원회 안을 바탕으로 알루미늄의 세부 품목(하류 부문)을 늘렸다. 그중 알루미늄에 가장 많은 5개의 세부 품목이 추가됐다. 

시멘트 역시 투입재 탄소 배출이 많은 업종으로 분류된다. 시멘트업은 고온의 소성공정을 위해 화석연료인 유연탄을 주재료로 사용한다. 연소 과정 속 톤당 0.8톤 이상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연간 배출량이 22억톤에 달해, 전체 배출량의 8%를 차지한다. 

다만 시멘트를 비롯해 비료·수소의 대EU 수출은 544만달러(약 73억 3638만원)로, 대EU 총 수출액의 0.1%에 불과해 다른 품목들보다 타격이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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