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주담대 연체율 사상 최고 수준…연령대 중 가장 높아
학자금 체납률 10년 만에 가장 높아  
우리나라 청년층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우리나라 청년층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우리나라 청년층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이 없거나 고용이 불안한 청년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연령대에서 가장 높게 집계됐고, 취업 후에도 학자금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하는 청년 비중은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청년층의 부채 부담은 금융시스템의 잠재 불안 요소일 뿐 아니라 사회 문제인 저출산 현상을 부추길 수 있는 요소로 판단하고 있다. 

19개 은행(시중·지방·인터넷은행)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연령별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2분기 말 기준 만 20대 이하 연령층의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44%로 집계됐다.

30대·40대·50대·60세 이상 연령층의 연체율은 각각 0.17%, 0.21%, 0.20%, 0.21%다. 

만 20대 이하 연령층의 연체율은 2018년 3분기 말 이후 약 5년 만에 가장 높을 뿐 아니라, 사실상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2018년 이전 연령별 연체율이 제출되지 않았지만, 최근 5년 사이 부동산 가격 급등과 저금리 등으로 20대의 대출과 연체액이 급증한 만큼 연체율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6월말 기준 20대 이하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4조 2500억원으로 2018년 9월말 13조 4700억원과 비교해 무려 11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같은 기간 연체액도 200억원에서 7.5배 수준인 1500억원까지 증가했다. 

특히, 19세 이하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올해 2분기말에 20.0%에 이르렀다. 2022년 1분기 말까지 줄곧 0%였던 19세 이하 연체율은 지난해 2분기 12.5%로 올랐고, 불과 1년 사이 7.5%p나 뛰었다. 

이는 주택금융공사 보증부 청년 전·월세 대출 정책 금융상품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상품은 경제 취약계층인 청년층의 전세보증금과 월세를 지원하자는 취지로 도입됐으며, 만 19세 이상 30세 이하 청년 가운데 '무소득자'도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청년층은 취업 후에도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취업 후 상환 학자금 의무 상환 대상자는 29만 1830명으로 2018년(18만 4975명)과 비교하면 60% 가까이(57.8%) 증가했다. 전체 학자금 규모는 3569억원으로 2018년 2129억원보다 무려 67.6% 늘었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 제도는 대학생에게 등록금 전액과 생활비(연 300만원 한도)를 대출해 주고 소득이 발생한 후 소득 수준에 따라 상환하는 제도다.

문제는 학자금 체납 규모다.  

지난해 학자금 체납액은 552억원으로 2018년 206억원보다 무려 168%나 뛰었다. 체납 인원도 2018년 1만 7145명에서 지난해에는 4만 4216명으로 158% 증가했다. 

지난해 체납률은 15.5%로 2012년(17.8%)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졸업 후 일자리를 구하고도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이 많다는 뜻이다. 

누적되는 부채를 견디지 못하고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비중 역시 최상위 수준이다. 

서울회생법원의 '개인회생사건 통계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30대 이하 청년의 개인회생신청 비중은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46.6%로 전년(45.1%) 대비 1.5%p 상승했다. 

국책은행 역시 청년층의 부실한 경제적 여건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 보고서'를 "취약차주(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신용등급)의 연체율을 보면 2020년 이후 취급된 가계대출 연체율이 최근 상당히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2020년 이후 취급된 가계대출 가운데 30대 이하 차주의 비중이 과거보다 높은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2013∼2019년 취급된 가계대출 가운데 30대 이하 차주의 대출 비중은 29.6%였지만, 2020∼2021년 가계대출의 경우 같은 연령층의 비중이 38.3%로 커졌다”며 "해당 차주들의 소득 기반이 여타 연령에 비해 취약한 만큼, 한동안 30대 이하를 중심으로 2020년 이후 취급된 가계대출의 연체율이 예상보다 높게 상승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에서는 청년층의 부채 증가는 곧 사회적 문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수년 사이 주택 매매 가격은 물론 전월세 시세도 뛰면서 젊은 층이 갈수록 대출에 의존하는 상황이다”며 "젊은 층의 빚이 늘어날수록 이자 부담 등으로 결혼과 출산 연령이 늦춰지고 아예 혼인이나 출산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경숙 의원은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소득기반 등이 취약한 30대 이하의 연체율이 추가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청년층의 과도한 빚은 소비위축과 함께 금융은 물론 경제 전반의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는 만큼 청년 대출을 관리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채무자 대상으로 상환을 유예하고, 납부 가능성이 높은 체납자 위주로 징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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