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다섯 번의 선거, 버려진 현수막만 1만3985톤 달해
“폐현수막, 재활용 용이하지 않아…재활용율 30% 안된다”
대한민국의 입법을 담당하고 있는 국회는 하루에도 수 많은 법률안이 다뤄지고 있다. 정책에 있어서 입법은 국민들의 삶에 직접 영향이 있는 만큼 실효성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유익한 법안 발의에도 현안 이슈와 맞물려 국회에서 계류되고 있는 법안은 무수히 많다. 이에 한스경제는 'SHOW ME THE 법안'을 통해 쟁점 법안부터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지만 무심코 넘어갈 수 있는 법안까지 세밀하게 살펴본다. <편집자주>
[한스경제=박수연 기자] 지난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제작된 선거용 현수막은 12만 8000여매. 이를 한 줄로 이으면 서울에서 도쿄까지 갈 수 있는 거리다.
현행 선거법상 선거용 현수막은 한 후보당 해당 선거구의 읍‧면‧동의 2배 이내로 게시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정당들이 무분별하게 내건 현수막이 도시 미관과 환경을 헤치고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4월 22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용 현수막의 난립 역시 우려되고 있다. 특히 합성섬유와 특수용액 등으로 제작된 현수막은 재활용마저 어려워 대부분 소각하거나 매립하고 있기 때문에 환경오염에 대한 걱정이 커져가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 5년간(2018년~2022년)동안 실시한 다선 번의 선거에서 발생한 폐현수막은 1만3985톤에 달한다. 선거철 마다 막대한 폐현수막이 쏟아지지만 재활용률은 약 25%로 저조한 실정이다.
◆ 권칠승‧엄태영 의원 “제작 단계서부터 재활용가능토록”
이에 따라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은 선거용 현수막 제작 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소재를 사용하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가명, 친환경 선거현수막법)'을 발의했다.
권칠승 의원은 지난해 10월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유권자에게 발송된 선거공보는 약 4억부, 첩부된 선거벽보는 약 119만 매에 달한다"며 "특히 현수막의 경우 재활용율이 높지 않아 대부분이 소각되는데 이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 따르면 무게가 1.2kg인 현수막 1장을 사용하면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무게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하면 6.28kg이었다. 가장 최근 치른 제8회 지방선거에서 사용된 현수막 12만8000장을 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대입해보면 선거 한 번에 803.8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 셈이다.
엄태영 의원은 2021년 7월 선거용 현수막을 친환경 소재로 제작하는 내용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엄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던 2020년에 발생한 폐현수막의 중량은 총 1739톤에 달하나 이 역시 재활용률은 408톤으로 23.5%에 불과했다.
엄 의원은 재활용 현수막 게시 등 규정을 위반할 경우 각종제한규정위반죄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 행안위 계류, 마지막 정기국회서 통과될까
하지만 권칠승‧엄태영 의원이 발의한 두 법안은 모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행안위는 검토의견서를 통해 "폐현수막은 일반적으로 세척 건조 코팅 등의 과정을 거쳐 재활용 가능한 상태로 제작된 후 에코백, 지갑, 마대자루 등으로 재활용되고 있다"며 "개정안의 취지대로 선거용 현수막이 처음부터 세척이 쉬운 재질로 제작되는 등 재활용 촉진조치가 이뤄진다면 선거용 현수막의 재활용 활성화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만큼, 선거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재활용이 용이한 현수막에는 주로 '타이백'이라는 소재가 사용되고 있는데 '타이백 현수막'은 일반 현수막에 비해 제작 단가가 2~3배 가량 비싸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행안위는 "선거비용이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재활용 촉진 조치로 인해 현수막 제작 단가가 상승할 경우, 그만큼 다른 선거관련 비용에 제출할 수 있는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행안위는 검토보고서를 통해 엄태영‧권칠승 의원의 친환경 선거현수막법을 병합‧심사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실 관계자는 "선거에 관심이 쏠리는 연말이나 마지막 정기국회에 들어서면 논의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이때 통과된 (친환경 선거현수막법 등)법안들이 연초나 연말쯤 성과가 생기지 않을까싶다"고 설명했다.
박수연 기자 ddunip@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