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29개국에 해외계열사 설립...미국에 최다
/한화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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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그룹이 해외에 세운 법인(계열사)의 수가 568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에 설립한 계열사 보다 2600곳 이상 많은 것이다. 특히 한화의 경우, 지난 2018년 이후 400개 이상 해외법인을 늘렸으며 삼성은 같은 기간 100여 곳을 줄였다.

기업분석전문인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가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자산 5조원 이상 82개 그룹을 대상으로 해외계열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이들 82개 그룹이 높은 지분으로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해외법인은 129개국에 총 5686곳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국내 계열사 숫자는 올해 기준 3076곳인데, 해외법인이 2610곳 많은 것이다.

특히 한화가 739곳으로 가장 많은 해외법인을 두고 있었다. 2021년 447곳에서 2022년 637곳으로 늘었으며 1년 사이 다시 102개가 증가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보다 올해 공시 기준, 미국에 세운 해외법인이 198개에서 241개로 45개가 늘었으며 스페인에 설립한 해외법인도 83개에서 105개로 22곳이 늘렸다.

한화 다음으로 해외계열사가 많은 그룹은 SK이다. 모두 598개로 1년 사이 57곳이 늘었다. 

삼성은 모두 566곳의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지난 2021년까지만 해도 국내 그룹 중 가장 많은 해외계열사를 거느렸는데 역으로 이를 줄여나가는 추세다. 

지난 2018년만 해도 모두 663개 해외법인을 보유했지만, 이후 시나브로 줄여왔다. 2021년엔 594개, 2022년 575개 등이다. 5년 사이 모두 99곳을 줄였다. 특히 중국에서만 봐도 지난 2018년 87곳을 올해 65곳으로 5년 사이 22개를 줄였다. 브렉시트 이슈 이후 영국에서도 같은 기간 47곳을 32곳으로 15곳을 철수시켰다.

그밖에도 올해 기준 △CJ(393곳) △LG(278곳) △롯데(204곳) △GS(156곳) △포스코(142곳) △네이버(105곳) 순으로 해외법인 숫자가 많았다.

국가별로 보자면 미국에만 모두 1321개가 있어서 가장 많다. 지난해 1169곳에서 1년 사이 152개가 늘었다. 이는 전체 해외계열사의 23.2%에 해당한다. 국내 대기업들이 미국 시장을 중요한 사업 무대로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뒤를 이어 중시되는 시장은 중국이다. 모두 845곳의 해외법인을 운영 중이다. 다만 미국과 달리 미묘한 차이를 보이는데, 1년 사이 여타 해외법인이 모두 400곳 가량 증가하는 데 반해, 중국 법인은 겨우 5곳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따라서 전체 해외법인 중 중국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14.9%로 오히려 지난해에 비해 1%p 감소했다.

지난 2021년의 숫자만 보더라도 홍콩을 포함한 중국 법인 숫자는 모두 1037개로 미국보다 152곳이 많았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부터 역전된 것이다. 특히 홍콩에 세운 법인 숫자는 2020년 170곳에서 2021년 163곳으로, 2022년 154곳으로 줄었다. 올해의 경우엔 154곳으로 지난해와 동일하다. 더이상 홍콩에는 새 회사를 설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 등의 여파가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에 반해 싱가포르에선 홍콩과 달리 점점 회사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167개에서 지난해 186개로 늘었고, 올해는 206개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아시아 금융허브 도시로 홍콩보다 싱가포르를 선호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베트남 역시 중요한 시장이다.최근 1년 사이 베트남에 세운 국내 그룹의 해외계열사 수는 모두 299곳으로 31곳이나 더 간판을 달았다. 생산 거점 국가이면서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중요한 전략 요충지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일본 210곳 △프랑스 190곳 △인도네시아 187곳 △인도 154곳 △스페인 140곳 등도 중요시되고 있는 지역이다. 전쟁 상황이 길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에는 모두 12개 법인이 있으며, 러시아에도 63개가 있다. 지난해에 비해 증감은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조세피난처로 거론한 지역인 버진아일랜드, 케이맨제도, 마샬아일랜드 등지에 국내 그룹이 세운 해외법인은 모두 107개였다. 룩셈부르크, 라부안 등의 조세회피성 국가로 분류되는 곳에도 모두 666곳이 설립돼 있다. 대략 전체 숫자의 13.6%에 해당하는 773곳의 해외법인은 조세부담을 회피하거나 줄이기에 좋은 국가에 설립한 것으로 보면 된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국내 대기업이 여러 국가에 해외법인을 많이 세우는 것은 글로벌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전초 기지를 만든다는 점에서는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 다른 나라에 공장과 회사를 설립함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 등이 다소 줄어든다는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고 말했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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