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타그리소’와 하반기 빅매치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내년 연매출 1000억원대 블록버스터 품목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하반기 예정된 주요 학회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타그리소’와 임상 데이터 기반 우수성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렉라자의 건강보험 급여 등재 예상 시점은 내년 상반기다. 이 약물은 2021년 1월 2차 치료제로 품목허가를 받은 지 2년여 만인 지난 6월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차 치료제’로 인정받았다.
국내 31호 신약인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개발한 3세대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지난 2018년 11월 미국 얀센에 총액 1조 4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되면서 글로벌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업계에서는 렉라자가 건보 등재 후 연간 약 1575억원의 매출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비(非)보험 기준 연간 약값 7000억원에 건보 등재에 따른 할인 25%를 적용(약 5250억원)하고, 여기에 처방환자 수 3000명을 가정한 결과다.
앞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경우 지난해 2차 치료제에서 1차로 급여 확대되면서 국내 매출 2396억원을 기록, 단일품목 기준 가장 높은 처방액을 기록했다. 전년 2001억원과 비교했을 때 19% 성장한 수치다.
유한양행도 국내 처방 확대를 위한 전례 없는 전략을 기획했다. 회사는 지난달 렉라자 보험급여 등재 전까지 한시적으로 국내 환자들에게 동정적 조기 공급 프로그램(EAP) 방식으로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EAP는 전문의약품의 시판허가 이후 진료 현장에서 처방이 가능할 때까지 인도적 목적으로 해당 약물을 무상 공급하는 프로그램이다. 유한양행은 환자 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2·3차 의료기관의 신청을 받아 일련의 심사·허가를 거쳐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신약 중 보험 급여 등재 전까지 무제한으로 의약품을 무상 지원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최근 EGFR 돌연변이를 동반한 비소세포폐암 4a기 진단을 받은 60대 남성과 폐선암 1기로 진단돼 수술을 받고 재발한 50대 여성이 각각 EAP 1·2호 환자로 등록되면서 처방 확대 포문을 열었다.
업계에서는 유한양행이 EAP를 통해 ‘사회공헌’과 ‘시장 안착’이라는 두 마리를 토끼를 잡았다고 평가한다.
현재 국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타그리소 1065억원, 렉라자 16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렉라자는 지난 6월 30일 국내 시장에서 1차 치료제 승인을 받았다”며 “보험약가를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 받아 출시되면 타깃 환자는 현재 3000명 내외로 1000억원대 매출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렉라자는 1차 보험급여 되기까지 EAP를 무상으로 시행할 계획을 밝혀 연내 매출 기여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나, 내년 건보 적용 후 국내 점유율의 급격한 상승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렉라자가 국내보다 글로벌 시장 성공 여부가 중요하다고 진단한다. 얀센은 현재 렉라자와 자사 표적 폐암치료제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의 비소세포폐암 1차 환자 대상 병용투여 임상을 진행 중이다.
특히 올 하반기 주요 학회에서 렉라자 병용 임상과 타그리소 병용 임상에 대한 각각의 데이터 발표가 예정돼 있다. 이를 통해 어떤 약물이 더 우수한지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허 연구원은 “하반기는 학회 데이터 빅매치가 예정돼 있다”면서 “9월 폐암학회(WCLC)에서 타그리소+화학 결과와 10월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렉라자+아미반타맙 병용 ‘MARIPOSA(마리포사)’ 발표가 예정, EGFR 폐암 1차의 챔피언 벨트를 누가 차지할 것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변동진 기자 bdj@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