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덕 교수 제공
서경덕 교수 제공

[한스경제=김정연 기자] 울산의 대표적인 여름 축제 ‘태화강대숲납량축제’에서 일본 군국주의 상징인 ‘731부대’를 소재로 한 체험프로그램이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주최 측은 프로그램을 변경하고 사과했지만, 비판 여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7일 행사를 주최·주관하는 한국연극협회 울산광역시지회(울산연극협회)에 따르면 올해로 16회를 맞은 태화강대숲납량축제는 8월 11일부터 14일까지 태화강 국가 정원 야외 공연장 일대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행사 기간에 운영하는 ‘호러 트레킹 코스’에 ‘731부대’를 소재로 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비판이 제기됐다.

731부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만주 하얼빈 일대에 주둔하면서 한국인, 중국인, 러시아인 전쟁 포로 등 약 3000명을 대상으로 각종 세균실험과 약물 실험 등을 자행한 세균전 부대다.

울산연극협회 누리집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누리꾼은 “일본 제국주의가 자행한 국가폭력이 장난인가”라며 “심지어 축제가 광복절 직전인데 이게 문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못 했느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 역시 “역사의식은 어디 간 거냐. 어떻게 731부대를 축제 소재로 쓸 생각을 했느냐”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울산연극협회는 26일 밤 누리집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해당 프로그램에서 731부대 관련 내용을 삭제했다. 협회는 사과문을 통해 “금번 호러트레킹 코스 중 731부대 관련해 (해당) 업체와 코스로 지정한 점,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아직 축제가 시행되기 전이라 지적하신 트레킹 코스를 수정해 변경했다”고 밝혔다.

현재 주최 측이 731부대 프로그램을 삭제하기로 했지만, 시민의 항의는 이어졌다. “울산시의회에서도 축제에 대한 사전 보고를 받았을 텐데 어떻게 731부대가 호러트레킹 같은 프로그램에서 여과 없이 통과될 수 있느냐”, “이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실수다", "사과로 끝낼 일이 아니다" 등 사과문이 가볍다고 비판했다.

한편, 관리·감독 주체인 울산시는 해당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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