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유지업무 인원 제외한 모든 직업 파업 중
[한스경제=양미정 기자] 전국 보건의료산업노조가 총파업 종료를 선언했지만 일부 병원지부에서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들 병원의 투쟁은 지난 13일부터 시작돼 7일차에 접어들었지만, 큰 입장차로 교섭이 번번이 결렬되면서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고려대와 부산대, 아주대 병원을 비롯해 전국 17개 사업장에서 조합원 5000여명이 참여한 개별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19년 만에 대규모 파업인 만큼, 이를 두고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과 환자를 볼모로 이득을 쟁취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대립하고 있다.
19일 고대의료원 3개(안암, 구로, 안산) 병원의 조합원 1000여명은 고대안암병원 로비에서 △환자 안전을 위한 비정규직 정규직화 △각 부서 인력 기준 마련 및 적정 인력 배치 △합당한 대우와 적정소득 분배를 요구했다.
고대의료원지부 관계자는 “우리 병원은 지난해 의료수익 1조 4200억원, 당기 순이익 760억원, 경상이익 1590억원을 기록하는 등 고도성장을 이룩했다”며 “이는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일반직 노동자들의 노력과 헌신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원장 역시 노동집약적 의료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라고 강조했으나 실제 비정규직의 비율이 나날이 높아지고 임금수준은 낮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고대의료원은 ‘빅5 병원(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대, 신촌세브란스, 서울성모)’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병원 확장 및 증축을 통해 초격차 연구 중심 의료기관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력은 비용절감을 이유로 계약직으로 채용하며 정규직의 85%에 그치는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고대의료원은 현재 파업 7일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교섭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협상에 임하지 않고 있다.
고대의료원지부는 협상이 없다면 파업 종료도 없다며 ‘강대강’ 대치를 시사했다. 노조는 현재 병원 로비를 넘어 재단까지 진행한 상태다.
보건의료노조 부산지부 역시 협상이 불발돼 지난 17일부터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대병원은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는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다면 오는 20일부터 거리 행진 및 선전전, 시민단체와의 연대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파업 장기화가 예고되자 노조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환자의 안전을 위해 시작했다는 파업으로 인해 정작 환자에게 절실한 진료와 입원, 수술이 미뤄지거나 취소되자 일각에서는 “노조가 원하는 목적을 얻기 위해 환자를 인질 삼은 게 아니냐”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또 투쟁의 목적이 ‘생명 중시’가 아닌 ‘생명 경시’로 변질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한편 보건노조는 △간병비 해결을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5 제도화와 적정인력 기준 마련 △불법의료를 근절하기 위한 의사인력 확충 △필수의료서비스를 책임지는 공공의료 확충 △코로나19 전담병원 정상화를 위한 회복기 지원 △코로나 영웅에게 정당한 보상 △9·2 노정합의 이행 등 7대 요구안을 명분으로 파업을 시작했다.
보건의료산업노조 관계자는 “교섭이 마무리돼야 더욱 좋은 환경에서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하루 빨리 파업을 마무리하고 환자들에게 돌아가고 싶다. 빠른 협상을 위해서는 병원 측의 적극적인 태도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양미정 기자 ymj@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