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보험업계와 수의료계, 바라보는 시각차 커...사회적 합의 더딜 듯
/KB손해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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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박종훈 기자] 국정과제에 포함돼 주목받았던 반려동물보험(펫보험)의 국내 시장 안착이 주요 쟁점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엇갈리며 더디기만 하다. 이에 법제도를 중심으로 하는 규제 확립보다, 시장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반려동물 수는 799만마리로 추정된다. 개가 545만마리, 고양이가 254만마리 가량이다. 우리나라 반려동물 수는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인구구조의 변화와 코로나 팬데믹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선진국들 역시 마찬가지 추세다.

이에 따라 동물의료시장을 포함한 연관 산업 역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애큐먼 리서치 앤 컨설팅이 2022년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전 세계 동물의료서비스 시장 규모는 995억달러로 추산되는데, 2030년에는 162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역시 마찬가지다. 반려동물 연관산업의 시장 규모는 2020년 4조 3753억원 규모며, 2027년에는 6조 55억원 뀨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 역시 고령화되고 있다. 또한 동물의료기술 역시 발달하고 있다. 따라서 동물병원 진료비 역시 증가 추세로 1회 평균 진료비용은 약 8만 4000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 2021년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이들 중 응답자의 82.9%가 동물병원 진료비가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그에 반해 펫보험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보유계약 7만 2000건, 원수보험료 287억 5000만원 규모다. 가입률로만 보면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스웨덴이 40.0%, 영국이 25.0%, 노르웨이가 14.0%인 것에 비해 가입률 차이가 크다. 미국만 하더라도 2.5%에 달한다.

전체 손해보험의 원수보험료 규모가 120조 1108억원 규모인 것과 비교하면 펫보험의 원수보험료는 0.024% 수준에 불과하다.

동물병원의 진료항목은 모두 비급여로, 병원마다 7~8배의 진료비 편차가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실정다보니 보험사 입장에서도 펫보험 상품을 다양하게 출시하기 어렵다. 리스크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보장범위도 제한적이다.

지난 4월 보험연구원이 주최한 ‘반려동물 헬스케어 산업과 보험의 역할 강화’ 세미나에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펫보험이 반려동물 양육비·진료비 경감과 관련해 관련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며 “그러나 아직 가입률이 낮고, 반려동물 진료항목·등록제 관련 인프라가 부족해 보험상품 개발에도 한계가 있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펫보험을 포함해 반려동물 헬스케어 산업 전반에서 소비자인 반려인을 제외하면 주요 이해관계자는 보험사와 동물병원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보험업계에선 △동물진료 표준수가 마련 △진료코드 표준화 △진료기록부 발급 의무화 △동물등록제 안착 등이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펫보험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인 수의료계의 입장은 차이가 있다. 지난 4월 열린 세미나에서 우연철 대한수의사회 사무총장은 “반려인의 진료비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이 결국 수의사에게 의무가 부과되는 방향으로 일방적 희생만 요구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펫보험이 활성화된 국가에서도 진료기록부 공개나 표준수가제 도입 등은 없다고 해명했다.

같은 날 토론의 좌장을 맡은 박소정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도 “보험경제학자로서 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정보 비대칭 문제이다”며 “해외 성공사례에서 이를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잘 고민해야 한다”고 말을 보탰다. 즉, 규제 차원에서 쟁점 접근이 아니라 시장을 통해 이해관계자의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는 해법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강상욱 삼성화재 수석이 이야기한 내용에 포함돼 있는 것처럼 ‘공제적 접근’의 실효성이 즉각적일 수 있다. 국가에 의해 주도되는 복지 차원의 제도 도입엔 시간이 필요하고 사회적 합의까지 가기엔 갈 길이 멀다. 또한 개별 반려인들이 대비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상호부조나 공동 대비 등의 개념을 도입한 공제적 접근의 필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당장 규제 개선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영역도 있다. 이은주 메리츠화재 수석의 이야기처럼 현재는 펫보험에도 복잡한 인보험 규제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부분이다. 이 수석은 “펫보험은 인보험보다 단순한 상품이고, 적은 수수료 때문에 판매 유인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설계사 자격증이 있어야만 전문 판매원을 할 수 있으며, 1회 대면 마케팅이 의무화돼 있는 등 과도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보험사 중 펫보험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곳은 메리츠화재다. 이미 ‘펫퍼민트’의 출시가 4주년을 맞았다. 국내 최초의 장기 반려동물 실손의료비보험 상품이다.

메리츠화재가 펫보험 출시 4주년을 맞아 공개한 반려동물보험 분석자료에 따르면, 반려견의 슬개골 탈구에 지급된 보험금이 지금까지 29억 22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보행 이상·파행·사지통증이 8억 2600만원, 위장관 내 이물·이물 섭식이 7억 5800만원 수준이었다.

그에 반해 고양이는 지급액 규모가 작은데, 이물섭식이 5900만원, 방광염이 4800만원, 구토가 4700만원 순이다.

KB손해보험도 지난 6월 ‘KB 금쪽같은 펫보험’을 선보였다. KB손보가 한달 동안 가입한 계약을 분석하니 반려동물이 어릴 수록 펫보험 가입 니즈가 높고, 보험료 부담이 되더라도 탄탄한 보장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0세부터 2세까지의 어린 반려동물이 이에 해당된다.

보장기간은 3년 갱신형 상품보다 5년 갱신형 상품의 가입 비중이 훨씬 높았다. 어린 반려동물의 가입 비중은 개가 49.6%, 고양이가 42.4%로 나타났는데, 5년 갱신형 장기 상품의 비중은 개가 83.8%, 고양이가 89.7%였다. 또한 대다수 가입자가 반려동물이 가입할 수 있는 대부분의 보장을 챙겨 가입한 것으로 볼 때, 사람보다 노화가 빠른 반려동물을 고려하는 보험 가입 패턴을 보인 것이다.

DB손해보험도 11일 반려견 치료비를 실손 보장하는 ‘펫블리 반려견보험’을 출시했다. 업계 최초로 반려견 MRI·CT 촬영 때 일당 한도를 최대 100만원까지 늘려주는 추가 보장 담보를 탑재했다. 또한 장기보험 최초로 견주 입원시 반려동물을 애견호텔이 위탁하게 되면 가입금액 한도로 실제 지불한 금액을 일당으로 지급하는 위탁비용 담보도 탑재했다.

금융 당국과 유관기관은 펫보험 활성화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중 활성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를 위해 구충제나 예방접종 등의 물품을 20만원까지 제공할 수 있도록 보험사에게 허용한 만큼, 향후 각 보험사의 펫보험 상품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범위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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