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올해 최저임금위 전원회의 시작부터 파행…공익위원들 모두 불참
8차 전원회의 시작 전 근로자위원 8명 전원 퇴장…노동계 “불참 고려”
법정기한에 열린 9차 전원회의 노동계 복귀…최저임금 수준 두고 입장차만 확인
한국노총 노조원들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숭례문 일대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한국노총 노조원들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숭례문 일대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한스경제=김동수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가 또 한 번 고비를 넘었다. 노정 갈등으로 향후 불참까지 고려했던 노동계가 복귀하면서 파행으로 치닫던 회의가 가까스로 정상화됐다. 다만 앞으로의 논의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경영계와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수준을 두고 큰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난항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 최저임금위 회의 시작부터 ‘삐걱’…결국 법정 심의기한 넘겨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 법정·심의기한인 지난 29일 제9차 전원회의를 열었지만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경영계와 노동계의 입장 차이만 확인했을 뿐 논의를 매듭짓지 못한 채 법정 심의기한을 넘기게 된 것이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는 초반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당초 지난 4월 18일 제1차 전원회의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시작도 못 한 채 무산된 바 있다. 노동계가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에 앞장서 왔다는 이유로 공익위원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의 사퇴를 요구하며 장내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최저임금위원장을 포함한 공익위원들 모두 회의에 불참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며, 첫 회의는 당초보다 보름 늦은 5월 2일에서야 개최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최근에도 파행 위기에 몰리며 논의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근로자위원들은 지난 27일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서 회의 시작 직전 전원이 퇴장하기도 했다. 한국노총이 추천한 근로자위원을 정부가 거부한 게 이유였다.

노동계는 앞서 강제 해촉된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 대신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근로자 위원으로 추천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고공 농성을 벌이다 구속된 김 사무처장과 공동 불법행위로 수사 중이라는 이유를 들며 거부했다. 이에 노동계는 향후 최저임금회의에 불참까지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제8차 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최저임금 노동자의 생명과 삶을 담보로 정부의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의 노동 탄압 폭거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더는 최저임금위원회에 회의 참석이 어렵다”며 “향후 최저임금위원회 참석에 대해 앞으로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겠다”고 밝혔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동결’ vs ‘27% 인상’ 두고 노사 격돌…최저임금위 논의 난항 예상

제9차 전원회의 불참을 고려했던 노동계가 결국 복귀하면서 파행 위기는 모면했지만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까지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이번 회의에는 재적위원 26명이 모두 참석해 노사 양측의 최초제시안에 대한 논의를 전개했지만 결국 입장 차이는 좁히지 못해서다. 이에 박준식 위원장은 양측에 7월 4일 개최하는 제10차 전원회의에 수정안을 제시할 것을 요청했다.

앞서 노동계는 내년도 적용 최저시급으로 1만 2210원을 요구한 상태다. 올해 최저시급 9620원보다 26.9% 높은 금액이다. 반면 경영계는 올해와 같은 9620원, 즉 동결을 제시했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사 양측이 제시한 최초안의 차이를 좁혀가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노사의 수정안 제시 뒤에도 입장차가 여전히 크면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중재안) 제시한다. 이후 심의촉진 구간 내에서 특정 금액을 정하고 표결로 최종액을 결정한다. 실제 1988~2022년도 적용 최저임금 심의·의결에서 사용자안과 근로자안이 의결된 사례는 각각 8건과 3건뿐이다.

전문가는 노사 양측의 입장 차이가 큰 만큼, 내년도 최저임금이 공익위원 중재안을 통해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2년간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최저임금 인상률 산정한 방식(경제성장률+소비자물가상승률-취업자증가율)으로 3% 정도의 중재안을 제시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해 최저임금이 5% 정도 올랐는데, 경제성장률 1.5%에 소비자 물가 증가율 5%를 더하고 취업증가율 2%를 제외하는 계산방식을 사용했다”며 “내년도 역시 같은 방식으로 따지면 최저임금 인상률이 3% 정도 나오는데, 공익위원 측이 중재안을 제시한다면 비슷한 수준으로 내놓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다만 두 달 만에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현재 방식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 “서로의 입장을 밝히고 설득하기 위해 6개월 또는 1년 정도 충분한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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