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진적 활성화…공공발주 시 현엔 수주 유력”
[한스경제=문용균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이 13층 높이의 국내 최고층 모듈러 주택을 준공하면서 국내 고층 모듈러 주택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정부의 모듈러 공법 활성화 정책과 맞물려 현대엔지니어링이 향후 중·고층 모듈러 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모듈러 주택은 주요 구조물과 건축 마감 등을 포함한 모듈러 유닛을 공장에서 선 제작한 후, 현장으로 운송해 조립해 건설하는 주택을 말한다. 기존 방식과 비교해 소음, 분진, 폐기물 발생이 적고 공사 기간도 30~50% 가량 단축시킬 수 있다. 현장 작업이 최소화 되는 만큼, 근로자의 안전성도 향상되며 자재 재활용 및 재사용이 가능해 탄소 저감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 지상 13층…내화 3시간 구조적용 최초 사례
현대엔지니어링이 민간사업자로 참여해 모듈러 공법으로 시공한 경기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은 13층, 전체 106가구(전용면적 17㎡ 102가구, 37㎡ 4가구)규모의 공공주택이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발주했으며 국토교통부가 지원하는 국가 R&D사업 중 하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준공식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모듈러 제작 및 시공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시공했다고 밝혔다. 특히 주목할 점은 내화 3시간 구조를 적용한 최초의 사례라는 것이다. 그간 건축법에 따라 13층 이상 건물은 3시간 이상의 내화 기준을 갖춰야 해 국내 모듈러 주택의 높이는 12층에 머물러 있었다. 이번 준공으로 새로운 길이 열린 셈이다.
내화구조(Fireproof Construction)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일정 시간 동안 구조물이 무너지지 않고 견뎌낼 수 있는 구조를 말한다. 고층 건축물에는 필수적인 구조다. 건물 붕괴를 지연시켜 인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30분에서 1, 2, 3시간까지의 내화구조를 요구하고 있는데, 시간이 길수록 내화성능이 우수하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모듈러 구조물의 내진성능을 향상시킨 업계 최초의 사례”라면서 “또한 국내 유일한 건설신기술 제770호에 기반한 노하우 및 다양한 프로젝트의 구조 설계 경험을 바탕으로 구조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접합부 실물 모형실험을 동반한 강구조학회 연구용역 실시 등 엄격한 구조성능 검증을 수행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균일한 공장 제작 품질은 물론, 스마트 건설 기술을 활용해 현장 RC(철근콘크리트) 코어와 모듈 간의 정밀도를 확보하는 등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시뮬레이션, 목업(Mock-Up) 및 현장 평가를 통해 중량바닥충격음 3등급, 경량바닥충격음 1등급 등 기존 공동주택 대비 동등 수준 이상의 주거성능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면서도 시장 확대를 대비해 평면 다양화 등 모듈러 상품을 개발하는데도 집중하고 있다”면서 “또한 해외사업 진출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모듈러 주택을 성공적으로 준공함에 따라, 향후 국내에도 고층 모듈러 주택 사업이 활발히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모듈러 공법이 국내 건설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나갈 것이다”라면서 “공공발주도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이미 중·고층 모듈러 주택 실적을 가진 현대엔지니어링이 수주에 유리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업계를 선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택 외에 플랜트·인프라 등 건설 전반에서의 OSC 확대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모듈러 공법의 장점을 바탕으로 향후 건설업의 제조업화라는 패러다임 변화를 예측하고 2012년부터 디자인, 신소재 적용, 정밀시공기법 등 모듈러 건축에 대한 연구개발 및 시공 역량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고 말했다.
이를 입증하듯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재까지 건설신기술 1건과 특허 11건을 획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서울주택도시공사(SH),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공공기관과의 공동연구 및 다수의 OSC(Off-Site Construction) 국가 R&D사업에 참여했다.
현재는 서울주택도시공사가 발주한 ‘가리봉 舊 시장부지 복합화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모듈러)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서울시 구로구 일대에 174가구 규모의 행복주택을 모듈러 공법으로 건설하는 사업으로, 서울 내 최고층인 12층 높이와 최대 규모로 건설될 예정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플랜트 사업 현장에도 모듈러 공법을 적용했다. 지난 2021년 11월 완공한 쿠웨이트 알주르 LNG 수입 터미널 프로젝트 당시, 1.2km의 해상 접안 시설 중 500m에 해당하는 시설을 12개의 모듈로 구성해 6개월 이상의 공기 단축 효과를 얻었다.
모듈러 플랜트의 주대상은 철골 구조물이다. 파이프랙(플랜트 원료와 생산품 등의 이동 통로 역할을 하는 배관 지지 구조물)과 기계 설비 철골 구조물이 해당되며 그 안에 포함되는 배관, 내화, 전기, 보온, 도장 등의 작업까지 마무리해 사막이나 바다 위 같은 현장에 보내는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주택뿐만 아니라 플랜트, 인프라 등 건설 전반에서의 OSC(탈 현장)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용균 기자 myk_1627@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