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성은숙 기자] 공장 점거 등 불법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에게 책임을 물을 때 그 책임을 제한하는 정도는 노동자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내려진 가운데 이번 판단이 노동조합법 2·3조의 신속한 개정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9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대회의실에서 금속노동조합 쌍용차지부, 시민단체 '손잡고' 등은 이번 대법원 판결 당사자들과 함께 특별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금속노조 법률원 장석우 변호사는 "판결문에는 이 판결의 결론이 피고들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고, 앞으로 미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느껴지지 않는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판결들은 의미가 있다. 분명 진일보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사측이 무분별하게 조합원 전원에 부진정연대책임을 묻는데 제동을 건 것"이라면서 "그 근거는 헌법상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과 손해의 공평ㆍ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위 논리는 현재까지 나온 여러 논평에서 지적하듯 현재 국회에 계류된 노조법 2,3조 개정안(이른바 '노란봉투법') 중 법원이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의 범위를 정하여야 한다는 조항과 일맥상통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판결들은 명확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의 투쟁에 있어 분명히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윤지선 '손잡고' 활동가는 노동3권이 손해배상소송과 가압류로 사실상 형해화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노사 간 교섭의 중요성 주장했다. 윤지선 활동가는 "가압류는 공탁금만 있으면 바로바로 집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본가들에게 월등히 유리한 제도로 작동해왔다"면서 "사회적으로 어떤 여론이 뜨겁게 형성됐었든 재계에서 손해배상 가압류 청구에 대해서 주춤하거나 멈췄던 적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2020년 손해배상청구총액이 줄어든 이유는) 초기 2003년쯤부터 제기됐던 장기화된 소송들이 2020년 노사가 적극적으로 대화하기 시작하면서 해소됐다"면서 "노사 대화를 보장하는 것이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을 촉구했다. 한상희 교수는 "대법원의 판단이 바뀌기 전에 국회가 제대로 나서서 노동자들의 아픔을 법으로서 들어주는 조치를 했어야 했다"면서 "잘못된 우리의 법해석을 대법원으로 하여금 잡아가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국회는 노조법 2·3조 개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은 더 이상 거부권 운운하는 행태는 거둬야 할 것"이라면서 "국회는 대법원 판결을 디딤돌 삼아 현재 계류 중인 노조법 2·3조 제대로 만들고 통과시켜서 노동자들이 더 이상 빈 테이블 앞에 서서 눈물을 흘리고, 손배소송 앞에서 피를 흘려야 하는 일은 없도록 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5일 대법원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은 현대자동차가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을 파기·환송하면서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쌍용자동차가 2009년 정리해고에 맞서 공장을 점거한 금속노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원심을 깨고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액의 범위는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로 한정되며, 상당인과관계의 존재에 관해서는 피해자가 증명책임을 부담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다.
한편 이번 대법원 판단을 두고 재계와 노동계가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지난 15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오늘(15일) 선고된 현대차 손해배상 대법원 판결은 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의 근거가 될 수 없다"면서 '노란봉투법'과 선을 그었다. 이어 18일에도 재차 보도자료를 내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우리 노사관계의 역사는 노동기본권을 보호하면서 법을 준수하는 상생의 관계를 지향해왔으며, 이러한 노력을 후퇴시켜 불법파업을 조장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방식의 노사관계로의 시도는 결코 용인될 수 없다. 다시 한번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에 대한 국회에서의 심도있는 논의를 요청드린다'고 밝힌다"고 강조했다.
성은숙 기자 function@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