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종훈 기자] 누가 뭐라해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가상자산 시장은 미국이다. 하지만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의 칼날을 세우면서 선도 시장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저런 논란 속에도 가상자산 시장은 미국이 쥐락펴락하는 있다.
업계에선 이와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가상자산 업계의 탈 미국 경향이 본격화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에 새 ‘크립토(가상자산) 허브’로 주목받는 지역은 대양을 건너 유럽과 중동, 아시아가 등이다.
가장 눈여겨 볼 곳은 세계 최초로 가상자산기본법 ‘미카(MiCA)’를 통과시킨 유럽연합(EU) 지역이다. 이미 지난해 6월 말, EU집행위원회(EC)와 유럽의회, EU 27개 회원국들은 미카 법안에 합의한 바 있으며, 지난달 최종 승인까지 했다. 이에 2024년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주요 내용은 △가상자산의 발행 및 거래에 관한 투명성 △가상자산에 대한 공시의무 △내부자거래 규제 △발행인 자격요건 규제 △인증 및 관리·감독 등이다. 특히 가상자산 관련 업체들이 EU 27개국에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중동지역에선 아랍에미리트 최대의 자유무역 지대인 두바이의 복합 상품 거래소(DMCC)’가 주목받고 있다. DMCC 내에 크립토 센터가 마련돼 있는데, 현재 600개 이상의 가상자산 기업이 입주해 있다.
아흐메드 빈술레얌 DMCC CEO는 지난 3월,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홍보설명회를 열고 국내 가상자산 업계와 협력이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언급한 글로벌 최대 가상자산거래소인 바이낸스는 지난 2021년 DMCC에 지주회사 사업자를 내기도 했다.
아시아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지역은 홍콩이다. 홍콩은 6월 1일부터 가상자산 사업자 대상 규제를 시행했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자금세탁방지(AML) △테러자금조달방지(CFT) 시스템 구축 등의 요건을 갖춰 사업자 라이선스를 획득할 것을 의무화했다 개인투자자의 가상자산 거래도 전격 허용했다.
이처럼 가상자산 업계가 미국 밖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무엇보다도 규제 불확실성 리스크 때문이다.
미 SEC는 지난 6월 5일 바이낸스를 13개 혐의로 제소한 데 이어, 자오창펑 바이낸스 CEO 역시 거래량을 부풀리는 등, 증권법 위반 혐의로 소를 제기했다. 이튿날에는 코인베이스와도 소송을 시작했다. 주요 내용은 해당 거래소의 코인들 일부를 ‘미등록 증권’으로 규정하고 이를 매매한 혐의와 함께 이에 따라 미등록 거래소 운영 혐의 등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낸스의 경우, 글로벌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라고 하지만 비상장사인데다가 본사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조세회피가 가능한 국가에 위치해 있으며, CEO가 중국계 캐나다인이라는 등의 불리한 점만이 알려진 상태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코인베이스가 엄연히 나스닥 상장사임에도 규제 칼날을 들이댄 것이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달러·유로·위안화 모두 디지털화돼 있기에 추가적인 디지털화폐는 필요하지 않다”며 가상자산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전통 금융자산과 달리 가상자산의 한계에 대해 명확히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특히 “40년 동안 금융업계에 종사했지만, 가상자산 업계처럼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정보를 조작하는 곳을 본 적이 없다”며 반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아울러 SEC는 카르다노(ADA), 솔라나(SOL), 폴리곤(MATIC) 등 시가총액 10위권 내의 코인들 19개를 증권으로 추가 분류하기도 했다. 그동안 SEC가 증권으로 분류한 가상자산은 모두 67개에 달한다.
이처럼 증권으로 분류된 가상자산들은 모두 SEC의 규제 대상이 될 수 있기에, 관련 업권에선 소송전을 피할 수 없다.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처럼 가상자산 거래소의 경우, 소송을 피하기 위해선 해당 코인을 상장폐지하는 선택 밖에 없지만, 결국 그만큼 수수료 수익은 포기해야 하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가상자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업들이나 관련 업권은 탈 미국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SEC와 3년 가까이 소송을 이어오고 있는 ‘리플’의 경우, 그동안 미국 이외의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키우는 데 주력해 왔다는 점이 시국을 잘 보여준다.
미 연준 의장을 지내기도 한 재닛 옐런 장관을 필두로 미 재무부 역시 이와 같은 흐름을 지지하고 있다. 옐런 재무장관은 “SEC와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 규제 당국의 제소를 지지한다”며 “가상자산 기업에 대한 추가적인 규제 강화에 대해 의회와 협력해 더 많은 법안을 추진할 것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종훈 기자 plisilla@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