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종훈 기자] 금융위원회가 12일 ‘주요 회계제도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회계투명성 제고와 관련 제도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것이라 취지를 밝혔는데, 회계 부담 완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지난 2017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를 계기로 주기적 지정제 등 새 회계제도를 바탕으로 한 외부감사법 전부개정안이 시행된지 5년이 흘렀다. 즉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시행한 제도다. 계량화는 쉽지 않지만 그동안 도입된 제도의 효과로 시장과 학계는 회계투명성을 제고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그에 반해 기업의 감사부담은 과도하게 증가했다는 부정적 시각도 상존했다. 특히 제도 도입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돼 왔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학계, 기업, 회계업계 등 전문가 10인으로 구성된 회계개혁 평가·개선 추진단을 구성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모두 6차례의 회의를 거쳤으며, 회계학회 공청회, 연구용역, 금융발전심의회 자본시장분과 회의 등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해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
주요 골자는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부담 완화 △상장회사 감사인 지정비율 적정화 △표준감사시간 적용 유연화 등의 내용이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신뢰성 있는 회계정보의 작성과 공시를 위해 회계처리를 사전에 규정된 절차와 방법에 따르게 하는 내부통제시스템을 말한다. 이는 주로 전산시스템을 통해 구현된다.
상장회사의 내부회계관리제도의 구축과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은 기존 감사보수의 약 90% 수준으로,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급격하게 회계 관련 비용이 증가하는 것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아울러 회계학회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별도 내부회계관리제도의 경우, 경영진의 회계상 이익조정 감소 등 회계투명성 제고 효과가 자산 2조원 미만 상장회사에서는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올해부터 시행 예정인 연결 내부회계관리제도는 기업 규모와 이해관계자 수를 고려해 도입 시기 등을 조정하고 중복 보고체계는 통합한다.
이와 관련해 우선 최근 경영실적 악화 등을 고려해 자산 2조원 미만 중소형 상장사에 대해선 연결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시기를 2024년에서 2029년으로 5년 유예한다. 그러나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자본시장과 투자자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도입 준비를 대부분 마쳤기에 계획대로 올해부터 도입하되, 예외적으로 연결내부회계관리제도 도입 유예를 신청한 기업에 한해 최대 2년 동안 유예를 허용한다.
또한 연결 내부회계 감사의견 공시기업에 대해선 별도 내부회계 감사의견 공시의무를 면제한다. 올해부터 연결 내부회계 외부감사가 시행되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부터 내부회계 감사범위가 연결기준으로 일원화되는 것이다. 중복보고에 따른 비효율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자산 1000억~5000억 중소 비상장사가 신규 상장하는 경우 내부회계 관리제도 외부감사를 3년간 유예한다. 이는 내부회계 외부감사 비용부담이 기술력과 잠재력이 있는 중소 비상장사의 상장유인을 제약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또한 일정 규모 이하 신규 상장기업에게는 각각 5년, 3년씩 내부회계 외부감사 의무를 면제하는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참고한 것이다.
또한 상장회사 감사인 지정비율도 적절하게 조정한다. 감사인 지정제는 직권지정과 주기적 지정으로 구분된다.
직권지정은 회계부정 위험 등 지정사유 27개가 발생할 경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정부가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또한 주기적 지정은 회계부정 위험과 무관하게 상장사와 소유·경영 미분리 대형 비상장회사가 6년 동안 감사인을 자유선임하면, 그 후 3년은 정부가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이는 그동안 과거에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감사인의 낮은 독립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2017년 외부감사법 전면개정 당시 직권지정사유를 11개에서 27개로 대폭 확대한 것이며, 2020년부터는 주기적 지정제를 새로 도입한 것이다.
회계학회 연구에 따르면 감사인 지정제 확대는 감사품질을 유의미하게 향상시켰다. 감사시간 증가와 저가수주 축소 등의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상장사 중 지정감사를 수감하는 기업의 비율이 50% 내외로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감사인간 품질경쟁이 저해됐다. 또한 지정감사인의 과도한 감사보수 요구 등 권한남용행위 등의 문제가 부작용으로 나타났다.
이에 지정비율이 적정한 수준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한 것이다. 회계부정과 관련성이 낮거나 경미한 감사절차 위반에 따른 지정 사유는 폐지하거나 과태료 등으로 대폭 전환한다. 특히 회계부정위험과 직접적 연관성이 떨어지지만 전체 직권지정사유의 약 25%를 차지하는 재무기준 미달사유는 법령개정을 거쳐 폐지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재무기준 미달사유의 내용은 △3년 연속 영업손실 또는 △3년 연속 부(-)의 영업현금흐름 또는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 미만 등이다.
다만 주기적 지정제의 경우 시행 3년 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 정책효과를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불충분한 점을 감안해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표준감사시간의 적용도 유연화된다. 표준감사시간은 감사인이 감사투입시간을 결정하는 데 지표로 활용할 수 있는 일반적·평균적 감사시간이다. 3년에 한 번씩 표준감사시간심의위원회에서 재조정된다.
그동안 기업들에선 표준감사시간이 법정 최소감사시간이 아님에도 일부 지정 감사인들이 개별회사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적용해 과도한 감사보수를 요구한다고 문제가 제기돼 온 바 있다.
이에 표준감사시간이 기업과 감사인 사이 감사계약 과정의 분쟁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그 성격과 합의과정을 내실화한다. 우선 공인회계사회 회칙 및 행동강령 등 관련 규정에서 표준감사시간이 강행규범으로 오인될 수 있는 관련 조항은 폐지한다. 어디까지나 가이드라인이라는 성격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표준감사시간심의위원회 위원 15명(기업 5명, 회계업계 5명, 회계정보이용자 4명, 금감원 1명 등)의 중립성 제고를 위해 그동안 공인회계사회장이 추천한 ‘회계정보이용자’ 위원 규모를 4명에서 2명으로 축소한다. 또한 추천기관도 공인회계사회장에서 금감원으로 변경한다.
이는 앞서 위원 구성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것처럼 공인회계사회장이 위촉한 위원이 9명이고, 금감원 위원 1명까지 포함하면 기업계의 위원 5명이 불참하더라도 회의 개최와 의결이 가능하다는 지적을 감안한 것이다.
아울러 감사인이 충분한 설명 없이 과도한 감사예정시간을 책정하고 높은 감사보수를 요구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감사인이 감사시간 산출내역 등 세부사항에 대해 기업과 합의한 후 합의내용을 금감원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한다.
그밖에도 주기적 지정제가 당분간 유지되므로 지정감사에 따른 감사품질 제고효과는 유지하되, 지정감사인의 지위를 이용한 권한남용행위와 감사보수 증가에 따른 부담 등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개선도 추진한다.
우선 거래소 내 중소기업회계지원센터를 지정감사인과 기업간 중립적인 분쟁조정기구로 활용해 감사인 권한남용행위 적발시 정부에 지정취소 및 관계자 징계를 건의하도록 한다.
또한 재무기준 직권지정사유는 폐지 전까지 지정 여부 판단기준을 연결재무제표에서 별도재무제표로 변경하고, 동일한 사유로 지정감사가 계속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1년~3년의 최소 자유선임기간을 보장한다.
아울러 지정감사인의 산업 전문성과 감사품질 제고를 위해 적격성이 떨어지는 감사팀을 구성한 회계법인에겐 다음년도 지정시 지정 기업 수를 차감하는 등 패널티를 부과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주요 회계제도 보완방안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하위 규정 개정을 통해 추진 가능한 사항은 연내 마무리하고, 법률개정이 필요한 사항도 조속한 입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종훈 기자 plisilla@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