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고탄소배출 제조업 경제 비중 큰 한국, 전환금융 중요성 증대

 

인류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지구는 ‘하나뿐인 지구(only, one earth)’에서 ‘하나뿐이었던 지구’로 바뀔지 모릅니다. 이제 지구는 지표 온도 상승으로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폭염과 폭설을 기록하는가 하면, 상상할 수 없는 이상 기후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세계 환경의 날은 이런 새로운 환경이 아닌, 우리가 알고 있는 하나뿐인 지구를 만들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다짐하는 날이며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기 위한 하루입니다. <한스경제>는 ‘환경의 날’을 맞아, 지구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희망인 1.5℃ 상승을 막기 위해, 산업은 물론 경제와 문화 등의 중요 이슈들을 짚어보았습니다.<편집자 주>

3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는 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 /환경부
3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는 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 /환경부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경제와 산업 전체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 금융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는 업의 본질이 경제 시스템 내에서 각 부문에 대한 금융자원의 배분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와 산업으로 눈을 돌려보자면 고탄소배출 제조업이 부가가치 창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에 ‘유연한 전환’을 이끌어내는 금융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또한 민간 차원의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서라도 정책금융의 적절한 보조가 뒤따라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2050 탄소중립 목표 추진을 위한 구체적인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제1차 국가 기본계획안’이 발표되며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이 보다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와 관련한 리스크를 완화하려는 금융권의 포트폴리오 조정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나 이웃 국가인 중국 등만 보더라도 고탄소배출 제조업이 나라 전체의 부가가치 창출에서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산업 부가가치의 약 24.3%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적인 금융기관인 국내 은행들은 이러한 고탄소배출 업종에 대한 대출 비중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 지난 2011년 이후 계속 하락해 왔지만, 여전히 그 비중은 2020년 기준 26.8%에 달하고 있다. 

아울러 이보다 더 근본적으로 ‘골라내기’ 중심의 익스포저 축소 정책은 곧 한계에 다다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은행을 제외한 타 금융기관의 익스포저는 외려 증가하거나 계속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G20, 세계경제포럼, COP26 등에서도 그동안 기후금융과 관련한 노력이 대부분 녹색활동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집중도가 높은 업종이나 기업의 ‘전환 활동’이나 이에 대한 투자를 포함해, 경제와 산업 전반의 전환 과정에서 필요한 보다 광범위한 투자 지원이 그동안 매우 제약적으로 이뤄졌음을 문제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의 전환금융(Transition Finance)은 ‘파리기후협약 목표와 일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지속가능발전 목표(SDGs)의 맥락에서 감축 및 넷제로 배출과 기후 복원력을 갖춘 경제 전반의 전환을 지원하는 금융서비스’라고 정의할 수 있다. 다양한 녹색 프로젝트에 자금을 공급하는 지속가능금융이나 녹색금융과 달리 탄소집약적인 ‘갈색산업’ 분야의 녹색 전환을 위한 자금 공급 차원의 의미다.

현재 발표된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제1차 국가 기본계획안에서 산업구조 전환 금융지원 계획을 보면 △탄소차액계약제도 도입 및 운영 △탄소저감 설비 투자 및 보조 확대 △정책금융 역할 강화 △대규모 선도 프로젝트에 대한 특별 융자사업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대부분 정부가 직접 자금을 지원하거나 정책금융을 활용하는 방안에 한정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민간 금융 공급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선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정책 방향 보완이 필요하단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시연 연구위원은 “G20 워킹그룹 보고서는 정부나 정책금융기관의 보증 및 금리 지원, 전환금융 수단 검증 지원, 금융상품 평가와 전환금융 수단 활용을 장려하기 위한 KPI 모범규준 마련 등을 정책수단 예시로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전환금융의 확대는 저탄소경제로 이행 과정에서 소외되거나 피해를 입는 고탄소배출 업종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배려 차원의 맥락에서도 이해돼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2조에 명시돼 있는 ‘정의로운 전환’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 사회와 주요 국가의 논의 맥락에서 ‘Just Transition’에 조응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는데,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이나 산업의 노동자, 농민, 중소상공인 등을 보호해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사회적으로 분담하고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 방향을 가리킨다.

/삼정KPMG
/삼정KPMG

과거 1992년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 하고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을 체결하면서 국제 사회는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인류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후 1997년 일본서 열린 COP3에서 구체적 이행방안이 담긴 ‘교토의정서’가 채택됐지만 실효성은 부족했다. 이후 2015년 프랑스에서 열린 COP21에서 체결된 파리협약에서 IPCC가 발표한 보고서를 참조해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지구 평균 온도를 1.5℃ 이내 상승하도록 억제하는 내용의 구체적 목표가 설정된 것이다.

이러한 역사 속에서 전 세계 금융기관들은 기후변화 문제 대응과 탄소중립 달성은 물론, 지속가능발전 전반에 있어서 금융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미 1992년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를 설립한 바 있다. 또한 2002년 UNEP FI는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재무지표들뿐만 아니라 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비재무적 요소를 통합하는 ESG 개념을 최초로 제안한 바 있다. 2006년엔 자본시장에 ESG를 통합시키기 위한 책임투자원칙(PRI)을 발표했다.

PRI에 서명한 공적 연기금과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ESG를 적극 반영함으로서 글로벌 경제에 매우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밖에도 보험사들은 ESG원칙인 지속가능보험원칙(PSI), 은행의 경우 책임은행원칙(PRB) 등을 정립하기도 했다.

국제 사회와 금융기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앞서 전환금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처럼, ESG 경제로의 이행은 걸림돌을 마주칠 지도 모른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여지는 지정학적 위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경기침체 상황 등의 내외 환경은 일각의 ‘그린워싱’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본격적인 반(反) ESG 움직임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전 세계 경제와 산업의 방향 설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금융업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는 현실이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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