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용천수, 5년 간 22곳 사라져
한라산 구상나무·지리산 상록침엽수, 병해충에 몸살
인류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지구는 ‘하나뿐인 지구(only, one earth)’에서 ‘하나뿐이었던 지구’로 바뀔지 모릅니다. 이제 지구는 지표 온도 상승으로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폭염과 폭설을 기록하는가 하면, 상상할 수 없는 이상 기후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세계 환경의 날은 이런 새로운 환경이 아닌, 우리가 알고 있는 하나뿐인 지구를 만들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다짐하는 날이며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기 위한 하루입니다. <한스경제>는 ‘환경의 날’을 맞아, 지구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희망인 1.5℃ 상승을 막기 위해, 산업은 물론 경제와 문화 등의 중요 이슈들을 짚어보았습니다.<편집자 주>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기후변화로 인한 국내 생태계 변화가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 해수면 상승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울창한 숲을 이루던 나무들은 병을 얻고 죽어가면서 숲이 사라질 위기다. 지난 5월부터 한낮 최고 기온이 35.5도를 넘어섰다는 사실은 기후변화가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각인시킨다. 우리나라도 이미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방증이다.
◆"해수면 최대 82cm 상승"...제주도 용천수는 사라질 위기
기후위기로 인해 빙하 감소·열 팽창이 진행되고, 이는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에 따른 결과는 다양하다. 국토가 줄어들거나 시민들의 삶이 깃든 곳들이 사라지고 있다.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은 지난 3월부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6차 보고서의 새로운 기후변화 시나리오(SSP)를 적용한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미래 해수면 상승 전망(~2100년)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서울대학교 조양기 교수팀과 공동으로 우리나라 주변 고해상도(수평 약 6km) 해양기후 수치예측모델에 SSP 시나리오를 적용해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평균해수면 상승 폭을 분석했다.
그 결과, 온실가스가 저감 없이 배출되는 고탄소 시나리오(SSP 5-8.5)에서 해수면 높이는 2050년까지 25cm, 2100년에는 82cm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온실가스 저감이 잘 실현되는 저탄소 시나리오(SSP 1-2.6)에서 해수면 높이는 2050년까지 20cm, 2100년에는 47cm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탄소 시나리오의 경우 산업기술의 빠른 발전에 중심을 두어 화석연료 사용이 높고 도시 위주의 무분별한 개발이 확대될 것으로 가정했다. 반면 저탄소 시니라오는 재생에너지 기술 발달로 화석연료 사용이 최소화되고 친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룰 것으로 가정했을 경우다.
탄소 감축 없이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해수면이 2050년에는 최대 25cm까지 상승한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2021년에는 IPCC의 제5차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해서 분석한 우리나라 주변 해수면 상승 폭은 2100년까지 최대 73cm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운 SSP 시나리오를 적용한 결과, 해수면 높이가 9cm 정도 추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래로 갈수록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린피스의 '지구온도 1.5도 상승 시나리오'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2030년에는 한반도의 5%가 물에 잠기고, 332만명이 이로 인한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태풍까지 겹친다면 피해는 상당할 것으로 봤다.
이외에도 제주도는 실제 피해를 보고 있다. 제주도 사람들이 애용하던 용천수도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것이다. 2020년 제주는 용천수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매립 또는 위치 확인이 불가능한 용천수는 22곳으로 확인됐다.
특히 용천수 656곳 가운데 111곳은 해수면 인근에 분포하고 있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사라질 위험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수질 검사 결과 질산성질소는 대부분 먹는 물 수질 기준인 10㎎/ℓ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라산부터 지리산까지...기후위기에 위협 받는 산림
산림 역시 기후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푸르던 산림이 회색빛으로 변하고 있다. 구상나무와 상록침엽수 등이 기후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구상나무는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등 한반도 중부(속리산) 이남 지역에서만 자라는 우리나라 특산수종이다.
구상나무는 제주도 기온이 1도씩 상승할 때마다 서식지가 150cm씩 위로 이동한다. 기온이 오를수록 저지대에 자리잡고 있는 구상나무는 다른 품종에 터를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이에 제주도는 한라산 구상나무 보전을 위해 본격 실태 조사에 나섰다. 지난달 제주도는 5000만원을 투입해 서울대학교 식물병원 등 전문 연구기관과 함께 한라산 구상나무에 대한 종합·체계적인 병해충 조사연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연구 등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한라산 구상나무 고사와 쇠퇴에 관여한 것으로 파악되는 병·해충은 총 25종이다.
고영만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한라산 구상나무에 피해를 주는 병해충에 대한 연구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2026년에는 한라산 구상나무 보전에 활용할 종합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는 이번 조사로 현재까지 확인된 주요 병해충의 피해 실태와 위협수준을 분석하고 시·공간적 변화양상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아울러 전염성 병 피해조사와 함께 병원균의 생활사, 유전자 분석 등으로 신뢰성을 확보하고, 한라산 구상나무에서 채집한 병원균의 병원성 검정을 통해 균별 위협수준을 분석할 예정이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역시 사라져가는 구상나무숲의 회복을 위해 나섰다. 지난 2014년부터 5년간 DNA 이력 관리로, 구상나무 유묘를 양모했다. 2019년에는 전국 살태조사를 바탕으로 해발 토양 등의 입지 조건을 고려해 경상남도 거창군 소재의 금원산에 1350본의 복원 묘목을 식재했다. 1차 모니터링 결과, 92.7%가량인 1251본이 생존한 것으로 알려졌다.
1단계 구상나무 초기 활착의 성공은 생육가능 입지 선정과 연령에 따른 적정 복원재료 활용,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잘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입지별 어린나무의 생장 차이가 광 환경의 차이에서 발생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구상나무뿐만 아니라 지리산 아고산대에서 서식하는 상록침엽수 역시 기후변화에 직면했다. 국립공원공단은 지난해 3월부터 약 10개월간 지리산 아고산대의 상록침엽수를 개체 단위(76만 4772그루) 수준으로 정밀 진단한 결과를 공개했다.
결과에 따르면 취약(11.7㎢)과 매우 취약(9.89㎢)이 전체 나무의 21%를 차지했다. 더구나 전체 상록침엽수 가운데 7만558그루(9.2%)는 고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최근 적설량 부족과 봄·겨울철 기온 상승으로 쇠퇴하고 있어 보전의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공단은 후변화에 취약한 아고산대 상록침엽수 보전을 위해 2010년부터 아고산대 상록침엽수 분포도를 제작하고 △장기 관측(모니터링) △인공지능을 활용한 고사목 개체 자동 추출 △쇠퇴 원인 규명 및 유전자 다양성 분석 △개체 증식(약 3만여본) △현지적응실험 및 복원 기술 개발 등 다양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정라진 기자 jiny3410@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