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최근 발생한 실리콘뱅크은행(SVB) 사태는 은행들의 수익 다변화가 생존의 조건임을 잘 드러낸 경우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한 수수료수입 확대 방안에 대한 검토가 국내 은행들에서도 요구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김우진 선임연구위원은 이를 위해 ▲트랜잭션 뱅킹 활성화 ▲해외지점의 기업금융 현지화 등 영업력 강화 ▲자산관리(WM) 서비스의 업그레이드와 같은 개선 방안 등을 제시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은행들의 총수수료수입은 2022년 말 기준, 7조 73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사이 0.9%가 줄어든 것이다. 이것은 비용을 차감하지 않은 것인데, 인건비를 포함한 수수료수입의 세부항목별 비용을 따로 산출할 수 없기에 수수료 수익과는 구별해야 한다.
최근 5년 동안 은행들의 총자산 연평균증가율(CAGR)은 8.5%이다. 총이익 증가율도 5.9%다. 하지만 2017년부터 2022년 사이 수수료수입의 증가율은 1.1%로 현저히 낮다. 그나마 2022년엔 전년에 비해 줄어든 것이다.
총이익 대비 수수료수입의 비중도 2018년엔 15.9%였으나, 2021년에는 14.7%, 2022년에는 13.0%로 줄어들었다. 특히 2022년 말 기준, 업무대행수수료가 1조 8300억원으로 9.6%가 줄었는데, 이는 금융시장의 변동성에 민감한 수익증권 판매수수료가 37.5% 급감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부동산 PF 수수료의 경우, 2018년 3000억원 수준에서 2022년 6000억원으로 늘었는데, 최근의 시장 분위기는 이 역시 지속적이지 않다.
은행의 수수료수입 확대가 녹록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도 은행 고객들의 ‘서비스는 공짜’란 인식 때문이다. 무료거나 원가 이하로 제공되던 서비스들의 수수료율을 상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따라서 새로운 수수료 수입원을 발굴하거나, 수수료 증가가 예상되는 서비스 부문을 강화하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
김 연구위원을 비롯해 학계 전문가들은 이를 위한 방법으로 은행들이 트랜잭션 뱅킹 활성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트랜잭션 뱅킹이란 기업의 자금 관련 업무를 은행이 대행해 주는 것을 가리킨다.
그러나 최근에는 의미가 더욱 확장돼 단순 자금관리서비스(CMS)만이 아니라, 지급결제·신탁·사무수탁 등, 수수료를 창출하는 모든 사업을 뜻한다. 이와 같은 부문은 설령 금융위기 시기에도 안정적인 수익 기여도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우선 관련 물적 인프라에 대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투자가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실무부서의 인적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
해외지점의 영업력 강화 역시 인적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다. 특히 국내 은행권의 이러한 해외지점 인사가 역량이나 성과 등에 기반하지 않고 논공행상 목적이나 순환보직 일환으로 이뤄지는 게 빈번하다는 점이 지적되곤 한다.
이들 해외지점에서 기업금융서비스를 현지화 해 신디케이트론 등 금융 관련 현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수수료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현재 은행권 해외지점은 주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보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글로벌영업부문의 회계 구분이라든지, 인사·평가·보상·경력관리 등 인적자원 관리체계 역시 타 사업본부와 분리하는 등 은행 내 은행(bank-in-bank) 전략도 고려할 수 있다. 지점장을 현지에서 채용하는 등의 현지화 전략은 이에 따라오는 과정이다.
자산관리(WM) 비즈니스는 은행권만이 아니라 금융권 전반에서 미래먹거리 사업으로 각광 받고 있다. 결국 이 역시 수수료수입을 늘리는 비즈니스다.
특히 현재의 WM 서비스는 판매수수료(commission) 중심이다. 그러나 이를 자문수수료(fee) 체계로 전환하는 게 성패의 관건이다.
또한 현재 WM 영업은 펀드나 방카슈랑스 등 자본시장상품의 개별 판매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경우에 따라서 고객이 수익에 불만족하거나 불완전판매 위헙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운용자산(AUM)을 관리하는 포트폴리오 영업방식으로 전환하면 고객은 안정적인 수익과 함께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은행 역시 안정적인 비이자이익을 확보할 수 있기에 윈-윈의 전략이다. 이를 위한 당국의 관련 규제 완화 등이 선행돼야 할 문제다.
박종훈 기자 plisilla@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