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으로 출발해 정통을 지향하고, 정통이 되는 순간 다시 이단을 지향하라"
우리나라는 전란을 넘어 근대화를 겪으면서 심각한 가난을 경험했다. 먹고사는 것 외에 생각할 수 없던 시절에 국민들의 위안거리는 마을에 한두대 있던 TV에서 나오는 스포츠 경기였다. 옹기종기 모여서 레슬링 경기에 환호하고 올림픽 역도 경기에 눈물을 흘렸다. 마음의 위안거리이자 국민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큰 힘이었다. 당시 스포츠는 국위선양이며 ‘국가’라는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매개체였다. 또한 스포츠는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하나의 외교였다. 국민들을 하나로 묶어준 스포츠의 발전은 국가차원의 지원을 떠나 기업회장님들의 살신성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한스경제는 지난 몇 십년간 스포츠를 통해 국위선양에 힘쓰던 ‘회장님’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간의 노력들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OK금융그룹의 스포츠 사랑은 각별하다. 특히 럭비 사랑은 소문이 나 있다. OK금융그룹의 경영 이념인 ‘원팀 정신(One Team Spirit)’은 럭비의 3대 정신인 희생·인내·협동에서 착안했다. 그 중심에는 최윤 OK금융그룹 회장 겸 대한럭비회장이 든든히 버티고 서 있다.
재일교포 3세 출신인 최 회장은 일본 나고야가쿠인대학에서 럭비선수로 뛴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어릴 때부터 신분차별에 따른 서러움 맞서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럭비선수로 뛰며 늘 가슴 깊이 새겼던 스포츠 정신이었다.
불모지였던 한국럭비의 저변 확대와 유망주 발굴에 힘쓰며 자신이 못다 이룬 선수의 꿈을 후배들이 이룰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 ‘럭비광’ 최윤 회장 “럭비 이야기만 해도 24시간이 모자라”
최 회장은 소문난 ‘럭비광’이다. 그는 지금도 ‘24시간 동안 럭비 이야기만 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남다른 애정을 보이고 있다. 그는 1946년 럭비협회 창립 이후 2021년 첫 경선에서 제24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취임 5개월 당시 “투명과 공정, 화합이라는 가치 하에, 럭비를 사랑 받는 인기 스포츠로 만들겠다”며 “대한민국 럭비 미래 100년의 주춧돌을 놓을 것이다”라고 강조하며 곧 행동으로 실천에 나섰다.
OK금융그룹은 한국 럭비 꿈나무와 남녀 럭비 국가대표팀 후원을 시작으로 ‘럭비의 인지스포츠화’를 목표로 럭비협회의 재정적,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철저히 무관심 종목이었던 럭비는 최 회장 체제에서 수많은 변화를 겪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위기도 있었지만 최 회장의 럭비에 대한 열정과 사명감은 한국럭비의 이변으로 잘 나타났다.
OK금융그룹의 ‘통 큰’ 지원의 결과 남자 럭비 7인제 국가대표팀은 2020 도쿄올림픽 남자 럭비 아시아지역 예선 우승을 시작으로 한국 럭비 100년 역사 이래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업적을 달성했으며, 17년 만에 본선에 진출한 2022 남아프리카공화국 럭비 세븐스 월드컵에서 2승(2패)를 기록하는 등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선수들의 노력과 최윤 회장의 보이지 않는 지원은 국내 기업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회장사를 제외하고 별다른 스폰서가 없었던 럭비협회에 LG전자,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20개가 넘는 주요기업들이 스폰서로 유치하는 성과를 올리는 결과를 낳았다.
◆ "이단으로 출발해 정통을 지향하고, 정통이 되는 순간 다시 이단을 지향하라"
'이단으로 출발해 정통을 지향하고, 정통이 되는 순간 다시 이단을 지향하라'는 최 회장의 인생 좌우명이다.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자신 만의 영역을 만들어 정상에 오른 뒤 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그가 직원 수 4000여 명, 총자산 규모 15조 원의 OK금융그룹을 일궈낸 그의 인생에 녹아 있다.
그는 재일교포 3세이면서도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 민족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회사 이름의 OK도 '오리지널 코리안(Original Korean)'이란 의미가 담겨있다.
최 회장은 평소에도 '조국인 한국에 돌아와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제 마음 속 깊은 곳에 강인한 힘을 심어준 스포츠에 은혜를 갚고 싶었다"고 말할 정도다.
럭비를 포함해 배구, 하키, 유도 등 비인기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후원을 지속해온 최윤 회장은 그 공을 인정받아 도쿄올림픽 한국 선수단 부단장에 선출된 바 있다. 선수단 부단장은 선수단장을 보좌하고 선수단 관리에 대한 모든 사항을 지원하는 자리로 스포츠 활성화에 공헌이 크고 스포츠 분야 외교 능력을 보유한 사람에게 그 자격이 주어진다.
최 회장은 사상 처음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은 남자 럭비대표팀을 현장에서 열렬히 응원하고 또 응원했다.
◆ 재일동포 3세 유도선수 안창림 "최윤 회장님은 인생 선배시다"
최 회장을 두고 빼놓으면 안 되는 스포츠인이 있다. 바로 안창림이다. 안창림 역시 최 회장과 마찬가지로 재일교포 3세 출신이다. 그는 일본 유도연맹의 귀화 요청을 거절하고 태극마크를 선택해 도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 회장은 2018년부터 안창림을 후원해왔다. 한국과 일본 모두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는 '주변인'의 서러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안창림은 도쿄 대회 당시 73kg 동메달 결정전 직후 최 회장과 포옹한 뒤 감사함을 드러낸 장면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는 "최윤 회장님은 좋은 말씀과 함께 꾸준히 물심양면 도와주시는 분으로,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매 경기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OK금융그룹의 OK는 오리지널 코리언이라는 뜻도 있지만 올림픽 코리언(Olympic Korean)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세계적인 스포츠 대축제인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의 활약상이 이어져 국민에게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OK금융그룹이 더 분발하겠다."(제3회 한국스포츠메세나 시상식 때 최윤 회장이 한 소감)
김호진 기자 hoo1006@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