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 “세제와 대출, 공급 등 정책 후퇴…제자리 돌려놓는 게 우선”
깡통전세·전세사기 문제…정부의 실효적 대책 촉구
[한스경제=김동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년을 앞둔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정부의 주거·부동산 정책에 혹평을 쏟아냈다.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했지만 주거 취약계층과 주거세입자를 위한 주거복지, 세입자 정책은 크게 후퇴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 지난 3월 당선 1년 후속 평가…주택공급 등 각 분야 전문가 '혹평’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등은 9일 오전 ‘윤석열 정부 1년, 주거·부동산 정책 평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윤 대통령의 취임 1년을 하루 앞두고 정부 정책을 되짚어 보는 한편 개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앞서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3월 당선 1년이 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혹평하기도 했다. △주거·부동산 △노동 △기후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 정부의 퇴행적인 행보를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당시 “향후 정부 출범 1년에 맞춰 성적표를 매기고 낙제점이 나올 경우 경고 자체로 끝내지 않을 것”이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날 좌담회는 한국도시연구소 이원호 책임연구원이 사회를 맡았다. △주택공급 △부동산 금융 △부동산 세제 △주거복지와 주거 세입자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발제자로 참여했다.
좌담회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주거·부동산 정책에 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발제자들은 현 정부가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들에게 조세, 금융 등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한 반면 주거 취약계층과 주거세입자를 위한 주거복지, 세입자 정책은 크게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전세사기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발제자들은 국가가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관련 책임을 인정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또 세제와 대출, 공급 등 분야별로 후퇴한 정책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게 윤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 자산불평등 심화와 주거권 후퇴 우려…정부의 실효적 전세사기 대책 촉구
주택공급 분야 발제를 맡은 민변 이강훈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가 과도한 주택 공급 목표 대신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한 공공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추진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은 금리 인상으로 주택 수요가 급감하는 현재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 재건축 부담금 완화와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주택사업 인허가 절차(통합심의 확대) 등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정책이 당장의 주택 경기 활성화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향후 주택가격 상승 시기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거주 목적의 실수요자가 아닌 다주택자들에게 투기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자산불균형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도 우려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인 임재만 교수는 부동산 금융 분야 발제를 맡았다. 임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 작년 말까지 전체 가계대출은 감소세를 나타냈으나 주택담보대출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전세대출은 지난 2017년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높은 증가율을 보였으나 금리 상승, 전세가 하락 등으로 증가세가 둔화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정부가 가계 및 주택의 금융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며 “금리 인하 등으로 향후 경제 여건이 호전될 경우 주택투기가 성행해 또다시 부동산 거품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전세사기 대책에 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정부가 대출 여력이 부족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추가 대출을 통한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해서는 안 되며 대폭 삭감한 매입임대 예산으로 전세피해주택 매입할 경우 취약계층의 주거환경 개선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이유다.
세 번째 발제를 맡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 정세은 교수는 윤 정부의 부동산 세제 완화가 세수입 감소로 이어져 자산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위해 윤 정부에 △공정시장가액비율 폐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원상 복구 △후퇴한 보유세의 정상화 △양도세 중과세율 원래대로 부과 △주택임대소득 분리과세 축소를 요구했다.
마지막 발제자인 한국도시연구소 최은영 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국민 누구나 따뜻하고 깨끗한 집에서 살 수 있는 나라’는 구호에 머물렀다고 꼬집었다. 이와 달리 주거복지와 세입자들의 주거권은 후퇴했다는 게 최 소장의 평가다.
지난해 8월 반지하 참사,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 화재 참사가 잇따르고 깡통전세와 전세사기 피해가 확산되고 있음에도 이전 정부보다 이전 정부보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연간 13만호→10만호)을 축소한 점을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전셋값의 급격한 상승세를 완화한 임대차 3법을 윤 정부가 폐지·축소를 주장해 전세사기, 깡통전세 문제를 방치해 문제를 더 키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최 소장은 “윤 정부가 깡통전세와 전세사기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가용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점진적으로 모든 국민이 적정 주거권을 실현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수 기자 kds32@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