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당국, 금산분리 제도 개선 검토...미래 먹거리 발굴 토대 될까
우리메타브랜치 모습 /우리은행
우리메타브랜치 모습 /우리은행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메타버스 관련 산업이 미래 먹거리로 기대되는 가운데, 은행권 역시 기존의 비즈니스 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금산분리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기에 여전히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AR과 VR 기술 등을 포함한 메타버스 산업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논의서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이와 같은 산업은 더욱 각광받게 됐다. 다국적 회계컨설팅기업 PwC에 의하면 글로벌 메타버스 관련 시장은 지난 2019년 455억달러, 약 50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한 2030년에는 1조 5429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17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도 자체 플랫폼을 개발하거나, 관련 기업과 협력하는 등의 방식으로 메타버스 관련 산업에 진출하고 있다.

메타버스란 미국 SF 작가 닐 스티븐슨이 자신의 작품 ‘스노우 크래시’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현재는 다양한 사회·경제·문화 측면에서 상호 교류하기 위해 만들어진 가상세계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진화했다.

가령 은행권에서는 이러한 메타버스 공간을 일종의 ‘가상 지점(virtual branch)'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2021년 12월 메타버스 전문 업체인 오비스와 협업해, 소상공인들이 은행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우리메타브랜치'를 오픈한 바 있다.

KB국민은행도 2022년 2월 인기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인 ‘로블록스'에 가상 영업점을 선보였다. 신한은행은 2023년 3월 메타버스 플랫폼 ‘시나몬 시즌2’를 오픈하며 체험형 미니게임 등으로 자사 서비스에 대한 경험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메타버스 관련 비즈니스에 진출하는 데 있어서 걸림돌은 현행 금산분리 제도다.

핵심은 은행의 고유업무(금융업무)와 비금융업무에 대한 구분 때문이다. 현행 제도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금융과 비금융 사이의 위험 전이 ▲고유업무와 타업무 간의 이해상충 ▲경제력 집중과 우월적 지위 남용 등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대표적인 관련법은 ‘은행법'이다. 은행이 비금융회사 주식 소유 제한과 부수업무 제한 등의 내용이 명시돼 있다.  최근 여기서 이슈가 되고 있는 조항이 부수업무 제한과 관련한 것이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신한은행의 경우,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도 비금융 서비스인 배달앱 ‘땡겨요'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원칙적으로 은행의 부수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금융 당국은 소비자보호 방안과 내부통제장치 등을 마련하는 것으로 2020년 12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해당 사업을 한시적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한 바 있다.

KB국민은행이 영위하고 있는 알뜰폰 서비스인 ‘KB 리브엠' 역시 마찬가지 맥락이다. 특히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운영하고 있던 해당 사업을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12일 “부수업무 공고를 통해 법령 등을 정비할 예정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행 은행법은 이 ‘부수업무'의 기준을 명시하고 있지 않다. 단지 “은행업무에 부수하는 업무"라면서 “은행의 경영건전성을 해치거나 이용자 보호에 지장을 가져오는 등의 경우에 금융위원회가 제한하거나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요컨대 금융 당국의 재량에 따라 이 부수업무의 범위는 상당히 넓어질 수 있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는 “금산분리 제도 중 금융회사의 부수업무 및 자회사 출자범위를 확대·개선해 금융-비금융 융합을 촉진하고, 상호간의 시너지 효과를 제고할 것이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어 올해 1월 30일에는 “금융회사의 비금융업종 자회사 출자 또는 부수업무 영위 허용 등 과감한 금융규제 완화 방안을 상반기 중에 마련할 것이다"고 다시 한번 방점을 찍었다. 당국의 의지가 어떤 방향인지를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이수환·유영국 연구위원에 따르면, 이웃나라 일본의 은행법에선 은행이 영위할 수 있는 부수업무를 조문에 명시하고 있다. 이는 “해당 은행이 보유한 인력, 정보통신기술, 설비 및 기타 해당 은행이 운영하는 은행업과 관련된 경영자원을 주로 활용하여 운영하는 업무로, 지역활성화, 산업생산성 향상 및 기타 지속가능한 사회의 구축에 기여하는 업무로서 내각부령으로 정하는 것이다"고 규정한 것이다. 우리의 은행법에 비해 부수업무의 기준을 법률 차원에서 설정해 예측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논란과 반론도 있다. 가장 중요한 이슈는 무엇보다 안정성과 관련한 부분이다. 메타버스를 통해 은행이 비금융 업무를 확대해 나갈 경우, 이러한 비금융 영역의 리스크가 은행으로 전파될 것에 대한 우려다. 아울러 이러한 메타버스 인프라 구축의 비용이 금융소비자에게 전가될 우려라든지, 막상 열어보니 사업이 신통찮아 불시에 비금융 사업을 철수할 경우 시장과 소비자들의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이처럼 구체적으로 오가는 이슈 외에도 메타버스의 ‘경쟁법'적 논의는 보다 초기 단계에 있다. 따라서 향후 산업의 성장에 따라 오히려 핵심 주제로 부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디지털 플랫폼 속성을 지닌 메타버스는 여타 플랫폼과 경쟁을 해야 하는 동시에, 자신이 구축한 플랫폼 생태계에서는 규제자(regulator)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결국 이 얘기는 독과점이나 공정거래 등 현재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을 둘러싼 경쟁법적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고 지배하는 사업자가 금융지주회사인 경우, 메타버스 활용을 통한 비금융업무 수행으로 공정거래법상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한 금산분리 규제 관련 이슈가 다시금 부각될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현재 시점에서는 글로벌 차원의 급격한 시장 변화를 면밀히 분석하고 적시에 대응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새로운 기술로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시장을 두고 우선 규제를 들이미는 것은 무모하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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