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서로 ‘남 탓’ 공방…文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 vs 尹 정부 지원 미봉책 불과
피해자 구제 특별법 조속히 처리해야…제4의, 제5의 희생자 나와선 안 돼
[한스경제=김동수 기자]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지만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종 법안은 국회에서 잠만 자고 있다. 정치권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처리에 뒷짐만 지다 뒤늦은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 두 달 새 피해자 3명 극단 선택…다수 관련 법안은 국회서 낮잠만
최근 인천 미출홀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또다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올해 2월 사망한 또 다른 피해자의 사십구재(4월 17일)를 사흘 앞두고 발생한 일이다. 피해자들은 전세사기 후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2월 사망한 피해자는 “정부 정책이 너무 실망스럽다”, “더 이상은 버티기 어렵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피해자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었다는 게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의 설명이다.
지난 2월을 시작으로 두 달 새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3명이 잇따라 숨졌지만 재발 방지대책을 담은 다수 법안은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1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법안 다수가 계류 중이다. 대표적인 개정안은 ‘주택임대차 보호법’으로 올해에만 10건에 달하는 개정안이 발의됐다.
구체적으로 임대인이 중간에 바뀔 경우 임차인에게 매매 계약 체결 사실을 통지하는 개정안(심상정 정의당 의원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은 계약 체결 통지를 통해 임차인이 양수인과 임대차계약을 유지할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 전세 기간 시작 전까지 임차인이 임대인의 보유 주택 수를 열람할 수 있게 하는 법안(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안)도 제출된 바 있다.
지난해에도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 쏟아졌다. 임대인이 임차주택을 매매하려는 경우 계약을 체결하면 지체 없이 임차인에게 통지하도록 하는 법안(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안)을 꼽을 수 있다.
또 전입신고 즉시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을 갖추고 임대차계약증서에 확정일자를 받으면 임대차 보증금채권에 대한 임차인의 우선변제권을 인정하는 개정안(김회재 민주당 의원안)도 있다. 대항력이 당일이 아닌 다음 날 0시부터 발생하는 허점을 악용한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서다.
◆ 지난해부터 쏟아진 개정안…여야, 법안 처리보단 서로 ‘네 탓’
문제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속해서 발의됐지만 상당수가 소관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달 말 전세사기 피해 방지를 위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려는 자가 계약 및 임대인에 대한 정당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많은 수의 개정안이 발이 묶인 상황이다.
정작 관련 법안을 처리했어야 하는 여야는 최근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횡행하는 전세사기 원인을 ‘문재인 정권’의 이념적 부동산 정책이라며 공세를 펼쳤다. 민주당이 ‘임대차 3법 개정’을 추진해 전세 문제를 악화시켰다는 얘기다. 아울러 정부와 조율해서 실현 가능한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게 국민의힘 계획이다.
반대로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전세사기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날을 세웠다. 긴급주거지원책은 실제 거주하기 마땅치 않고 저리·무이자 대출 지원 대상도 제한적이라는 게 이유다. 이에 ‘선 지원, 후 구상권 청구’를 내용으로 하는 특별법 추진을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치권의 남 탓 공방과 뒤늦은 수습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은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구제 특별법(주택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 및 주거안정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의 경우 예방을 넘어 피해자분들을 어느 정도 구제하겠다는 차원에서 만든 법안”이라며 “여야가 정쟁을 벌일 게 아니라 특별법을 하루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월부터 피해자 단체와 함께 여야를 대상으로 요구 사항을 전달했지만 법으로 제정되거나 처리된 게 거의 없었다”며 “이제라도 신속하게 특별법 처리해서 제4의, 제5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동수 기자 kds32@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