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부유층 전유물이었던 '미술품 투자', MZ세대도 가세
국내 미술품 시장 규모 1조원대 돌파
금융권, 미술품 투자시 거래비용, 세금, 관리 및 현금화 유의해야
미술품 시장 거래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과거 최상위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아트테크가 MZ세대까지 확산되면서 은행권에서는 관련 상품 및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하나은행 제공
미술품 시장 거래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과거 최상위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아트테크가 MZ세대까지 확산되면서 은행권에서는 관련 상품 및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하나은행 제공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글로벌은 물론 국내에서도 미술품 시장 거래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과거 최상위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아트테크(아트와 재테크의 합성어)가 MZ세대까지 확산되고 있다. 

미술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은행권에서는 미술과 금융을 결합한 서비스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으며, 시장 선점을 위해 각종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투자자산으로 미술품에 대한 가치가 상승하면서, 투자 수요 증가와 함께 투자 환경이 구축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거래비용, 세금, 잠재적 위험 및 비용 등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미술품 투자시장은 최근 온라인 미술품 판매의 활성화로 기존 부유층 외에 MZ세대를 비롯한 신규 진입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투자 수요가 확대되면서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경매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2023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Korean Wealth Report)'에 따르면 슈퍼리치(2022년 기준 평균 자산 323억원)는 투자자산으로 미술품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슈퍼리치의 약 41%가 미술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술품도 외화 자산관 마찬가지로 자산 규모에 비례해 보유자 비중이 증가했다. 아울러 슈퍼리치 2명 가운데 1명은 향후에도 미술품을 추가로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미술품은 전 세계적으로 슈퍼리치를 포함한 부유층의 자산관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가치상승은 물론 절세, 네트워킹 등 투자 자산으로서 많은 강점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아트테크는 최상위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온라인 미술품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일반 대중의 미술품 투자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국내 미술품 시장은 공동구매(조각 투자) 방식으로 작품 지분을 보유하면서 MZ세대의 경매 참여율이 높아지고 있다. 2021년 기준 서울 옥션의 20, 30대 신규 회원은 1년 만에 무려 8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미술품 조각 투자로 인기를 얻고 있는 분할소유권 시장은 지난해 약 9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2012~2021년 국내 미술품시장 거래 규모 현황.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제공
2012~2021년 국내 미술품시장 거래 규모 현황.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제공

국내 미술품 시장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2021년 한국 미술시장은 역대 최대인 2007년 6000억원을 훌쩍 넘은 약 9157억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상반기 시장 규모는 5327억원 규모이며, 연간 단위로는△기존 애호가, 컬렉터와 더불어 문화생태계의 새로운 중심인 MZ세대의 적극적인 활동 △디지털 아트의 확장 △해외 유명 화랑, 경매사, 아트페어의 한국 진출 △유통, 패션, 금융 등 타 산업 분야의 미술시장 진출 등의 영향으로 1조원대 시장에 진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미술품 시장 전망도 밝다. 지난해 9월 국내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와 동시에 개최된 '프리즈'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대형 갤러리 및 컬렉터가 한국의 미술시장을 재조명하고 있다. 

프리즈에 방문객은 약 7만명이며, 추정 판매액은 6000억원 이상에 달한다. 글로벌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과 글로벌금융투자사 'UBS'가 발간한 '아트마켓 2023(The Art Market 2023)'에 따르면 KIAF와 프리즈 서울의 동시 개최 영향으로 지난해 한국에서 활동하는 아트딜러의 매출은 전년 대비 40% 이상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술업계는 향후 '프리즈 서울'이 1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는 동시에 국내 미술 시장에 대해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은행권은 매년 성장하고 있는 미술품 시장에 발맞춰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곳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은행 자체적으로 두 곳의 미술품 전용 수장고를 운영해오면서 2000여 점이 넘는 은행의 미술품을 보관, 관리해오고 있었으며 2020년에는 건물전체가 수장고인 서울옥션 강남센터에 골드PB 전용 점포를 개설해 아트뱅킹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보이는 수장고인 'H.art1(하트원)' 오픈을 통해 작품 전시와 수장고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며 아트 관련 서비스를 은행 비즈니스로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이외에도 미술 콘텐츠 플랫폼 '이젤'과 차별화된 아트뱅크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 체결을 통해 △아트뱅크 서비스 공동 기획 및 운영 △아트테크와 관련된 상품 개발 △미술품 매매 △국내외 가상 미술관 콘텐츠 공급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기업인 '테사'와 함께 ‘미술품 조각투자’ 서비스를 더욱 안전하고 다양하게 제공하고, 개인 투자자들이 조각투자에 소액으로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또한, 지난달에는 금융권 최초로 미술품 동산관리처분신탁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하트원'에서 전시기간 동안 파악된 작품 구매 수요를 '신탁'과 연결해 안전하게 미술품을 보관하다가 처분하는 미술품 신탁상품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자산유형별 수익률 현황.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제공
코로나 팬데믹 시기 자산유형별 수익률 현황.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제공

미술품이 투자자산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는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술품은 매일 가격이 변하는 주식과 대조적으로 가치 보존 자산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에 부유층은 심미적 만족감 이외에도 차익 실현을 위한 투자, 절세 등의 목적으로 미술 작품을 구매하고 있다. 글로벌 회계법인·컨설팅사인 딜로이트는 2020년 기준 초고액자산가가 보유한 미술품 및 수집품의 가치를 1조 4900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는 1조 8800만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미술품은 시장 및 정부 정책에 의해 가격이 변하는 다른 자산과 달리 단기 이벤트의 영향을 적게 받으며, 대체적으로 인플레이션과 함께 가치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2020년 1월~2021년 6월) 미술품 수익률은 28.2%로, 선진·신흥시장 주식 수익률(31.4%·28.4%)과 유사하며, 헤지펀드(19.2%), 부동산(9.8%)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아울러, 인플레이션은 통화 약세를 동반할 수 있지만, 미술품은 글로벌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으로 평가하므로 통화의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도 할 수 있다. 

다만, 미술품 투자가 마냥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술품 투자 시 거래비용, 세금, 잠재적 위험 및 비용 등을 고려해야 한다. 

먼저, 국내의 경우 위탁자가 경매회사에 작품 판매를 요청하면 낙찰가의 10%를 위탁수수료로 지불해야 한다. 해외는 일반적으로 작품가에 따라 차등 적용한다. 또한, 국내 미술품 구매자가 작품을 낙찰받으면 부과되는 낙찰수수료는 오프라인 기준으로 15%이며, 해외 경매의 경우 작품 가격에 따라 12~25%까지 부과해야 한다. 국내 온라인 경매 구매 수수료는 오프라인 수수료보다 높은 18% 수준이다. 

더불어, 갤러리나 아트 딜러를 통해 미술품을 거래하는 경우 통상 40~60%의 구매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며 약 50%로 책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두 번째 유의사항은 세금이다. 국내에서 미술품 거래로 양도 차익이 발생하는 경우 기타소득으로 과세한다. 

양도가액이 6000만원 이상인 작품만 과세 대상이 되며,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 세율로 분리 과세한다. 미술품 등 양도차익에 대한 비과세 규정은 소득세법에만 있으며, 법인이 미술품을 구입해서 양도할 경우에는 차익에 대해 법인세를 부과한다.

또한, 미술품의 상속 및 증여가 이루어지는 경우 공시가격 산정을 위해 2인 이상의 전문가가 감정한 금액의 평균으로 평가대상의 가치를 산정하고 세액을 계산한다. 

마지막으로 미술품은 객관적인 가치 산정이 어렵고 보관 과정에서 손실이나 훼손 가능성이 존재한다. 

예술은 주관적 영역이라는 이유로 작품의 적정 가치를 측정하는 일이 어렵다. 작가의 평판, 트렌드에 따른 구매층의 선호도 등에 따라 가격이 변하기도 한다. 

또한 미술품은 구매자를 찾지 못하면 판매될 때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돼 주식, 채권 등의 금융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현금화하기 어려운 단점도 있으며, 작품은 온도와 습도의 변화, 작품 프레임에 의해 손상될 수 있으며 도난의 위험도 있어 소장품의 가치가 높은 경우 보험 가입하는 것이 좋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모든 미술품이 단순히 가치가 오를 때까지 안전한 곳에 두고 기다린다고 해서 저절로 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며 "각종 전시회나 잘 준비된 기획 이벤트를 통해 애호가들의 눈길을 끌고 대중의 호평을 쌓아가거나 유명 시설 등에 임대해 운용하는 등 작품 가치를 제고하는 다양한 활동이 수반될 때 가치가 상승하고, 성공적인 처분 기회를 마련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은행권은 신뢰성 높은 은행 신탁상품을 통해 미술 작품을 보유(또는 보유하실)한 고객의 미술 자산의 가치를 제고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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