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환자 90%가 60대 이상 3대 노인성 뇌질환 꼽혀
치매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뇌 질환
움직임 느리고 손발 떨림 등 노화와 비슷
약물 치료 우선, 부작용 시 수술 고려돼

[한스경제=홍성익 보건복지선임기자] 매년 4월 11일은 세계 파킨슨병의 날(World Parkinson's Day)이다. 영국 의사 제임스 파킨슨(James Parkinson·1755~1824)이 1817년 파킨슨병을 처음으로 학계에 보고한 것을 기념해 그의 생일인 4월 11일이 ‘세계 파킨슨병의 날’로 지정됐다.

허륭 교수/제공=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허륭 교수/제공=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파킨슨병은 뇌의 도파민성 신경세포를 비롯한 다양한 신경세포의 소실로 손발이 떨리고(떨림), 움직임이 느려진다(서동). 몸이 뻣뻣해지며(경직) 걸음걸이가 불안정하다(보행장애). 종종 넘어져 다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파킨슨병은 치매, 뇌졸중과 함께 3대 노인성 뇌질환으로 꼽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2017년 10만명에서 2021년 12만명으로 늘었다.

특히 70대 이상 고령층이 전체 환자의 약 85%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평균수명 증가와 함께 환자 수도 점차 늘고 있다. 뇌 신경계 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은 질환에 대한 인식이 낮아 뇌졸중, 치매로 오인되기도 한다.

허륭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65세 이상 고령층의 1~2%에서 발병할 만큼, 노년의 삶을 위협하는 대표 질환”이라고 말했다. 파킨슨병은 노인 100명 중 2명꼴로 앓고 있다는 얘기다. 파킨슨병의 대표적 전조증상은 렘수면행동장애, 후각 소실, 변비, 소변장애, 기립성 저혈압, 주간졸림 및 우울증 등이다.

파킨슨병이 생기면 보통 자율신경계 증상으로 변비가 자주 생기고, 냄새를 잘 구분하지 못하며, 잠을 잘 때 잠꼬대와 비슷한 수면장애가 발생한다. 병이 진행되면 걸을 때 보폭이 좁아지고 잘 넘어지는 증상이 발생하며, 결국엔 옴짝달싹할 수 없이 누워 지내야 되는 상태에 이른다.

신체적인 문제뿐 아니라 몸을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서 불안증이나 우울증 같은 정신적 문제를 겪기도 하고 ‘파킨슨치매’가 발생하기도 한다.

파킨슨병은 중뇌의 흑색질이라고 불리는 부위의 도파민 세포가 점점 줄어 발생하는데, 왜 흑색질에 변화가 일어나는가에 대해 확실하게 밝혀진 게 없다. 다만 약 15%의 환자들의 경우 유전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고 환경적 영향이나 독성물질이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파킨슨병은 치매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뇌 질환이다. 급속한 고령화로 파킨슨병 환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파킨슨병 환자는 2016년 9만6764명에서 2020년 11만1312명으로, 5년 새 15% 늘었다. 연 평균 3.6% 증가했다. 파킨슨병은 완치가 어렵지만 조기 진단으로 약물 치료를 하면 진행을 늦출 수 있다.

◇ 조기 진단 중요하지만 노화와 헷갈려

파킨슨병은 뇌에서 만들어지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이 부족해 발생한다. 도파민은 우리 몸의 움직임에 관여한다. 기계를 잘 움직이게 하는 윤활유와 역할이 같다. 도파민이 부족하면 윤활유가 부족한 기계처럼 우리 몸도 뻣뻣하고 느려진다.

파킨슨병은 파킨슨증후군과는 다르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이 생성되지 않는다면, 파킨슨증후군은 도파민은 나온다. 하지만 뇌 자체가 망가져 도파민을 수용하지 못한다.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손발 떨림, 행동 느려짐(서동증), 근육 강직, 보행 장애 등이다. 서서히 진행되며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파킨슨병을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여기기 쉬운 이유다. 특히 파킨슨병은 한 쪽에서 먼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파킨슨병을 노화로 오해하고 방치하면 증상은 더욱 악화된다. 병이 진행될수록 몸이 구부러지거나 균형을 잡지 못해 넘어진다. 걸을 때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는 보행 동결 등도 나타난다. 이때는 환자의 심리적 고통도 커져 우울, 불안, 충동 조절 장애 등 신경 정신 증상이 동반된다.

◇ 치료 기술 발달로 환자 생존율·삶의 질 향상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치료 약물은 ‘레보도파’다. 뇌에서 도파민으로 변환돼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해준다. 다만 약효는 5~7년 정도 계속된다. 이 기간이 지나면 약의 지속시간이 짧아지고 이상운동증(몸을 의지와 상관 없이 흔드는 것)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약물 효과가 떨어지면 뇌심부 자극술을 적용한다. 초소형 의료기기를 뇌에 삽입해 특정 부분에 전기자극을 주는 방법이다. 수술 후 전기자극발생장치를 작동시키면 뇌에 심어둔 전극에 전기자극이 시작되고, 서서히 이상운동증이 사라진다.

운동 치료를 병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근력 강화가 목적이다. 이미 변형된 자세를 완벽하게 되돌릴 수는 없지만 몸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지속적으로 해야 효과가 유지된다.

허륭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파킨슨병이 완치가 힘들다고 진단을 받아도 방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치료 기술의 발달로 환자 생존율과 삶의 질이 향상됐다”며 “절대 포기하지 말고 정밀한 검사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최선의 치료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홍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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