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규제를 위한 규제” 주장
기업 분쟁 악용·산업 경쟁력 악영향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보툴리눔 톡신 등 고위험병원체에 대한 관리 감독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자칫 격화될 수 있었던 ‘기업 간 분쟁’은 당분간 보류되는 모양새다.

국회 복지위(위원장 정춘숙)는 22일 제2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에 대해 ‘계속 심사’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다음 복지위 전체회의에 오르지 못하고, 소위에서 더 논의하게 됐다.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의 골자는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 및 병원체(균주) 등을 엄격히 관리하고자 질병관리청의 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다.

특히 보툴리눔 톡신 등을 비롯해 생물테러감염병 균주 보유자가 취급 기록을 보존하게 하고, 만약 불법으로 균주를 취득했거나 허위사실이 드러날 경우 과태료를 부과와 제품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균주의 모든 염기서열 정보를 질병관리청에 제출해야 돼,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 제조사의 균주 출처 및 기록 관리가 공개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그간 논란이 됐던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의 균주 출처가 확인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또다른 한편에서는 업체 간 분쟁 도구 악용돼 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두고 기업 간 치열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대웅제약은 현재 메디톡스와 균주 출처를 두고 국내 민사 소송 1심에서 패소, 항소에 들어갔다. 휴젤은 메디톡스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전에 들어갔다.

휴온스그룹은 아직 송사에 휘말리진 않았지만, 사실상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 지배적인 시각이다.

휴온스그룹은 지난 2016년 바이오토피아를 인수한 후 세운 계열사를 통해 보툴리눔 톡신 사업을 하고 있다. 바이오토피아는 지난 2013년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돼지 축사에서 발견했다고 보고했다가, 돼지 축사가 아닌 국내 토양 샘플에서 분리했다고 정정했다. 다만 정확한 위치는 밝히지 않았다. 휴온스그룹은 바이오토피아의 균주를 활용해 제품을 생산 및 판매하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법안인 만큼, 소위 통과 여부에 치열한 물밑작업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균주 출처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메디톡스와 제테마는 감염병예방법 개정안 통과를 적극 주장했다. 반면 대웅제약과 휴젤 휴온스 등은 법안 발의자인 최 의원실과 복지위 소속 의원실을 직접 찾아 문제점을 설명했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현행법에서도 충분히 고위험병원체에 대한 안전조항 및 생물테러감염병병원체에 대한 국가관리 및 위반에 대한 행정처분 근거가 제도화돼있다”면서 “이번 개정안은 개별 기업의 영업비밀을 침해할 수도 있는 ‘규제를 위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툴리눔 톡신 업체 간 갈등이 완전하게 종식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번 개정안은 자칫 기업 간 분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며 “따라서 업계 대다수가 개정안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고 덧붙였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고려하면 법안을 대표 발의한 최 의원의 21대 국회에서의 남은 임기는 1년”이라며 “이 시기까지 통과 여부가 결정되지 않는다면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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