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집중투표·이사회 의장-대표이사 분리, 업계 전원 미준수
주총 평균 20.7일 전 소집공고...다수 의무기한 2주만 지켜
현대제철, 업계 내 준수율 최저...현대두산인프라코어 등 3社, 준수율 높여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현대제철 제공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기업들이 저마다 ESG 경영을 외치고 있지만, 주주 배려나 이사회 독립성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총 200대 기업 가운데 철강·기계업종 내 기업 전원이 '집중투표제'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를 아직 시행하고 있지 않았다.

ESG행복경제연구소가 200대 기업(2021년 기준)을 15개 업종으로 분류해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현황을 확인한 결과, 철강·기계업종 7개사는 15가지 항목 가운데 평균 5.1건을 준수하지 않았다. 200대 기업 평균인 4.6건보다 높은 수치다. 

'지배구조 핵심지표'는 금융당국이 투명한 지배구조를 위해 권고하는 사항이다. 현재 자산 1조원 이상인 상장사를 대상으로 공시를 의무화했다. 핵심지표는 크게 △주주(4개) △이사회(6개) △감사기구(5개) 등 3개 부문으로 나눠 평가한다. 

철강·기계업종에서는 고려아연·현대제철·두산밥캣·현대로템·현대엘리베이터·동국제강·현대두산인프라코어 등 7개사가 의무 공시 대상에 포함됐다. 
 
◆ '이사회' 부문 준수율 최저...집중투표·이사회 의장-대표이사 분리 '미준수율 100%'
부문별로는 철강·기계업종의 '이사회' 부문 항목이 가장 지켜지 않았다. '집중투표제'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는 업계 전원이 준수하지 않았다. 

집중투표제의 경우 기존 1주당 1표씩 의결권과 달리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한다. 이 제도 시행 시 소수 주주의 의견이 반영될 가능성이 기존 방식보다 높아지게 돼 권고하고 있다. 다만 상법상 임의조항으로,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차원에서 집중투표제를 정관상 배제하고 있다. 현대제철·두산밥캣·현대로템·현대엘리베이터·현대두산인프라코어 등이 정관상 배제했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의 경우 이사회의 독립성을 제고해 경영 감독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된 항목이다. 두산밥캣·현대로템 등 다수 기업에서는 대표이사가 의장을 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건설기계 산업은 전방산업인 건설업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산업으로, 글로벌 시장에 대한 수출 지향형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에 건설경기 기복이 있을 경우, 코로나19 등 급격한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 대응을 위해 사업의 높은 이해도와 전문성을 갖춘 사내 최고 전문가이자 경험이 풍부한 대표이사가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그밖에 '최고경영자 승계정책(비상시 선임정책 포함) 마련 및 운영'은 현대제철·두산밥캣·현대로템 등이 지키지 않았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주요 임원 포지션에 대한 승계 후보군을 선정하는 프로세스를 구축 및 운영함으로써 안정적인 경영 승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산밥캣은 현재 명문화된 최고 경영자 승계 규정이나 위원회는 없다. 다만 2004년부터 최고경영자(대표이사) 승계를 위한 내부 프로세스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감사기구' 부문에서는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내부감사업무 지원 조직)의 설치' 항목 미준수율(71%)이 높았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감사위원회를 지원하는 부서들이 존재하지만, 독립성을 갖추지는 못했다. 현대제철은 팀내 전담파트로 운영 중이다. 두산밥캣 역시 감사위원회를 지원 중이지만, 조직원들의 인사평가 및 인사이동에 있어 경영진에게 독립되진 않았다. 

'주주' 부문인 '주주총회 4주 전 소집공고'와 '배당정책 및 배당실시 계획을 연 1회 이상 주주에게 통지' 항목의 미준수율은 57%로, 다소 높았다. 

철강·기계업계는 주총 평균 20.7일 전에 소집공고를 내고 있다. 주주 배려 차원에서 소집기한을 상법상 기한인 2주보다 여유롭게 공고하길 권고한다. 그러나 대다수는 상법상 기한만을 준수하고 있다. 두산밥캣·현대엘리베이터·동국제강 등이 그렇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위치한 두산밥캣 스테이츠빌 공장 전경. / 두산밥캣 제공.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위치한 두산밥캣 스테이츠빌 공장 전경. / 두산밥캣 제공.

◆ 현대제철, 업계 내 준수율 '꼴찌'...직전 공시 대비 13%↓
철강·기계업계에서 지배구조 핵심지표를 가장 준수하지 않은 기업은 현대제철이다. 주주, 이사회 부문 항목을 지키지 않았다. 특히 이사회 부문 미준수율은 83%에 달했다. 

더구나 직전 공시 대비 준수율은 13%가량 떨어졌다.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 권익 침해에 책임이 있는 자의 임원 선임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 수립 여부 △6년 초과 장기재직 사외이사 부존재 등 당시 준수했던 항목을 이번 공시에서 시행되지 않았다.

두산밥캣은 '배당정책 및 배당실시 계획을 연 1회 이상 주주에게 통지' 항목을 직전 공시 대비 시행하지 않아, 준수율이 낮아졌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배당결정 당일 '현금 현물 배당 결정' 공시를 통해 안내했다. 다만 2021년 사업연도는 따로 배당정책을 공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현대로템·현대엘리베이터·현대두산인프라코어 등은 미준수 항목을 시행하면서 준수율을 높였다. 특히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준수율을 13%가량 끌어올렸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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