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윤희근 경찰청장 "송구스러워"… 수사·감찰 착수
경찰 내부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필요"
윤희근(가운데) 경찰청장이 1일 오후 관내 술에 취한 시민을 놔둔 채 철수했다가 사망사고가 발생한 서울 동대문경찰서의 한 파출소를 점검차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희근(가운데) 경찰청장이 1일 오후 관내 술에 취한 시민을 놔둔 채 철수했다가 사망사고가 발생한 서울 동대문경찰서의 한 파출소를 점검차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최근 주취자 사건·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경찰의 ‘보호 의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 최고 수장인 윤희근 경찰청장이 직접 나서 엄정 대응 및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허술한 주취자 관리 시스템, 보호 시설 부족, 미비한 법 규정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취자 보호는 당초 경찰관직무집행상 경찰의 몫이었다. 지난 2000년부터 전국 경찰서 내부에 주취자 안정실을 두고 주취자를 보호해왔다. 그러나, ‘사실상 구금이 아니냐’는 인권침해 문제가 대두하면서 2009년 폐지됐다.

이후 경찰은 주취자를 의료기관이나 연고자에게 인계하는 쪽으로 방식을 전환했다. 문제는 연고자와 연락이 닿지 않거나 연고자가 없는 경우나 부상이 없어 병원이 인계를 거부할 때다. 이로 인해 업무 마비로 이어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는 진퇴양난에 빠지게 된다.

이에 경찰은 2012년부터 지방자치단체와 의료기관들과 협력해 주취자 응급의료센터를 운영 중이다. 다만, 경찰청이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평균 약 1000건의 주취자 신고에도 전국 18곳 각 센터에서 하루 평균 이용자가 10명도 되지 않아 유명무실한 상태다.

논란은 지난해 11월 두 차례의 주취자 사망 사고로 불거졌다. 경찰관이 지근거리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경찰의 안이한 근무 태도를 두고 비판이 쏟아지자 윤 경찰청장은 “송구스럽다. 주취자 보호 조치와 관련해 제도적 미비점이 있다는 지적이 있어 합리적인 대안과 개선책 등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두 사건은 경찰의 근무 태도도 문제지만 주취자 가이드라인도 문제다. 술에 취해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을 보호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이나 지침이 없다.

지구대와 파출소 매뉴얼에 따르면, 주취자는 의식이 없는 만취자와 단순 주취자로 구분한다. 만취자의 경우 의료기관이나 연고자에게 보내면 된다. 문제는 단순 주취자다. 매뉴얼에 ‘귀가를 권유하며 필요 시 연고자를 확인한다’고 적시돼 있는데, 귀가를 거부하거나 거주지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대응이 어렵다.

일선 경찰들 사이에선 가혹한 비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 내부 게시판인 ‘폴넷’에 “주취자을 어느 선까지 보호해야 하는지 정확한 매뉴얼과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며 “주취자 보호에 현장 경찰관의 어려움이 많다. 현장 경찰에게만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글이 실렸다.

한편, 국회에선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2021년 ‘주취자 범죄의 예방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는데,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김용판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주취상태 범죄 발생 현황'에 따르면, 살인·강도·폭행·강간 등 주요 범죄로 검거된 자 중 주취자의 비율은 2015년 32.7%, 2016년 32.0% 등 꾸준히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김 의원은 “술에 너그러운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가 돼 ‘주폭’이라는 용어가 없어지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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