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특수본, 13일 수사결과 발표 후 출범 74일 만 활동 종료
유가족협의회 측 "최고 책임자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는 것이 엄정하고 정의로운 수사인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 /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정환 기자]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10·29 참사(이태원 압사 참사 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해 출범한 지 74일 만인 13일 활동을 종료한다. 특수본은 출범 당시 기대와 달리, 윗선 수사의 한계를 드러내며 참사 유가족의 분노와 아쉬움을 남긴 채 '꼬리자르식 수사'를 했다는 오명으로 얼룩졌다. 

특수본은 10·29 참사 직후인 지난해 11월 1일 출범해 이임재(52)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62) 용산구청장 등 주요 피의자 2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는 반면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 상급 기관에는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성역 없는 수사'를 공언하며 500여 명의 인원을 투입해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수사를 이어갔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윗선' 수사로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재난에 대한 국가기관의 대비·대응 의무 등을 규정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따라 중앙행정기관인 행안부와 광역자치단체인 서울시에 구체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이 특수본의 설명이다. 유가족협의회 측은 "최고 책임자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는 것이 엄정하고 정의로운 수사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0·29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마음이 담긴 쪽지들. /연합뉴스
​10·29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마음이 담긴 쪽지들. /연합뉴스
10·29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참사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지난 11일 '위'로 향하지 않는 꼬리자르기 수사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10·29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참사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지난 11일 '위'로 향하지 않는 꼬리자르기 수사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10·29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11일 특수본이 있는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사 앞에서 '위로 향하지 않는 꼬리 자르기 수사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안타까운 심정과 분노를 드러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안타깝고 답답한 심정이다. 수사에서 유가족들의 의견 한차례도 묻지 않고 설명 없이 수사가 마무리됐다"라고 말했다. 

이 부대표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인파 관리에 관한 보고를 받았는데 참사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하고, 윤희근 경찰청장은 서울을 떠나 술을 마시고 대비하지 않는 등 직무를 다하지 않았다"라며 특수본의 윗선 수사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창민 변호사도 "특수본은 행안부장관과 경찰청장 등해 대해 질서유지 같은 포괄적이고 추상적 권한만으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물어 수사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했는데, 법리를 오해한 것이다"며 "또 자치사무와 별개라고 하지만 포괄적 지휘권을 가진 수뇌부는 형사책임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지난 10일 산경찰서와 용산구청, 서울경찰청 등 10여 개 기관을 압수수색하며 보강수사에 나섰다. /연합뉴스
검찰이 지난 10일 산경찰서와 용산구청, 서울경찰청 등 10여 개 기관을 압수수색하며 보강수사에 나섰다. /연합뉴스

대형 참사의 진상규명을 맡았던 특수본은 뜨거운 박수가 아닌, 비난의 화살을 받아내며 13일 수사 결과 발표와 함께 활동을 마치고 검찰에 수사를 넘긴다. 검찰은 이미 10일 '보강 수사'를 명목으로 용산경찰서와 용산구청, 서울경찰청 등 10여 개 기관을 동시다발로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이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요구대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서울시 재난안전관리 책임자 등을 소환 및 수사 진행해 '윗선 수사'에 앞장설지 이목이 집중된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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