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배진교 “대체 무슨 내용이 심사되고 있는 것인지 상황 알 수 없어”
거대 양당 ‘윤핵관’‧정진석‧위성곤‧윤관석 등 지역구 예산안 상당 증액
24일 새벽 0시 55분께 국회 본회의에서 2023년도 예산안이 의결 통과되고 있다. / 연합뉴스
24일 새벽 0시 55분께 국회 본회의에서 2023년도 예산안이 의결 통과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수연 기자] 국회가 처리한 예산안을 두고 ‘지각처리’, ‘밀실협상’, ‘졸속처리’ 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증액된 예산 중 여야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이 거대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는 지난 24일 새벽 열린 본회의에서 638조7276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이는 당초 정부안인 639조419억원에서 4조6000억원 감액하고 3조9000억원을 증액한 규모다.

◇ ‘밀실협상’서 지역구 예산 챙겨간 여야 ‘실세’

다만 이번 예산안 처리는 법정 처리 기한인 2일을 22일이나 넘기면서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최장 지각처리’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이외에도 예산안 막판 협상에서는 소수당을 제외한 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각 원내대표만 참여해, ‘밀실 졸속협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24일 본회의에 상정된 내년도 예산안 반대 토론에서 “특히 올해는 예산안 심사 합의 과정이 더욱더 비공개로, 더 은밀하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체 무슨 내용이 심사되고 있는 것인지 국회 예결특위 위원인 저를 포함한 예결특위 위원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계신 대다수 의원님 모두 예산심사 상황을 알 수가 없었다”며 “이런 잘못된 절차로 제대로 된 예산안 내용이 만들어질 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이러한 ‘밀실 졸속 협상’으로 의결된 내년도 예산안에 거대 양당의 ‘실세’ 의원들이 지역구 현안 예산을 상당액 반영하거나 증액했다는 것이다.

의결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정진석(충남 공주‧부여‧청양)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세종시와 공주역을 잇는 광역 간선급행버스체계(BRT) 구축 사업에 14억원을 추가 확보했다. 이는 정부안 43억 8000만원에 3분의 1 정도의 예산이 더해진 것이다. 정부안에 없던 동아시아 역사도시 진흥원 건립 12억 5000만원 도 다수 확보했다.

정우택 국민의힘 국회부의장(충북 청주 상당)은 지역구내 국도(남일~보은1) 건설 사업 예산 약 35억원을 추가로 증액했으며, 성일종(충남 서산·태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대산~당진고속도로 건설 예산 80억원과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 조성 사업 예산 21억 5000만원 등을 추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도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권성동(강원 강릉) 의원은 지역구 내 하수관로 정비에 25억원, 장제원(부산 사상) 의원은 재해위험지구정비 사업 예산을 23억 4500만원을 증액했다.

또 국회 법사위원장인 김도읍(부산 북구‧강서을)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5558억원 규모의 국비 예산을 반영하는 데 성공했다고 홍보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 이철규(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 의원의 경우 동해신항(석탄부두) 관련 예산을 정부안 360억 9800만원에서 5억원 더 따냈고, 동해·묵호항 종합발전계획 수립 예산도 5억원 증액했다.

더불어민주당 ‘실세’ 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원내정책수석부대표인 위성곤(제주 서귀포) 의원은 정부안에 없던 서귀포시의 유기성 바이오가스화 사업 예산으로 62억원을 확보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인 윤관석 의원(인천 남동을)도 보도자료를 내고 “인천 남동구 지역 발전 예산 506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 “삭감‧증액 사업리스트 조차 분석안돼”

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예산안 국회심의가 끝났지만 가장 많이 삭감되고 증액된 사업리스트 조차 분석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더욱더 강화되는 비공식 밀실 협의체에 따라 공식 예결위 회의가 중단된 이후 공식 예결위에서 어떤 사업이 감액됐는지 조차 집계되지 않고 있다”며 “여야 협의 내역이 집계되고 예결위원에게 공유된 후 비공개 밀실 협의체로 남은 논의가 진행되었단 예전보다 크게 후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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