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한은) 총재가 금리 인상에 속도 조절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시장 의견에 대해 이례적으로 선을 그었다.
한국은행은 지난 20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발표했으며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동안 긴축 기조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총재는 "물가 오름세 둔화 속도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 만큼, 앞으로 발표되는 데이터를 통해 그간의 정책이 국내경기 둔화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것이다"며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 등 주요국 정책금리 변화도 함께 고려하면서 정교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근 시장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어느 시기에 기준금리 인상이 정점에 다다를 것인가이며 이 때 최종 금리가 어느 정도 수준일 것이냐는 것이다. 특히 지난 11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마친 후 시장은 최종금리가 3.50%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당시 다수의 금통위원이 최종금리 수준을 3.5%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는 시장과의 소통을 위한 것이었지 정책 약속은 아니었다"며 "경제상황이 바뀌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한은의 통화 정책과 관련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미 연준이 인상 랠리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과 여기서 비롯되는 한-미 간의 금리격차다. 한은은 그동안 양국 의 기준금리 역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손해에 대해 대범한 면모를 보였다. 이는 국내 경제의 펀더멘탈을 감안하면 과거처럼 일방적인 자본유출과 같은 우려는 과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일시적 자본유출이 아니라, 내년에도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진다면 지금과 같은 입장이 아닌 미국의 인상 기조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밝힌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네 차례의 '자이언트스텝'보다 보폭은 줄였지만 한동안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는 발언은 연준이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공표라 할 수 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지만 발권은행인 중앙은행이나 이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의 통화정책 목표는 '물가를 안정시키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루어 나가는 정책'이다.
우리나라과 미국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각국 중앙은행들이 긴축 정책을 지속하고 있음에도 불구, 좀처럼 물가 안정의 확실한 근거가 나오지 않고 있다. 때문에 내년 경기에 대한 전망에서 최근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표현이 '불확실성'이다.
물가 상승률은 2% 수준이 소위 '안정' 선이다. 하지만 올해 물가 상승률이 5%를 상회한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주요 산업과 경제의 기반이 수출과 수입이란 대내외 여건에 따라 유동성이 큰 우리나라의 상황을 감안하면 더더욱 예상과 전망은 변수가 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 한국은행은 향후 물가 여건에 대해 "석유류 가격 오름폭이 축소되고 국내외 경기하방압력이 커지면서 오름세가 점차 둔화할 것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둔화 속도와 관련해선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며 어디까지나 이는 한은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현재 3.25% 수준인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이제 신년 1월 13일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있다. 미국보다 한 발 앞서 인상 속도를 줄인 우리나라가 한 차례 더 25bp를 인상하면 당초 시장이 최종금리로 전망했던 3.50% 수준에 이르게 된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1.7%다. 특히 상반기가 1.3%, 하반기가 2.1%인 상저하고 흐름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경향은 물가와 이에 따른 통화정책 방향 역시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예상일 뿐이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대내외 여건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더불어 미 연준이 인상 기조를 이어간다면 내년 상반기 기준 금리는 3.5%를 넘어설 수 밖에 없다.
박종훈 기자 plisilla@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