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지연되는데, 운임반환 규정 있는지도 몰랐다”
서교공 “시간없어 방송못해, 개찰구에 ‘여객운송 규정’ 붙여놓았다”
[한스경제=박수연 기자] "열차가 지연되오니 급하신 용무가 있으신 승객 여러분은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지하철이 연착되거나 지연되면 항상 나오는 안내 방송이다. 하지만 지하철 요금 환불에 대한 안내 방송은 단 한차례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환불 규정을 모르는 지하철 이용객들의 피해액은 어마어마 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발생한 무궁화호 탈선 여파로 서울 지하철 1호선 일부가 멈추는가 하면 잇따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시위와 철도노동조합 준법투쟁 등에 따라 열차 운행이 지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시민들은 출근길 지하철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열차 운행 중단 및 지연 등의 사유로 여행을 지속할 수 없을 때 운임을 반환하고 있다. 여객들은 7일 이내 도시철도 구간 역에 운임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서교공에 따르면 열차 지연 시, 일회권의 경우 기록된 운임에 따라 반환 받을 수 있고 정기권은 잔여일수와 잔여횟수를 적용해 산출한 금액 중 적은 금액으로 반환된다. 대부분 시민들이 사용하는 후불카드의 경우 일회권 기본 운임을 반환하고 있다.
만약 사고나 운영기관의 잘못으로 1시간 이상 하차를 못했을 땐 교통요금 5000원을 지급하고 막차가 30분 이상 지연돼 다른 노선으로 환승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5000원~1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서교공이 <한스경제>에 제출한 ‘2022년 서울교통공사 운임반환 현황’에 따르면 1월부터 10월간 운임반환 건수는 총 3만2711건이다. 금액은 약 4천520만원에 달한다. 이 중 열차지연으로 인해 반환된 운임 건수는 7466건으로 총 반환건수의 약 1/4을 차지했다.
열차지연에 따른 운임비 반환 건수가 가장 많았던 달은 6월(1347건), 8월(1294건), 5월(922건) 순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속되는 열차지연에도 운임반환 규정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시민들도 많다는 것이다. 출근길 열차 지연으로 인해 피해를 받아도 보상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예를 들어 1회 운임요금 1250원에 지하철 이용고객 수를 1000명이라 가정할 때 1회 운행지연 시 피해액은 약 120만원 가량이다. 전체 운행지연 통계가 없어 정확한 산출은 어렵지만 상습적인 운행지연 행태로 봤을 때 그 피해액은 수십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아침마다 열차 지연으로 출근길이 답답하다고 토로한 정씨(25)는 기차표를 반환해본 적은 있어도 지하철 운임이 반환되는지 처음 알았다고 했다. ‘운임반환 규정에 대해 알고 있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전혀 몰랐다”며 “다른 대중교통 이용하라고 방송이 나오면 그때서야 지연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냥 다시 개찰구에 카드를 찍고 나와서 버스를 탄다”고 설명했다.
서교공은 열차 운행이 지연될 경우 방송을 통해 열차 지연을 알리고 다른 대중교통 이용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외에 운임반환 절차나 규정에 대해서는 따로 알리지 않고 있다.
서교공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그런 (열차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운임반환 안내방송까지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지연 안내를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데, 운임반환 규정을 설명하고 안내까지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하철 게이트(개찰구) 인근에 여객운송 규정을 크게 붙여놓았는데, 거기에 운임반환 규정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2호선을 타고 출근하는 이씨(27)는 “사람들이 꽉 찬 개찰구 인근에서 누가 여객운송 규정을 보고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전장연 시위가 빈번한 충정로 방면 지하철 5호선을 이용하는 한 시민은 “한 번 지연되면 20분에서 30분은 지연되는 것 같다”며 “심할 때는 아예 지하철을 이용하지 못하게 막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운임반환 규정 안내와 관련해서는 “그냥 ‘지연되고 있다’, ‘다른 교통수단 타라’고만 하지 그런 내용의 방송은 들어본 적 없다”며 “솔직히 이제는 다들 답답함을 넘어 체념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교공 홈페이지에 ‘간편지연증명서’에 따르면 11월 1일부터 24일까지 10분 이상 열차 지연은 총 127건이었다.
서교공은 운영 구간에서 5분 이상 열차가 지연될 경우, 열차지연정보를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 지연 시간을 클릭하면 간편지연증명서를 인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교공 관계자는 열차 지연 사유와 관련해 “열차 지연 사유는 정말 다양하다”며 “안전거리 유지를 위해 일부러 열차가 간격 조정을 하고자 멈추는 경우도 있고 열차가 고장 나거나, 시위, 준법투쟁 등으로 멈추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열차 지연이 정말 심각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많을 경우, 직원들이 도움을 주고 있다”며 “승객들도 ‘내가 돈을 내고 들어갔는데, 열차를 타지 못했다’하는 경우 역무실로 와 민원을 요청하면 반환 절차를 알려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연 기자 ddunip@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