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목표 비롯 탄소배출, S·G관심도 등 유의 깊게 봐야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붐과 함께 기업의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이에 ESG 관련 투자자들은 그린워싱 기업을 피하고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가에 대한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예컨대 최근 도이치뱅크의 펀드운용 자회사 DWS그룹은 그린워싱 등의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과 소비자단체 고발 등을 겪었다. 이에 지난 6월 아쇼카 월더만 당시 DWS 대표는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에 블룸버그 애널리스트인 제쿠린 포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ESG 관련 투자 자금이 제대로 활용되는 지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8가지의 체크리스트를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공개했다.
먼저 포 애널리스트는 기업목표에 대해 이야기했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이 유럽 투자자에게 판매한 약 680억달러 상당의 ESG 자격 증명과 연계된 100개 이상의 채권을 분석한 결과 대다수가 관련이 없거나 관련이 있더라도 적거나, 심지어 이미 달성된 기후위기 목표와 관련됐다.
일부 회사는 기존 ESG 등급을 유지하는 것 외에 목표를 세우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에 ESG 투자 시 기업이 어떤 목표를 내세웠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탄소배출을 대하는 기업의 자세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포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스코프1·2(직·간접 온실가스 배출)뿐만이 아니라 스코프3(협력업체·물류·폐기 등 기업 가치사슬 전반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까지 살펴봐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석유회사는 스코프3에서 총 배출량의 90%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스코프3를 배제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E(환경) 못지 않게 S(사회)와 G(거버넌스)의 중요성도 거론했다. 그는 “S와 G 측면은 특히 미투운동과 ‘흑인 민권 운동(Black Lives Matter)’이 소비자 지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이후 기업의 환경 측면에 쏟는 노력만큼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현재 많은 기업이 매년 지속 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해 고용의 공정성 또는 직원의 복지 개선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목표의 일부는 측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과를 과장할 위험성도 존재한다고 포 애널리스트는 설명했다.
그는 “블랙록은 2021년 7월 직원 차별소송을 해결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회사는 몇 달 전에 리더십 역할을 맡은 여성의 수와 흑인, 아프리카계 미국인, 히스패닉 및 라틴계 직원을 고용했다”고 말했다. 당시 흑인 직원은 백인 남성 직원과 차별대우를 받았다며 블랙록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현재 ESG와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구분의 모호함을 지적했다. 그는 “지속 가능한 투자로 유입되는 자금이 증가하면서 새로운 부채 구조가 등장했다”며 중국은행과 노르디아 은행을 비교했다.
중국은행이 2021년 판매한 채권은 고객에게 제공되는 지속가능성 관련 대출 풀의 성과와 관련이 있다. 반면 노르디아 은행은 2022년 지속가능성 관련 대출사업에 투입된 자금을 채권 가격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은행의 대다수는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투입된 자금이 대출사업 지원에 사용되기도 한다. 이에 포 애널리스트는 “노르디아 은행의 지속가능성 관련 자금이 ESG 부채로 볼 수 있냐는 물음이 생긴다”고 말했다.
포 애널리스트는 지속가능성의 유연성도 투자자들이 고려해야할 항목이라 설명했다. 그는 “지속 가능성 관련 채권·대출은 특정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기업의 약속으로 계약이 진행되지만 그 목표는 변경될 수 있다”며 "유연한 계약으로 투자자는 페널티 없이 특정 조건에서 해당 목표를 조정할 수 있다. 에너지 가격 같은 주요 ESG 매개변수를 예측하기 더 어려운 변동성이 큰 시장의 대처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은 전 세계적 수십 개의 ESG 등급 및 데이터 제공업체를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그는 “투자자와 대중이 표준화된 접근 방식과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 세트를 가진다면 그린워싱 찾는 작업이 쉬울 것”이라며 “사설 평가 시스템은 신뢰하기 힘들고 기업 보고는 불규칙하고 타 기업과 비교가 힘들다”고 말했다.
현재 EU는 ESG 분석 또는 평가 제공자를 위한 유럽 녹색 채권 표준을 제안했다. 자율적인 가이드라인이지만 ESG 메트릭 공개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포는 설명했다. 시장 가이드라인과 제3자가 있더라도 기업들이 ESG 등급이나 주장을 받아들이기에 정보가 충분한지, 투명한지에 대해 포는 의문을 제기했다.
포 애널리스트는 기업의 ESG 목표나 성과 발표를 통해 부채를 늘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우린 ESG를 실천하고 있다’라는 이미지를 줄 뿐 개별목표가 지속가능성과의 연결점을 찾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기업 목표의 투명성을 유의 깊게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많은 발행인이 자금 조달을 ESG 목표와 연결할 때 공공 부채 시장 요구 사항에 구속됐지만, 대출 시장의 사적인 특성으로 기업은 대중의 눈을 가릴 수 있다”며 “대출 조건의 공개 역시 의무는 아니므로 기업이 ESG 노력으로 어떤 영향이 있을지, 적극적으로 목표에 다가서는지 알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라진 기자 jiny3410@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