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사, 초고액 자산가 대상 세분화된 서비스 주력
"국내 금융사, 차별화된 비금융 서비스 개발 필요해"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초고액 자산가들을 위한 투자 시장의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장기화되며 증시와 가상화폐 시장이 크게 흔들리며 시장 상황에 맞춰 자산 재분배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사들이 초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다양한 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금융사들 역시 시장 규모에 맞춰 특화 점포를 개설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국내 금융사들은 글로벌 금융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서비스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초고액 자산가 고객을 유치하고, 장기적으로 충성 고객을 만들기 위해 보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안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반 자산가에 비해 초고액 자산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글로벌 투자은행인 크레디트 스위스의 '글로벌 부의 보고서 2022(Global Wealth Report 2022)'에 따르면 지난해 5000만달러(한화 약 704억원)를 보유한 초고액 자산가는 26만 4000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21% 증가했다. 이는 일반 고액자산가 증가율(9%)과 비교해 2배 이상 빠른 성장세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초고액 자산가의 자산 규모는 연평균 7.8% 증가해 2026년에는 38만 5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B금융지주의 '2021년 한국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금융자산 300억원 이상을 보유한 국내 초고액 자산가는 약 7800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21.9%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16%와 10.3%가 증가한 고자산가나 일반 자산가에 지해 높은 증가율이다.
아울러 지난해 말부터 진행된 금리인상 기조가 장기화되고, 증시·가상화폐 시장이 위축되며 자산 포트폴리오에 대한 리밸런싱 수요가 증가하면서 초고액 자산가를 위한 금융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초고액 자산가는 일반 자산가와 수익성이 좋아 금융권에서는 핵심 영업 타깃으로 설정되고 있다. 이에 글로벌 금융사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초고액 자산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특화된 비금융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의 초고액 자산가 대상 주요 비금융 서비스를 살펴보면 △가업·자산 승계 컨설팅 △자선·기부 컨설팅 △아트·럭셔리 투자 조언 △후속세대 대상 서비스 등이 있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초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가족 거버넌스 형성에 초점을 둔 종합적인 가업 승계, 부의 이전 컨설팅을 제공한다. BNP 파리바,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은 자산가의 다변화된 자선·기부 니즈에 부합하기 위해 전담 인력을 통한 맞춤형 컨설팅과 다양한 방식의 기부 실행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소시에테 제너랄과 씨티는 자산가 고유의 관심사인 미술품, 고가 와인 등의 구입·관리·처분에 대해 조언하고, 필요 시 관련 금융 서비스로 연계하고 있다. BNP 파리바와 크레디트 스위스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후속세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은행권 역시 초고액 자산가를 위한 서비스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장 규모 확대와 더불어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증시와 가상화폐 시장이 주춤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 부문의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곳은 하나금융그룹이다. 하나금융그룹은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자산관리 브랜드인 '클럽원(Club1)'을 운영하고 있다. 세무·법률 전문가, 부동산·신탁 전문가 등이 상주해 국내외 세무 서비스뿐 아니라 해외투자·이주 상담, 부동산투자·자산관리 등 다양한 맞춤형 특화 프로그램으로 토탈 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지난 9월에는 ‘부(富)의 이전’에 특화된 프라이빗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압구정 상속증여전문PB센터'를 오픈했으며 5월에는 초고액 자산가 및 가문의 종합자산관리를 위한 '하나 패밀리오피스&트러스트' 서비스를 출시했다.
지난 2020년에는 금융사 최초로 서울옥션 강남센터 내에 ‘아레테큐브 골드클럽’을 오픈했다. 고액자산가와 미술품 컬렉터를 대상으로 미술과 금융을 결합한 아트펀드 및 자문서비스 등, 전통적인 방식의 아트서비스 뿐 아니라 고액자산가들의 자녀 세대에 대한 문화·예술 교육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초고액 자산가 대상 특화점포인 ‘Two Chairs Exclusive 시그니처센터'를 운영 중이다. 초고액자산가 고객을 대상으로 세무·부동산 분야의 전문가 포함 8명의 자산관리 전문 PB를 배치, 고객이 한 곳에서 원스톱(One-stop) 종합금융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고액자산가 고객의 비대면 자산관리상담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디지털PB팀'과 '비대면PB사업팀'을 신설했다.
KB국민은행은 강남·도곡·압구정·명동 등에 스타 프라이빗뱅커(PB) 센터를 열어 30억원 이상의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VVIP고객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KB금융은 지난 9월, 국내 최대 규모의 PB센터인 ‘압구정 플래그십 PB센터’를 오픈하고 자산가들을 위한 팀 단위의 고객관리, KB형 패밀리오피스 모델 등 차별화된 운영 방식을 도입해 고객들에게 혁신적이고 전문화된 자산관리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초고액 자산가를 위한 프리빌리지센터와 고액자산 기업가 고객을 위한 PIB센터 등, 특화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더불어 고액 자산가을 위한 원스톱 자산 승계 서비스인 '상속증여 컨설팅 라운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은행권이 다양한 방법으로 초고액자산가를 공략하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서비스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가업·자산 승계에 수반된 법적, 세무적 이슈를 다루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비해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구조 수립에 대한 접근은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심현정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초고액자산가는 WM영업에서 수익기여도가 높은 주요 타깃으로, 금융 서비스 외에 특화된 비금융 서비스를 구비해 이들 고객을 적극 유치하고 장기적 신뢰 관계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서비스는 특화 분야 발굴, 인력의 전문성 향상을 통해 차별화하고, 변화하는 초고액자산가의 니즈에 맞춰 새로운 비금융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금리 인상이 장기화되고 있어 자산가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초고액 자산가는 과거는 물론 현재에도 지금이나 놓칠 수 없는 고객군이기에 이들을 위한 특화된 서비스가 꾸준히 나올 것이다”고 밝혔다.
이성노 기자 sungro5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