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올초부터 9월 말까지 3분기 동안, 국내 상장사의 시가총액이 633조원 넘게 증발했다. 이는 최근 9개월 동안 전체 시총 규모의 1/4이 사라진 셈이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11일, 2022년 3분기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 변동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우선주와 상장 폐지된 종목 등을 제외한 2435개 종목을 올해 초인 1월 3일부터 9월 30일까지 살펴본 것이다.
올해 초 전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2575조원이었다. 하지만 3월 말에는 2506조원으로 줄어들더니, 2분기에는 2095조원으로 줄었다. 더욱이 9월 말인 3분기에는 1942조원으로 내려앉았다. 올해 세 분기 만에 633조원이 증발한 것이며 하락률은 24.6%를 기록했다.
조사 대상 중 83.5%에 달하는 2033개 종목이 올해 시총 하락세를 보였다. 27개 종목(1.1%)은 변동이 없었으며 375개 종목(15.4%)은 반대로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초만 해도 시총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종목은 288개였다. 하지만 3분기 기준으로 213개로, 최근 9개월 사이 75개 종목이 탈락했다.
단일 종목으론 삼성전자가 1월 초 469조원에서 9월 말에는 약 316조원으로, 세 분기 동안 152조원(32.4%)이 줄었다. 그밖에도 같은 기간 ▲SK하이닉스가 93조 5483억원에서 60조 4969억원으로 33조 513억원이 줄었고, ▲네이버가 61조 6824억원에서 31조 7434억원으로 29조 9389억원이 감소, ▲카카오가 51조 423억원에서 25조 4272억원으로 25조 6150억원이 줄었다.
또한 ▲카카오뱅크는 28조 819억원에서 9조 5563억원으로 18조 5255억원이 감소했고, ▲카카오페이는 23조 2773억원에서 6조 5121억원으로 16조 7651억원이, ▲크래프톤이 22조 5248억원에서 10조 3051억원으로 12조 2197억원이 줄어들며 10조원 이상 시총이 감소한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세 분기 동안 시가총액이 1조원 넘게 증가한 종목은 7곳이 있었다. 가장 크게 증가한 곳은 한화솔루션으로 연초 6조 7999억원이 9월 말에는 9조 283억원으로 2조 2283억원이 늘었다.
고려아연은 같은 기간, 9조 6247억원에서 11조 8185억원으로 2조 1948억원이 증가했다. 또한 ▲현대중공업(1조 5446억원), ▲KT(1조 5275억원), ▲한국항공우주(1조 5157억원), ▲현대미포조선(1조 3180억원), ▲KT&G(1조 434억원) 등이 1조원 이상 시총을 끌어올렸다.
올해 9개월 동안 시총 감소를 퍼센티지로 살펴보면 위메이드가 6조 1279억원에서 1조 5479억원으로 74.7%가 줄었다. 카카오페이도 72%가 감소했고,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68.1%, 펄어비스 66.2%, 카카오뱅크 66%, SK바이오사이언스 64.9%, 하이브 61.5%, 일진머티리얼즈 61.4%, 솔루스첨단소재가 60.6% 하락했다.
시가총액이 50% 이상 감소한 종목도 13개에 달한다. ▲넷마블(59.8%), ▲씨젠(56.4%), ▲메리츠금융지주(56.4%), ▲LX세미콘(54.7%), ▲크래프톤(54.2%), ▲한샘(54.2%), ▲DB하이텍(51.4%), ▲LG디스플레이(51.4%), ▲카카오게임즈(51.3%), ▲에스디바이오센서(51.1%), ▲효성티앤씨(50.6%), ▲SKC(50.5%), ▲카카오(50.2%) 등이다.
카카오 계열사 4개 종목은 모두 9개월 동안 반토막 넘게 시총이 증발하며 IT 종목 약세를 반영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폭락장 속에서도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종목도 눈에 띈다. 에스티큐브는 올 초 시총 2571억원에서 9월 말에는 1조 312억원으로 301%가 증가하며 시총 1조 클럽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삼천리도 같은 기간 3690억원에서 1조 847억원으로 194% 높아지며 1조 클럽에 들어왔다. 그밖에 ▲대성홀딩스(87.3%) ▲서울도시가스(76.3%) ▲케어젠(75.3%) ▲롯데제과(69.7%) ▲현대일렉트릭(58.9%)이 50% 이상 시총을 끌어올렸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시총 톱 20 종목의 순위도 요동쳤다. 부동의 1위인 삼성전자는 약세에도 불구 자리를 지켰지만, 1월 초 2위였던 SK하이닉스는 새로 치고 올라온 LG에너지솔루션에게 자리를 내주며 3위로 물러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4위), 현대차(6위), 삼성SDI(7위), 기아(9위), 셀트리온(11위), 현대모비스(13위)는 올해 초와 비교해 순위를 방어했다.
9개월 사이 가장 드라마틱한 순위 변화를 보여준 종목은 카카오뱅크다. 1월 초 시총 10위였던 카카오뱅크는 9월 말 32위로 고꾸라졌다. 카카오페이도 14위에서 46위로 밀려났고, 카카오 역시 5위에서 10위로 후퇴했다.
1월 시총 3위였던 네이버도 8위로 떨어지며 IT 쌍두마차의 부진세를 확인할 수 있었다. 크래프톤 역시 18위에서 29위로 밀려났다.
그에 반해 SK는 21위에서 17위로, 한국전력은 27위에서 19위로 새롭게 톱 20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올해 9월 말 기준 시총 상위 20위권에 있는 대장주 주식종목들의 주식가치가 대부분 하락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은 침체기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며 “문제는 주식가치가 다시 반등하더라도 세계정세가 더욱 복잡해지고 국내 실물경제도 점점 나빠지고 있어 내년 중에 올해 초 수준으로 주식시장이 회복 가능할 지는 미지수여서 주식보다 다른 투자처를 찾으려는 경향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경향은 이미 확인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분기 국내 개인 투자자의 채권 순매수액은 9조 34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분기 3조 6541억원에 비해 155.6%가 급증한 것이다. 또한 올 상반기 5조 992억원보다도 83.2%가 증가했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 국면이 이어지며 채권 금리가 함께 올랐기 때문이다. 9월 30일 기준, 국내 국고채 3년물은 4.185%, 10년물은 4.082%, 회사채 3년(AA-)물은 5.280%를 기록했다. 국고채 3년물은 올 초와 비교해 125.97%가 증가했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서 저가에 채권을 사 차익 실현이 가능해졌다. 주식시장에 실망한 개인투자자들이 채권시장으로 몰리는 이유다. 더욱이 10월 12일 열리는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하는 빅스텝이 점쳐지는 만큼, 당분간 투자자들이 채권 매수에 나서는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종훈 기자 plisilla@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