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올해 프로야구 신인왕 다툼은 한화 이글스 내야수 김인환(28)과 두산 베어스 오른손 투수 정철원(23)의 양자 대결로 압축됐다. 둘은 흥미로운 공통점을 갖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현역 포병으로 군 복무한 것이다. 김인환은 5군단 포병여단에서 군 생활을 했고, 정철원은 육군 8군단 포병대대에서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예비역 포병'인 둘은 올 시즌 대포를 날리고, 대포알 같은 강속구를 뿌리며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올랐다.
◆'야구 흙수저' 김인환의 반란
김인환은 올 시즌 전까지만 해도 철저한 무명이었다. 2016년 한화에 입단했지만, 지난해까지 1군에서 22경기에 출전해 타율 0.188(48타수 9안타)를 올리는 데 그쳤다. 홈런은 1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성적이 말해주듯 순탄치 않은 선수 생활을 했다. 화순고와 성균관대 시절 신인 드래프트에 2차례 도전했으나 모두 낙방했다. 한화가 육성 선수 계약을 제안해 간신히 프로 선수의 꿈을 이뤘다. 힘겹게 프로 무대에 들어왔으나 오랫동안 2군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어야 했다. 별다른 성적을 남기지 못하고, 2019시즌 후 현역으로 입대했다.
지난해 6월 전역해 팀에 복귀한 그는 공백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특유의 성실함 덕분에 기량이 빠르게 늘었다. 지난 겨울 최원호(49) 2군 감독이 카를로스 수베로(50) 감독에게 김인환을 추천했다. 수베로 감독도 지난 2월 스프링캠프에서 김인환이 급성장한 모습을 확인한 뒤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배트 스피드가 빨라지고, 스윙이 간결해져 깜짝 놀랐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7년 차 '중고 신인' 김인환은 올해 비로소 빛을 보고 있다. 지난 5월 1군에 합류한 뒤 강점인 장타력을 유감없이 뽐내며 주전 1루수 자리를 꿰찼다. 12일까지 9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5(345타수 95안타), 15홈런, 50타점, 46득점, 출루율 0.321, 장타율 0.443, OPS(출루율+장타율) 0.764를 올렸다. 팀 내 홈런 1위, 타율 4위, 타점 3위, 득점 4위를 달린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ㆍ스탯티즈 기준)은 1.15로 팀 내 6위다. 순장타율 역시 0.168로 리그 정상급이다. 그는 지난달 21일 오재일(36), 호세 피렐라(33ㆍ이상 삼성 라이온즈), 이정후(24ㆍ키움 히어로즈)에 이어 올 시즌 4번째로 전 구단 상대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장타력을 무기로 신인왕에 도전하는 김인환은 11일 SSG 랜더스전에서 아찔한 경험을 했다. 4회 하주석(28)의 적시타 때 2루에서 홈으로 쇄도하다 SSG 포수 이재원(34)과 충돌해 왼쪽 발목을 다쳤다. 그는 고통을 호소하며 들것에 실려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큰 부상은 피했다. 발목 염좌 진단을 받아 13일까지 휴식을 취하며 회복에 집중할 예정이다.
만 28세인 김인환이 신인왕에 오르면 2016년 신인상을 받은 신재영(현 SSGㆍ당시 만 27세)을 뛰어넘어 최고령 기록을 세운다. 한화는 2006년 류현진(35ㆍ미국 토론토 블루제이스) 이래 16년 만에 신인왕을 배출하게 된다.
◆혜성처럼 나타난 '곰표 불펜 에이스' 정철원
정철원은 2018년 두산에 2차 2라운드(전체 20순위) 지명을 받고 입단한 유망주다. 올 시즌 전까진 미완의 대기에 불과했다. 신인이던 2018년 4월 1군 엔트리에 등록됐지만,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하고 2군으로 내려갔다. 이후 2군에만 머물다가 2019년 11월 포병으로 입대했다. 지난해 6월 전역해 팀에 복귀한 정철원은 올 시즌 개막 때만 해도 1군 전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 5월 1일 정식선수로 등록되면서 1군에 합류했고, 입단 5년 차에 기량이 만개했다. 등판할 때마다 인상적인 투구를 펼치며 빠른 속도로 필승조로 승격했다. 올 시즌 48경기(61.2이닝)에 등판해 4승 3패 15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2.48을 기록 중이다. 피안타율 0.217,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05 등 세부 성적도 훌륭하다. WAR은 리그 신인 가운데 가장 높은 2.70을 기록 중이다.
김인환에게 역경을 극복한 '서사'가 있다면, 정철원에겐 남다른 '스타성'이 있다. 구위와 제구, 멘털까지 두루 갖춘 완성형 투수로 평가받는다.
그는 불같은 강속구를 던져 팬들을 흥분시키는 파이어볼러다. 큰 신장(192㎝)에서 나오는 최고 시속 152km 강속구가 일품이다. 올해 정철원의 속구 평균 구속은 시속 149.4km에 이른다. 고교 시절엔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140km 초반대에 그쳤으나 각고의 노력 끝에 리그를 대표하는 파이어볼러로 성장했다.
정철원은 정면 승부를 피하지 않는 '싸움닭'이기도 하다. 위기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두둑한 배짱을 갖췄다. 올 시즌 정철원의 득점권 피안타율은 0.194(62타수 14안타)에 불과하다.
정철원은 2007년 임태훈(은퇴ㆍ당시 두산), 2020년 정우영(23ㆍLG 트윈스)에 이어 역대 3번째 '중계 투수 신인왕'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가을야구와 멀어진 두산은 2010년 양의지(35ㆍ현 NC 다이노스) 이후 12년 만에 신인왕 배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