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권리 높아진 소비자들에게 긍정적 효과 기대
수용률에 집착하고 표준화된 기준 없어 혼란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한스경제=최용재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고강도 금리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한국은행(한은)도 꾸준히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이에 ‘고금리 시대’를 맞아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표적인 방안인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대출계약을 체결한 후, 취업·승진·재산 증가·신용등급 상승 등 신용상태가 개선됐다고 판단되는 경우, 금융사에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소비자 권리다. 하지만 지난 2002년 첫 도입된 이후 금융사들이 자율적으로 시행했지만 많은 이들이 이 같은 권리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금융당국은 2018년 금융사들에게 금리인하요구제도의 안내를 의무화하도록 했으며 소비자의 권리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올해는 정부가 금융사들의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실적(금리인하 신청건수·수용건수·수용률·수용에 따른 이자감면액)을 각 협회에 공시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지난 30일 이뤄진 상반기 업권별 수용률과 이자 감면액을 살펴보면 △은행(24.85%‧728억 2900만원) △카드사(40.3%‧30억 5500만원) △보험사(37.9%‧6억 2700만원) △캐피탈(29.6%‧10억 500만원) △저축은행(34.8%‧31억 7000만원)으로 집계됐다.
5대 시중은행 가운데 NH농협은행(59.5%)의 수용률이 가장 높았으며 7개 전업카드사 중에는 신한카드(74.03%)가 1위를 기록했다. 생명보험사에서는 삼성생명(46.38%)이, 손해보험사에서는 삼성화재(71.8%)가 최상위를 차지했다. 저축은행 중에서는 웰컴저축은행(75.8%)이 가장 높았다.
이에 금리인하요구권 공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금융사를 비교하고 평가하는 잣대로 활용될 수 있으며 소비자들이 금융사를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조금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금융사를 찾아 대출 상품을 갈아타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금융사간에 금리 인하 경쟁을 촉진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리인하요구권 공시가 수용률을 앞세워 금융사 줄 세우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사의 경쟁력 평가를 위해 수용률만을 부각시키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처사라는 것이다.
중·저신용 대출자가 많은 2금융권에서 상대적으로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할 여지가 더 많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다. 실제로 이번 공시를 보면 2금융권 수용률은 1금융권에 비해 현저히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신한은행은 5대 시중은행 중 수용률은 가장 낮지만 정작 감면해준 이자액이 47억 100만원으로 가장 많다. 이는 5대 주요 은행이 감면한 이자(95억 3300만원)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다. 신한은행의 신청건 수(13만 1935건) 역시 나머지 4개 은행을 합친 것(7만 2992건)보다 많다. 따라서 신한은행의 수용률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나쁜 은행’이라 평가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때문에 수용률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소비자의 상황에 맞는 금리 인하가 아니라 보여주기식 건수 늘리기에만 급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 금리인하요구권을 성실하게 홍보하면 오히려 수용률이 떨어지는 구조라는 것도 문제다. 앱과 온라인 등, 간편해진 신청 과정으로 인해 신청 건수가 늘어났고, 특히 신용개선 없이 신청하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어 수용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당국의 통일된 심사 기준이 없다는 것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금융사마다 신용평점을 실제 금리에 적용하는 기준이 달라, 일관된 비교가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제각각인 금융사들의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심사기준의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용률이 낮다고 문제가 있는 금융사로 단정 지을 수 없으며 신청건수, 이자감면액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며 “실질적인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가 이뤄지려면 표준화된 기준이 필요하고, 대다수 고객이 이용하는 1금융권의 수용률이 더 높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용재 기자 dragonj@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