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국내 라면업체 BIG 3로 꼽히는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의 2분기 실적이 크게 엇갈렸다. 환율 상승과 국제 곡물가 가격 급등으로 인한 원부자재 가격 상승, 내수시장 의존도가 수익에 영향을 미쳤다.
농심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 1조 4925억 원, 영업이익 386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1분기 매출액은 7363억 원으로 16.1% 성장하고 영업이익도 21.2% 증가했으나 2분기는 ‘어닝쇼크’였다. 매출액이 756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7% 성장했음에도 영업이익은 43억 원으로 75.4% 감소했다. 별도기준(해외법인 제외한 국내 실적)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되며 전체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농심이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8년 2분기 이후 24년 만이다.
농심 관계자는 “국제 원자재 시세의 상승과 높아진 환율로 인해 원재료 구매 단가가 높아졌으며, 이외 유가 관련 물류비와 유틸리티 비용 등 제반 경영비용이 큰 폭으로 상승해 매출액이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은 감소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오뚜기와 삼양식품은 2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오뚜기는 영업익 4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늘어난 수치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78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늘었다.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10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4% 증가한 1조5317억원을 기록했다. 반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 신장해 660억원을 기록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유지류, 간편식 등 주요제품의 매출이 전반적으로 증가했다”라며 “매출증가 대비 판관비 비중이 전년과 비슷하게 유지되고, 원가절감을 위한 노력들이 영업이익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라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2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 증가했다. 순이익은 같은 기간 155.1% 증가한 276억원, 매출액은 25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3% 오르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전망치(매출 1940억·영업이익 210억원)를 웃돌았다.
실적은 해외 사업이 견인했다. 2분기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0% 증가한 1833억원으로 분기 최대 수출 실적을 경신했다. 삼양식품 관계자에 따르면 수출국과 불닭 브랜드 제품을 다변화한 행보가 호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농심을 제외한 오뚜기, 삼양식품이 호실적을 기록하며 희비가 엇갈린 이유는 원가 상승뿐 아니라 내수시장 의존도가 영향을 미쳤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라면의 경우 판매 단가가 낮기 때문에 원가 상승 방어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라면 3사의 사업 구조를 보면 농심은 전체 매출에서 라면이 80%를, 오뚜기는 20~30%, 삼양식품은 95% 정도를 차지한다. 해외 생산공장이 없는 삼양식품은 수출 비중이 70%에 가까워 고환율 수혜를 입었다. 농심은 90% 이상이 내수시장에서 발생하는 매출이다.
증권가에서는 농심이 라면 가격을 인상해야 실적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국내 라면 가격 인상 여부에 따라 실적 개선 속도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3분기에도 2분기 수준의 원가 부담이 예상되지만 국내 주력 브랜드 중심의 매출 고성장 지속 및 수출 라면 단가 인상 가속화, 미국 제2공장 가동 확대로 하반기 수익성 개선흐름이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오뚜기는 하반기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 중국 중심으로 진라면 등 주력 제품 수출에 집중할 계획이다. 삼양식품은 내년까지 유망시장으로 떠오른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시장을 공략해 연간 수출액 5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또 미·중·일 현지 법인 비중을 70%까지 높일 계획이다.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